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에코 트레일ㅣ17~18구간 생태] 온난화의 역습! 도토리 거위벌레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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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이라 하면 지리산·덕유산·소백산·설악산처럼 큰 산을 떠올린다.
이 녀석은 산란할 때가 되면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는다.
도토리가 다 익으면 딱딱해져 구멍을 뚫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산란하는 것이다.
알을 낳은 뒤, 도토리만 떨어뜨리면 충격으로 알이 손상될 수 있기에 잎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째 잘라 낙하산이 펴지듯 완충작용을 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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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이라 하면 지리산·덕유산·소백산·설악산처럼 큰 산을 떠올린다. 허나 숨기고픈 진실마냥, 200m대 낮은 산줄기도 있다. 추풍령~개머리재 구간에선 산 높이가 낮은 탓에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인공림과 자연림이 섞여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과거 대대적으로 조림한 일본잎갈나무,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 스트로브잣나무를 흔히 만날 수 있다. 간혹 외래종이고 쓰임새가 적다하여 이런 나무들을 다 베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한쪽 면만 보고 하는 얘기다. 다들 빨리 자라는 속성수이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들이다. 북미가 원산지인 리기다소나무는 국내에 들여온 지 100년이 넘었다.
일제의 무분별한 나무 수탈과 6‧25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에 쉽게 뿌리내릴 수 있는 나무는 많지 않았다. 그런 척박한 땅에 꿋꿋하게 뿌리내리고 우리 강산을 푸르게 만든 나무가 리기다소나무다. 아까시나무와 리기다소나무는 묵묵히 이 땅을 푸르게 만듦과 동시에 식물이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역할,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리기다소나무는 토종 소나무만큼 귀품 있게 잘 생기지 않았다. 못생겼다. 완전히 직선도 아니고 완전히 굽어진 것도 아닌 것이 어중간하게 뻗었으며, 줄기 곳곳에 맹아를 달고 솔방울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으니 폼새가 예쁘지 않다. 그러나 맹아가 난 것은 부족한 양분을 채우기 위한 필사의 수단이며, 솔방울을 많이 매단 것은 삶이 힘드니 죽기 전에 자손이라도 많이 퍼뜨리려는 악착같은 나무의 본능이다.
그러나 세월이 변한 만큼 수익성 있고, 보기 좋은 수종으로 바꿔야 할 때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우리 산하가 헐벗고 굶주리고 척박한 시절, 억척같은 생존력으로 뿌리내린 고마운 할머니 같은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구간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도토리 거위벌레가 떨어뜨린 가지 잘린 도토리였다. 걷다 보면 “툭툭”하고 나뭇가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심지어 머리 위로 뚝 떨어지며 꿀밤을 놓는 경우도 있다. 이 녀석은 산란할 때가 되면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는다. 도토리가 3분의 1 정도 자랐을 때 도토리 아랫부분에 주둥이로 구멍을 낸 뒤 알을 낳는다. 도토리가 다 익으면 딱딱해져 구멍을 뚫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산란하는 것이다.
알을 낳은 뒤, 도토리만 떨어뜨리면 충격으로 알이 손상될 수 있기에 잎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째 잘라 낙하산이 펴지듯 완충작용을 하도록 한다. 모성애로 자식들을 세상 밖으로 보내는 셈이다. 이 유충은 도토리를 먹고 있다가 3주일이 지나면 도토리를 뚫고 나와 땅속에 들어가 겨울나기를 한다.
모성애는 놀랍지만, 최근 생태계를 교란하는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구 온난화로 동면하는 애벌레의 생존율이 지나치게 높아져 도토리 피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람마저 도토리를 주워 간다면 숲속 동물들은 정말 먹고 살 것이 없어진다. 산행 후 막걸리에 도토리묵 안주, 참 좋은 궁합이지만 정말 산을 사랑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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