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투신' 어린이집-이모 측 진실 공방.. 핵심 쟁점 세 가지

정지용 기자 박태환 인턴기자 입력 2018. 10. 19. 05:40 수정 2018. 10. 1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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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경찰 CCTV 확보해 분석 중.. 이모 측 "갑질은 말도 안돼, 증거자료 있다"
SBS 방송 영상 캡처

아동학대 가해자로 지목된 경기도 김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확인 없이 여론몰이를 한 맘카페의 ‘마녀사냥’이 원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며 맘카페와 아동의 이모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맘카페와 원생 이모 측은 ‘교사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신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마녀사냥’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이모 측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어린이집 측은 원생 엄마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합의했는데도, 이모가 지역 맘카페에 사실과 다른 글을 올리고, 교사에게 물을 뿌리며 거칠게 항의하는 등 모멸감을 줬다고 했다. 이모 측은 ‘아동학대’는 사실이며 어린이집 측이 사실과 다른 말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일방적인 주장을 배제하고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김포시 통진의 한 어린이집은 지난 11일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드림파크 수영장’으로 가을 나들이를 갔다. 이후 보육교사 A씨(37)가 어린이집의 아동을 밀치는 등의 ‘아동학대’를 했다는 신고가 인천 서부경찰서에 접수됐다. 아이의 어머니는 다음날(12일) 오전 어린이 집을 찾아갔다. 같은 날 오후 아이의 이모도 어린이 집을 찾았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이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13일 새벽 A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단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SBS 방송 영상 캡처

◇ ‘아동학대’ 경찰 CCTV영상 분석 중
아이 이모부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동학대는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모 측은 제3자 목격담과 함께 아이의 이상행동을 아동학대 근거로 들고 있다. 가을 나들이가 있었던 지난 11일 오후 2시11분쯤 ‘검단맘카페’에 A씨가 아동학대를 했다는 현장 목격자의 글이 올라왔다. A씨가 돗자리 청소를 하며 안기려는 원생을 밀치고 방치했다는 내용이다.

이모부는 이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막내 이모’는 원장의 연락을 받고 보호자 자격으로 어린이집을 찾았다고 전했다. 원장은 사과문을 올리겠다고 한 뒤 A씨에게 “야 너 XX선생 해고야”라고 말했다. 이에 막내 이모는 아무 말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또 어린이집 측이 친모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합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친모와 부원장이 친분관계가 있어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린이집 측의 설명을 받아 들였다”며 “현재 입장은 다르다”고 밝혔다.

이모부는 그날 이후 아이가 A씨 얼굴을 보고 이상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아이 친모가 다음 날인 12일 오전 7시40분쯤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야’라고 말한 후 선생님의 얼굴을 비췄는데,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재차 전화를 했지만 아이는 “선생님이 나 밀었어. 아야 했어. 선생님 싫어”라며 다시 끊었다고 전했다.

반면 어린이집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아동학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을 나들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보육교사 A씨는 지난 11일 현장학습에서 돗자리를 펴고 아이를 앉혔다. 그런데 아이가 가만히 있지를 않고 계속 일어났다. 자리 정돈을 위해 잠시 저쪽에 가 있으라고 하다가 아이가 넘어졌다. 이후 엄마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엄마는 ‘실수’였음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여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서부경찰서는 현재 드림파크 수영장에서 A씨와 아이의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하고 당시 목격자를 대상으로 보강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SBS 방송 영상 캡처

◇ ‘교사 신상유출’ 정말 있었나
일각에서는 신상정보 유출을 A씨가 목숨을 끊은 원인으로 지목한다. 어린이집에는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사건 관련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정작 A씨의 신상을 유출한 가해자는 불분명하다.

김포 맘카페 운영자 김모(47)씨에 따르면 아이의 이모는 11일 오후 10시55분쯤 김포 맘카페에 조카의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어린이 집의 이름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A씨 신상 정보는 없었다고 한다. 이모 측도 “글을 올릴 당시 교사가 누군지 몰랐기 때문에 신상유출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의 동료교사는 사건의 진원지로 김포 맘카페를 지목했다. 누군가 A씨의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글을 해당 카페에 올려 어린이집과 A씨에 대한 ‘신상유출’을 비롯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맘카페지기 김씨는 제3의 인물을 A씨 신상유포 가해자로 추정했다. 이모가 쪽지를 보낸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A씨에 대한 글을 올리고 ‘쪽지 드린다’고 한 뒤 글을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 투신 전날 어린이집에서는 무슨 일이… 이모 측 “증거자료 있다”
동료 교사에 따르면 A씨가 목숨을 끊은 전날인 12일 오후 아이 이모는 어린이집을 찾아와 거센 항의를 하며 A씨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어린이집 부원장과 A씨 등은 너무나 당황스러워 이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어린이집 측은 언론에 ‘이모가 모멸감을 줬다’고 밝혔다.

이모 측은 갑질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당시 상황을 녹음한 증거자료”가 있다고 했다. 이모부는 통화에서 “아내가 ‘원장의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어린이집을 찾았다. 거칠게 항의하지도 않았다”면서 “부원장 등이 먼저 아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 과정에서 무릎으로 발등을 찍어 들고있던 물이 뿌려졌다”고 말했다.

이모부는 어린이집과 원장의 과도한 대응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원장이 A씨에게 ‘너 해고야’라고 말했고 A씨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며 “A씨가 어린이집이나 원장에게 시달려 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측은 언론에 “교사를 해고하지도 않았고 해고할 생각도 없었다”며 “실명까지 유출된 상황에서 진위가 가려질 때까지 쉬도록 했다. 거센 항의 전화를 막기 위해 해고한 척했던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18일 김포 통진읍 어린이집 앞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현재 학부모들은 남은 선생님들을 걱정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언론에서) 함부로 사진을 찍고 허위 사실을 보도해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박태환 인턴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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