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쟁이'에 배그 신화 흔들..게이머, 이미 떠났다

이동우 기자 입력 2018. 10. 1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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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불법 게임조작 프로그램) 때문에 스팀 서버에서 카카오 서버로 옮겼는데, 그마저도 핵이 심해서 그만뒀어요."

평소 배그를 즐기는 대학생 유모씨(26)는 "배그는 적의 발소리까지 귀를 기울여야 하는 등 실제와 같은 긴장감을 주는 게임인데 갑작스럽게 핵에 총을 맞고 죽으면 온몸에 힘이 다 빠진다"며 "수차례 핵 사용자를 개발사에 신고했지만 조치가 됐는지 알 길도 없고 핵도 계속 판쳐서 이제 잘 안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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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게임핵 판매 일당 검거했지만..이용자들 "이미 게임 생태계 망가져"
배틀그라운드 실제 게임 플레이 화면 / 사진=이동우 기자


"핵(불법 게임조작 프로그램) 때문에 스팀 서버에서 카카오 서버로 옮겼는데, 그마저도 핵이 심해서 그만뒀어요."

여자친구와 자주 다툴 정도로 인기 1인칭 슈팅(FPS) 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에 빠졌던 직장인 이모씨(32)는 경찰 수사 소식을 듣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토록 원망하던 '핵쟁이'(핵을 사용하는 악성 게이머)에게 핵을 판 일당이 잡혔지만 이미 게임 생태계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18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중국 해커나 국내 개발자가 만든 핵을 확보해 국내에서 8724명에게 팔아넘긴 이모씨(24) 등 일당 1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게임 발매 초기인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6개월간 꾸준히 월핵(Wall Hack·상대방 위치 확인), 오토에임(Auto Aim·표적 자동조준) 등의 핵을 판매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핵을 팔아 번 돈만 6억4000만원에 달했다.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는 배그에서 사용되는 핵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처벌 수순을 밟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간 배그 개발사인 블루홀의 자회사 펍지(PUBG)는 계정 정지 등의 게임 내부 조치로 핵 사용을 제재해 왔지만 큰 실효성을 거두진 못했다.

문제는 뒤늦은 감이 있다는 점이다. 게임 내 핵 사용으로 '무법천지'가 된 배그는 이미 게임업계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00명의 플레이어 중에 1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는 배틀로얄 방식의 게임에서 '상대방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자동 조준이 되는' 핵의 존재는 게임의 긴장감을 없애버리는 요소다.

글로벌 게임플랫폼 업체 스팀의 사용자 평가에 따르면 1만5000여개의 배그 평가 가운데 59%가 부정 의견을 내고 있고 대부분이 핵 문제를 지적한다.

평소 배그를 즐기는 대학생 유모씨(26)는 "배그는 적의 발소리까지 귀를 기울여야 하는 등 실제와 같은 긴장감을 주는 게임인데 갑작스럽게 핵에 총을 맞고 죽으면 온몸에 힘이 다 빠진다"며 "수차례 핵 사용자를 개발사에 신고했지만 조치가 됐는지 알 길도 없고 핵도 계속 판쳐서 이제 잘 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블루홀


배그는 국산 게임으로는 처음 전 세계 누적 판매량 5000만장을 넘는 등 이른바 '초대박' 게임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올해 1월 동시 접속자가 최대 325만명에 달했지만 이달 초 9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이달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세계의 배틀그라운드 이용자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핵 사용 유저인데 전문가들이 왜 핵을 막지 못하냐"고 질의했다.

장병규 블루홀 의장은 "(배그와 관련한) 핵을 막는 게 펍지 입장에서 최선의 이익"이라며 "펍지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막고 있다"고 말했다. 펍지는 지난해 3월부터 꾸준히 1000만건 이상의 계정을 제재했지만 핵 사용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찰도 워낙 핵 사용자가 많아 총책만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핵 사용이 국내 게임산업을 위축시키는 악영향을 가져온다고 경고한다. 배그 외에도 많은 게임에서 핵을 사용하는 일부 게이머들은 자기 캐릭터의 레벨을 높여 되팔아 결과적으로 게임 생태계를 어지럽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핵 사용자가 검거된 서든어택의 경우 캐릭터 아이디 1개당 5만~30만원까지 팔렸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핵을 사용하면 공정한 게임이 절대로 되지 않아, 게임에서 연쇄 이탈 효과를 일으킨다"며 "국내 대장주 격인 게임 배그가 무너지면 상당히 큰 문제"라고 말했다. 철저히 단속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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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 canelo@,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서민선 인턴기자 seomin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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