'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담당의 가해자에 분노.."악독한 자상 보고 참담"

이희수 2018. 10. 1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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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이용자가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른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담당의가 당시 상황을 전하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의사 작가로 유명한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강서구 PC방 피해자의 담당의였다"며 "그날 아침 이후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지냈다"고 밝혔다.

사건에 대해 함구하려 했지만 이미 사건 장소와 시간,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공개돼 글을 쓰게 됐다는 남 교수는 "주말 아침 팔과 머리를 다친 20대 남자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구급 대원의 목소리가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곧 들어온 그는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에 더 이상 묻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피투성이였다"며 "그를 본 의료진이 전부 뛰어나가 상처를 파악하기 위해 탈의하고 붕대를 풀었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상처가 많았으며 대부분이 목과 얼굴, 흉기를 막기 위한 손에 집중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고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다"며 "인간이 인간에게 그렇게 하기 어려운데 가해자는 이 칼을 정말 끝까지 넣을 각오로 찔렀다"고 담당의로서 주관적인 생각을 전했다.

남 교수는 또 "평생 뿌리 깊은 원한이 없이 이런 짓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평소 알지 못했던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찌른 것이란 설명을 듣고 경악스러웠다"며 "모든 의료진이 욕설을 내뱉을 정도로 분노했다"고 토로했다.

피의자가 우울증 약을 복용해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남 교수는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며 "심신미약에 대한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의자의 정신과적 병력이 전혀 없었다"며 심신미약과 별개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7일 올라온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입니다'란 제목의 청원글은 19일 오후 5시 기준 동의자 수 50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글에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며 피해자가 내 가족, 나 자신일 수도 있다"며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나"라고 올라와 있다. 게시자는 이어 "나쁜 마음 먹으면 우울증 약 처방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고 심신미약의 이유로 감형되거나 집행유예가 될 수 있다"며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한 PC방에서 30세 남성 김 모씨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 신 모씨(21)를 살해한 사건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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