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해결사' 우병우.."3개월에 끝내줄게"→실제 수사 종결

안채원 입력 2018. 10. 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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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횡령 사건 막아준다면서 3억원 받아
"3개월 안에 끝내주겠다" 장담한 대로 실현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장 직접 찾아가기도
현대 '비선실세' 사건은 2개월도 안돼 무혐의
로펌이 검찰 정보 파악 못하자 우병우 선임
설계업체 건화 검찰 내사는 3개월만에 종결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불법사찰 지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7월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7.0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우병우는 '해결사'였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3건의 '몰래 변론'을 통해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자신이 말한 기간 안에 실제로 수사를 종결시켜 의뢰인에게 '신의 손'이나 다름 없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7일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시절 친분이 있는 검사장 등에게 수사 확대 방지, 무혐의 처리 등을 청탁해주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그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검찰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한 약 1년 간 인천 길병원, 현대그룹, 설계업체 건화 등으로부터 착수금 및 성공보수 명목으로 각각 3억원, 6억5000만원, 1억원 등 총 10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수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의 뒷거래가 드러나게 된 단초는 2013년 인천 길병원 횡령 사건이다.

당시 인천 길병원 측은 국내 최대 로펌을 선임에 인천지검 특수부 수사에 대응했다. 그러나 2013년 12월 인천지검 지휘부와 담당 수사팀이 교체되는 등 수사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우 전 수석을 찾아갔다. 그는 신임 인천지검장이었던 최재경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길병원 측은 우 전 수석과 만나 "최 지검장과 친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우 전 수석은 씩 웃으면서 "친하다면 친하고 안 친하다면 안 친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수사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이 상태에서 마무리될 수 있게 해달라"고 길 병원 측이 요구하자 나온 우 전 수석의 대답은 "3개월 내 끝내주겠다"였다.

그렇게 우 전 수석과 길병원 측은 2014년 1월 착수금 1억원에 성공보수 2억원을 받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고, 사건은 실제로 같은 해 3월 종결됐다. 우 전 수석이 말한 '3개월 내 종결'이 그대로 실현된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실제로는 어떠한 정상적인 변호 활동도 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수사팀에 선임계를 제출하거나 사건 수임 사실을 변호사회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사건 수임 3개월 후이자 검찰 수사 결과 발표 1주일 전 인천지검장을 한 차례 찾아갔을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 전 수석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은 청탁이 아닌 사건 설명만 했다고 얘기하고, 최 전 수석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한다"며 범죄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1년 넘게 수사가 이어진 현대그룹 '비선실세' 관련 사건의 무혐의 처분도 이끌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3부는 2013년 황두연 ISMG코리아 대표가 현대그룹과 관련도 없으면서 경영에 개입하고 이 회사를 통해 현대그룹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현대그룹은 검사장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당시 김영한(사망) 변호사마저 검찰 정보를 잘 파악하지 못하자, 다른 변호사의 추천으로 우 전 수석을 찾아가게 됐다.

현대그룹 측과 우 전 수석은 2013년 11월 압수수색 여부 등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게 해주는 조건으로 착수금 2억5000만원, 성공보수 4억원에 선임계약을 체결했다.

검찰 수사팀은 우 전 수석이 선임된 지 2개월도 되지 않아(11월27일 계약해서 다음해 1월9일 종료) 현대그룹 관계자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은 정당한 변호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로펌 회의에 2~3회 참석한 외에 다른 활동은 없었다"며 "원래 선임했던 로펌이 (변론 등은) 잘하니까 우 전 수석은 정보 파악, 수사 마무리 명목으로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수사를 내사 단계에서도 종결시켜버렸다 .

2013년 8월 설계업체 건화는 4대강 입찰 담합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압수수색을 나오지 않고 수사가 내사 단계에서 종결되기를 바라면서 우 전 수석과 수임계약을 맺었다.

수사 내용을 확인하고 내사 종결을 해주는 조건으로 착수금 5000만원, 성공보수 5000만원 등 총 1억원을 받는다는 것이 계약 내용이었다.

이 사건에도 '우병우 효과'는 적중했다. 길어봐야 3개월이면 충분했다.

검찰은 건화 측을 압수수색했으나 사건 수임 3개월 후인 2013년 11월 내사 종결하고 압수물을 되돌려줬다.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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