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택시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며 24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임한별 기자
전국 택시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며 24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임한별 기자

“택시기사 다 죽는다. 카풀 전면 중단하라.”

IT업체 카카오가 차량공유(카풀) 시장에 진출하려 하자 택시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카카오 카풀은 자가용 운전자가 카풀앱을 통해 목적지가 같은 탑승객을 찾아 차량에 태운 뒤 돈을 받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출퇴근 시에만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18일 택시업계는 오후 2시부터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아울러 이날 오전 4시부터 다음날(19일) 오전 4시까지 ‘24시간 파업‘을 선언하며 카풀서비스 도입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카풀 출시는 택시기사들한테 죽으라는 소리”라며 카풀서비스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카카오는 택시공급이 부족한 출퇴근 시간대에만 운영해 택시가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집회에 참석한 택시와 운행중인 택시(뒤) 일부 참가자는 운행중인 택시를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사진=심혁주 기자
집회에 참석한 택시와 운행중인 택시(뒤) 일부 참가자는 운행중인 택시를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사진=심혁주 기자

◆택시업계 “죽으라는 소리냐”… 운행하는 택시에 욕설도

이날 광화문광장은 전국에서 온 수만명의 택시기사들로 가득찼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 꾸려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국 택시기사들과 함께 ‘카풀서비스 철회’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뭉쳤다.

참석자들은 “카카오 물러가라”, “토사구팽”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집회 옆에서 운행중인 개인택시를 향해 “빨갱이 XX”라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30년 넘게 택시 기사생활을 한 김한영씨(64·남)는 “출퇴근시간만 한다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택시기사)들은 사납금도 내고 이것저것 나가면 남는 게 없다. 카풀하지 택시기사 왜 하겠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수원에서 왔다는 윤정복씨(62·남)는 “출퇴근 시간에만 운영한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젊은 사람들 중에 시간은 많은데 자가용 끌고 다니는 사람들 돈 벌겠다고 나오면 우리 도로가 어떻게 되겠나”라며 “택시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버릴 거다. 배우신 분들이 좀 상식적으로 정책을 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년째 택시를 몰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택시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며 24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임한별 기자<br />
전국 택시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며 24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임한별 기자

수입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부천에서 택시를 모는 안종인씨(63·남)는 “15시간 일해도 하루에 10만원 벌기도 힘들다. 카풀하면 타격을 많이 받는다. 정부에서 시민들을 위해 카풀 해주려면 택시들한테도 지원을 해주고 시민들 편의를 봐줘야지. 택시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나”라며 “우리도 진짜 어렵게 일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비해 돈이 안돼. 최저임금도 안돼”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보통 하루에 얼마를 버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낮에 근무하는 분들은 입금을 못하고 밤에 일하는 분들은 잘해야 1만~2만원 가져간다. 사납금을 못 채우면 자비로 메꿔야 한다”며 “가장이라면 매달 300만원가량 벌어야 하는데 우리는 200만원은커녕 150만원 벌면 많이 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차거부에 대해 택시기사 윤영한씨(57·남)는 “진짜 힘들어서 그런다. 돈벌이가 안돼서. 우리도 생계만 유지되면 손님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카카오 “택시업계 생존권 침해 아냐”

카카오는 “카카오 카풀서비스는 택시 공급이 부족한 출·퇴근 시간에만 운영할 예정이어서 택시업계 생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승객들의 선택권을 넓혀주고자 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아침 출근시간 카카오콜 서비스에 한시간동안 20만5000건이 들어오며 배차 수락은 3만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나머지 16만~17만 승객들은 택시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를 못 탄 승객들은 급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러 가야 하는데 이 분들은 어떻게 하나”라며 “저희 판단으로는 택시가 수요를 채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출퇴근 시간의 기준에 대해 카카오 모빌리티는 “저희 서비스는 출근과 퇴근 목적에 의해 이용할 수 있다. 택시업계는 ‘출퇴근 이외의 시간에 이용하면 어떡하냐’고 반박하지만 야간 아르바이트생, 3교대 간호사 등 생활패턴이 다른 경우가 많으니 그 부분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는 해외서비스처럼 24시간 동안 자기가 택시기사인냥 아무 때나 운행할 수 없다”며 “물론 악용하는 사용자들도 있겠지만 시스템이나 장치를 통해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다른 국가들처럼 소비자에게 여러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교통체계 내에서 부족분이 있으면 다른 모빌리티로 이동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며 “카카오가 하게 되면 마음대로 하지 않겠냐는 주장도 있는데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건 택시업계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의 단적인 면만 도려내 문제를 지적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카풀서비스./사진=뉴스1
카카오 카풀서비스./사진=뉴스1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 16일 ‘카카오T 카풀서비스’에서 운전자로 참여할 이용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다만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외부적 요인으로 카풀서비스 정식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민들, "택시 승차거부 싫어요"… 반응 '싸늘'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대학생 강모씨(23·여)는 택시기사들의 집회에 대해 “평소 밤늦게 버스가 끊기면 택시를 탄다. 집이 너무 가까워서 택시 잡기가 너무 힘든데 카풀서비스가 생기면 선택권이 넓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생 이모씨(22·여)는 “솔직히 승차거부 당하면 너무 화가 난다. 내가 필요할 때 탈 수 있어야지. 목적지로 손님을 거르는 건 옳지 않다”며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택시기사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 카풀서비스가 도입되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국 택시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며 24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임한별 기자
전국 택시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며 24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임한별 기자

택시기사를 이해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집회를 구경 온 김모씨(50대·남)는 혀를 차며 “얼마나 힘들면 저러겠나. 평소 택시는 안 타지만 저 사람들도 힘들어서 저럴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APP) 블라인드는 지난달 직장인을 대상으로 카풀서비스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응답자 90%가 카풀서비스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측은 "한국 직장인 5685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카풀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