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뜨거운 감자’···미국 환율보고서의 ‘딜레마’읽음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형주의 세계경제 돋보기]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뜨거운 감자’···미국 환율보고서의 ‘딜레마’

미국 환율보고서 발간 시즌이 돌아왔다. 미 재무부가 매년 4월, 10월 두 차례 발간하는 이 보고서는 주요 교역 상대국들의 외환시장 개입 수준, 대미 무역수지 규모, 각국의 경상수지 상황 등을 분석해 해당국에 대한 정책적 대응 수준을 결정한다.

다행히 지난 3년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등 몇 개국이 관찰대상국 리스트에만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 발간 시즌이 되면 늘 국제금융시장이 들썩인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미·중 무역갈등이 한창 격화된 상황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더욱 크다. 이 보고서의 첫 출발점이 ‘종합무역법’이었고, 현재도 교역촉진법에 근거를 두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외환시장 왜곡이 미국과의 교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카드인 셈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올 하반기 이후 꾸준히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발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기술적으로, 미국 재무부 실무진이 밝혔듯이, 중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 중 ‘대미 무역수지 규모 200억달러 이상’ 항목 외에는 충족시키는 바가 없기도 하지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 때문이다.

첫 번째 딜레마는 환율조작국으로 제재하더라도 정작 중국 경제에는 실질적인 위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제재는 ‘정부 조달시장 참여 제한’ ‘해당국 투자 시 금융 지원 금지’ ‘무역협정 연계 제재’ ‘IMF를 통한 외환정책 모니터링 강화’ 등 크게 네 가지다. 이 중에서 조달시장 제한이나 무역협정 연계 제재는 EU나 한국처럼 미국 조달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에는 상당한 부담을 주는 제재지만 중국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대중 투자기업에 대한 금융 제한 역시 국제금융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별 실익 없이 오히려 미국 금융회사들에 불리할 수 있다. IMF를 통한 개입 역시 관리환율변동제를 채택한 중국 외환제도 특성상 영향이 제한적이다. 물론 국제금융시장에서 평판이 나빠지고 정책적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에서 부담이 없지는 않겠지만 큰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

두 번째로, 환율조작국 지정 시 미국 기업에 줄 피해가 상당하다. 미 기업들의 대중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는 곧 중국으로부터 이전되는 소득수지 위축, 대중 투자와 연계된 수출 둔화 등이 우려된다. 중국 정부가 굳이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중국 시장 내에서 미국 기업들의 경쟁 조건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이 취하고 있는 관세 인상 등의 여러 보호무역조치들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 관세 환급액 인상, 지급준비율 인하 등 중국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들이 중국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위안화를 절하시켜 수출가격이 내리면서 대미 수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미국 정부는 두 개의 카드를 함께 내놓는 모양새다. 이른바 ‘좋은 경찰, 나쁜 경찰(good cop, bad cop)’ 방식처럼 대통령 등 고위층은 대중 강경 압박을 지속하고, 실무진은 유화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주 환율보고서가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11월 중간선거까지는 상황을 낙관하기도, 비관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시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나쁜 뉴스’보다는 ‘불확실성’이다. 이와 같은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 역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중국 정부가 ‘대미 항전’을 이유로 진행 중이던 구조조정을 되돌리면서 기업 부실, 부채 등 내부의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리스크 요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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