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복귀 선언, 시기도 방법도 잘못됐다

김재호 입력 2018. 10. 19. 06:03 수정 2018. 10. 1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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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美 밀워키) 김재호 특파원] 콜로라도 로키스 우완 불펜 오승환(36)이 한국 복귀를 선언했다. 문제는 그 시기도, 방법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오승환은 지난 17일(한국시간) 귀국 인터뷰에서 "한국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힘이 다 떨어져서 오는 것보다 힘이 남아있을 때 와야 한다. 나이들어 오는 것보다 지금 오는 게 낫다"며 한국 복귀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한국 복귀 선언이다.

오승환은 지난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211경기에 등판, 13승 1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2.78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2016년에는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6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는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돼 포스트시즌도 경험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한국 복귀를 선언했다. 깜짝 놀랄 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오승환이 한국 복귀를 선언했다. 사진= MK스포츠 DB

해외 생활에 지친 오승환

이미 몇몇 보도에서 나왔듯, 오승환은 미국 생활에 지쳐 있었다. 올해는 힘든 일도 많았다. 계약 파기, 트레이드 등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많았다. 콜로라도 이적 이후에는 호텔 생활을 해야했다. 이는 현지 선수들에게도 적응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다른 문화, 다른 언어권에서 온 오승환에게는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작심한 듯, "많이 지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상대 타자와 승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생활 자체도 승부의 연장이라 생각했다"며 일본과 미국으로 이어진 5년간의 해외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본 오승환도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특히 콜로라도 이적 후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었다면 조금 더 견딜만 했겠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오승환의 이번 시즌 연봉은 리그 평균 수준에도 못미치는 175만 달러. 지난 시즌 연봉 275만 달러에서 크게 삭감됐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 합의가 메디컬 테스트 탈락으로 무산된 여파였다. 메디컬 테스트 탈락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한 구단은 갑자기 영입전에서 철수했다. 그의 몸 상태에 대한 신뢰가 없었던 것이다. 불펜 투수들의 몸값은 폭등했는데 그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였다.

꾸준히 활약하며 몸 상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지만, 완벽한 신뢰는 얻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지 못했다. 한 대선 후보 출신 야당 정치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그를 "드문드문 출전하는 홀드 전문투수"라고 칭했다. 일반 팬들의 그에 대한 인식 수준은 딱 그정도였다.

실제로 많은 아시아 출신 노장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더 던질 수 있음에도 고향으로 돌아갔다. 구로다 히로키가 그랬고, 우에하라 고지도 그랬다. 오승환도 만으로 서른 여섯이다. 한국 생활이 그리워질 때가 됐다. 그렇다. 이렇게만 보면 지금이 복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솔직히 경험할 것은 다 해봤다.

오승환은 해외 생활에 지쳐 있다. 복귀 선언도 그런 이유로 나온 것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는 자유의 몸이 아니다

원정 도박으로 징계 문제는 일단 미뤄두자.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는 엄연히 2019시즌에 대한 계약이 남아 있다. 2018시즌 70경기 이상 등판해 2019시즌에 대한 베스팅 옵션이 적용됐다. 250만 달러(약 28억 3,875원)의 연봉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경기 수와 소화 이닝에 따른 인센티브가 추가된다.

그가 계약에 묶여 있지 않은 자유의 몸이라면 이런 말을 거침없이 해도 된다. 그런데 그는 계약에 묶인 신분이다. 그의 에이전트인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김동욱 대표도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승환이 시즌이 끝난 후 로키스 구단과 다음 시즌 거취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 논의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엄연히 계약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선수 입으로 직접 이 계약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시기도, 방법도 잘못된 선택이다. 파트타임 일자리 계약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꾸지 않는다. 하물며 메이저리그 계약이다. 생활이 힘들다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손바닥 뒤집듯 엎을 수 있는 그런 계약이 아니다.

차라리 한국에 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텍사스와 계약이 무산된 지난 2월 한국에 왔어야한다. 그때도 그는 한국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발언을 했었다. 그때 발언은 텍사스 구단이 제시한 수정 금액에 실망해 한 발언이었다. 이번 발언도 다음 시즌 계약 상황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 아닌지 의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타지 생활이 힘들고 지쳐도 1000만 달러 연봉을 받고 있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에이전트가 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전트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면, 처음부터 이런 불리한 계약을 맺지도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1년 계약을 하거나, 2019시즌 옵션을 선수 옵션으로 남겨뒀다면 뒤끝이 없었을 것이다.

지난 2월 텍사스와 계약이 무산된 이후 피닉스에서 개인 훈련을 하던 오승환. 한국에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었다면 이때 선택했어야 했다. 사진= MK스포츠 DB

또 하나의 ’포기자’ 사례를 남길 것인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로키스가 그를 방출하면 된다. 그러나 로키스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오승환의 계약은 개런티 계약이다. 250만 달러의 연봉에 대한 정리는 해야한다. 그의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가 로키스 구단에 이적료를 지불하지 않는 이상 로키스는 그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낯선 장면은 아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뒤 이를 다 소화하지 못하고 유턴한 사례는 이미 있었다. 윤석민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3년 계약을 맺었다 1년만에 KIA 타이거즈로 돌아왔고, 박병호도 미네소타 트윈스와 4년 계약에 합의했지만 2년만 뛰고 복귀했다.

이들은 메이저리그 야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박병호는 첫 시즌에 마이너리그로 강등됐고, 다시 올라오지 못했다.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무대도 밟지 못했다. 오승환은 이들과 다르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이 검증된 선수다. 그러나 이들과 같은 선택을 원하고 있다. 실패자의 길을 택한 것이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면 ’한국 선수들은 포기자(quitter)’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딱 좋은 상황이다. 오승환 개인의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라, 빅리그 진출을 노리는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미칠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음 세대가 있다면 말이다.

이미 발언을 내뱉은 이상, 주워담을 수는 없다. 상황이 어려움을 깨닫고 뒤늦게 수습을 하고 다음 시즌 로키스에 다시 합류한다 하더라도 팀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의 의지대로 일이 풀리다면 좋겠지만 씁쓸한 뒷맛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돌부처’라는 별명답게 마운드 위에서 주변 상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우직함을 보여줬던 그다. 이번 발언은 그런 모습과 어울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1년 뒤 계약이 만료되면 그때 한국으로 돌아오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없는 사정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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