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정의 직구리뷰]'완벽한 타인', 영특한 항로 비겁한 결말

한현정 2018. 10. 1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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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덕분에 모든 게 그럴 듯하다.

실제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위험한 '게임'을 소재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릴 넘치는 전개로 몰입도를 높인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들이 없는데, 이 핸드폰은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있다"는 극 중 석호(조진웅)의 말처럼 7명의 친구들은 적게는 하나씩 많게는 여러 개씩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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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분위기에 묻힌 텅빈 메시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덕분에 모든 게 그럴 듯하다. 스릴 넘치는 항해를 이어 가지만 진실이 까발려지자 급속도로 진부해진다. 예상 했던 참극이 차례로 터져 나오더니, 결국 비겁한 끝맺음으로 허망함을 자아낸다. 곱씹을수록 찝찝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2016)를 원작으로 한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은 완벽해 보이는 부부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 등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담는다.

실제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위험한 ‘게임’을 소재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릴 넘치는 전개로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유해진 염정아 윤경호의 연기는 이 영화가 가진 모든 아쉬운 지점을 상당 부분 상쇄할 정도로 강렬하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들이 없는데, 이 핸드폰은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있다”는 극 중 석호(조진웅)의 말처럼 7명의 친구들은 적게는 하나씩 많게는 여러 개씩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원칙주의자 변호사 태수(유해진)과 지고지순한 가정주부 수현(염정아), 배경 말곤 다 갖춘 이상적인 남편 석호(조진웅)와 배경마저 빵빵한 정신과의 예진(김지수), 바람둥이 꽃중년 준모(이서진)와 순수한 명랑 쾌활 수의사 세경(송하윤), 그리고 은근 소회되는 다혈질 백수 돌싱남 영배(윤경호)까지. 위험한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친구에게 비밀로 한 일정이나 다른 사람에게 했던 뒷담화, 수습 중이기에 아직 배우자에게 말하지 않는 문제 등 크고 작은 비밀들이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 둘씩 ‘불편한 진실’은 밝혀지자, 완벽한 친구들은 타인이 되고야 만다. 아쉬운 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굉장히 진부한 일화로 풀어냈다는 점, 웃음을 자아내는 데 있어 역시나 빠지지 않는 성적 코드와 불륜, 구시대적이고 획일적으로 그려진 여성 캐릭터들, 무엇보다 흥미로운 질주 끝에 마주한 비겁한 결말과 허망한 메시지가 제대로 뒷통수를 친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어떤 위안을 받길 바란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지만, 어디서 어떻게 위안을 받아야할지는 쉽게 와 닿지는 않는다. 모든 걸 알 필요는 없다지만, 몰라야 할 불편한 진실들이 넘쳐나는 상황에 그리 유쾌할 리는 없다. 영화 말미,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고 말한다. 공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 그리고 비밀을 가진 삶까지. 그럴 듯하지만 감독의 ‘비밀’엔 진정한 행복은 없다. 어렵지만 그럼에도 지키고 나아 가야할 항로 또한 없다. 다양한 가치가 상충하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면만 담아냈을 뿐, 진지한 통찰과 나아간 세계관은 없다. 화려하게 꾸몄지만 결국 빈약한 메시지로 귀결된다.

10월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손익분기점은 약 180만명이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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