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식 '대형의 축구' 중원 완성도, 갈 길이 멀다

김정용 기자 입력 2018. 10. 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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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유기적인 대형 속에서 움직이길 원한다. 대표팀 선수들이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플레이다.

한국은 12일 우루과이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고, 16일 파나마와 2-2로 비겼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2승 2무로 무패 행진 중인 가운데 조직력의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상대 압박이 적을 때는 훌륭한 공격 전개를 보여주지만, 압박을 받는 상황에 취약하다.

차근차근 빌드업을 하려면 골키퍼,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외에도 연동해서 움직이는 선수들이 더 필요하다. 중앙 수비수 두 명이 좌우로 넓게 서면, 풀백은 그만큼 전진해 사실상 윙어처럼 포진해야 한다. 이때 수비형 미드필더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간다. 그러면 한국의 대형은 4-2-3-1이나 4-3-3이 아니라 3-4-3으로 바뀐다. 멕시코 감독 리카르도 라볼페의 스리백 기반 빌드업에서 발전해 세계적인 빌드업 전략이 된 `라볼피아나(Lavolpiana)' 방식이다.

이때 중요한 건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이 아래로 내려가는 만큼, 그 앞에 배치되는 미드필더도 따라 내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기성용이 짧은 패스를 중앙으로 전달할 수 있다. 파나마전 라인업에서는 남태희 또는 황인범의 역할이었다. 즉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스위퍼 자리로 한 칸 내려가면, 남태희나 황인범은 중앙 미드필더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한 칸 내려가 공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두 미드필더의 성장 배경과 괴리가 발생한다. 벤투 감독의 축구는 시스템이 먼저, 자율은 그 다음이다. 그런데 남태희, 황인범은 시스템에 맞춘 축구를 해 온 선수들이 아니다. 남태희는 외국인 선수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카타르 리그에서 오래 활약하며 자유분방한 플레이가 몸에 익었다. 황인범의 소속팀 대전시티즌 역시 프로축구에서 약체에 속했고, 수비형 미드필더의 보좌를 받는 황인범은 마음대로 뛸 자유를 갖곤 했다.

남태희와 황인범 모두 벤투 부임 이후 득점을 기록하며 의외성은 충분히 보여줬지만, 전술 완성도를 지탱하는 안정성은 보여주지 못했다. 두 선수가 동시에 기용된 파나마전은 대형이 깨질 때 한국의 경기 내용이 얼마나 나빠지는지 잘 보여줬다. 황인범 스스로 대표팀에서 더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복기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을 지휘할 때도 각 미드필더들이 톱니바퀴처럼 정확히 맞물리며 움직이길 원했다. 벤투 감독이 가장 호평 받았던 `유로 2012` 당시 미겔 벨로수, 하울 메이렐레스, 주앙 무티뉴는 몇 가지 약속된 패턴에 따라 대형을 바꾸며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한국 미드필더들이 벤투식 축구를 구현하려면 전술에 대한 이해와 조직력을 더 키워야 한다. 남태희, 황인범처럼 조직적인 플레이가 익숙하지 않은 선수를 전술에 적응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벤투 감독이 늘 강조하는 것처럼 소집 기간이 짧은 국가대표팀에서는 더욱 힘들다. 아시안컵까지 충분한 조직력을 확보하려면 매우 높은 수준의 전술 지도 능력이 필요하다.

혹은 현재 구성을 보완할 수 있는 선수를 발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측면 자원으로 분류돼 있는 이재성은 전술 이해도가 손꼽히는 미드필더다. 아직까지 컨디션 난조 때문에 벤투 감독과 만나지 못한 구자철은 미드필더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는 선수가 됐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며 최적의 위치를 잡는 플레이를 잘 수행할 수 있다. 박주호의 컨디션이 더욱 향상될 경우 미드필더로서 이 역할을 기대할 만하다. 경남FC의 최영준 등 K리그에서 활약 중인 미드필더를 충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또는 더 에너지 넘치는 중앙 미드필더를 기용해 중원의 수비와 패스 연결고리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한때 대표팀에서 한국영이 맡았던 역할인데, 한국영은 지난해 9월부터 십자인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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