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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중심 재편되는 경제… 기업의 미래는?

입력 : 2018-10-13 03:00:00 수정 : 2018-10-12 2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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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없이 세계 1위 숙박업체된 ‘에어비앤비’ / 자동차 한 대 없이 최고 운송업체 오른 ‘우버’ / 디지털 시대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 속속 등장 / 머신·플랫폼·군중이 만들어낸 급속한 변화 / 기존 기업은 동승할 것인가…사라질 것인가 / 산업 격동의 초기 단계 기업 생존법 모색
앤드루 맥아피, 에릭 브린욜프슨 지음/이한음 옮김/청림출판/1만8000원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앤드루 맥아피, 에릭 브린욜프슨 지음/이한음 옮김/청림출판/1만8000원


삼성은 스마트폰 시대 초창기에 내놓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잇달아 인기를 끌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전 세계를 주름잡았다. 반면 판매량과 4년 연속 하향세로 이윤은 점점 줄었다. 2016년 총 판매량은 201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 스마트폰은 잘 설계되고 신뢰할 만한 매우 복잡한 기계다. 이런 제품을 만드는 데 엄청난 기술적, 인적 인프라가 필요하기에 삼성 같은 극소수 기업만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기대와 사양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팔아 지속적으로 큰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이익은 플랫폼 제공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2015년 세계 스마트폰 이윤의 91%를 애플이 차지했다는 추정치가 나왔다. BMO캐피털마켓(BMO Capital Markets)의 분석가 팀 롱(Tim Long)은 2016년 3분기에 모든 휴대기기 제조업체들 중 애플의 영업이익률이 103.9%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삼성만 0.9%였고, 다른 모든 기업은 손해를 보았다.

아이튠스 같은 플랫폼은 스마트 기기 번성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종래 이용하기 어려웠던 개별화한 소비자들 행태에 부응했고, 이런 플랫폼은 고객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이 때문에 음악 저작권자 같은 기존 업계는 아이튠스 같은 플랫폼을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왜 그런지 좀 더 알아보자. 종전 음악 10여곡을 CD에 구워서 팔 때보다, 1곡씩 쪼개서 팔면 이익이 훨씬 많다. 아울러 시간과 노력, 즉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배송 비용은 거의 ‘0’이다. CD를 쪼개 1곡씩 노래를 팔아도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의 경제학이다.

디지털 시대 변화의 동력은 ‘기계(머신), 플랫폼, 군중(크라우드)’이다. 최첨단 기업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조차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가 만들어내는 빠른 변화에 놀라고 있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동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제품 vs 거대한 플랫폼’의 조합이다. 플랫폼은 속속 새로운 유형의 기업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에어비앤비’는 번듯한 사무실 하나 없이 전 세계 1위의 숙박업체가 되었다. 택시회사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한 대 없이 세계 최고의 운송업체로 등극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소매업체라는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아예 없다. 그렇지만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는 2016년 매출 1800억달러였으나, 알리바바는 5000억달러가 넘었다. 월마트는 1억5000만㎞의 배송길이와 22만대의 대형 냉동 트럭을 보유한 세계 최대 소매상인데도 알리바바 매출과 비교하면 형편없다.

애플은 삼성과 휴대전화 전쟁을 치르고 난 뒤, 다시 휴대전화 업계 1위가 되었다. 이는 휴대전화 기기 자체의 판매량보다는 플랫폼에 기반한 앱 매출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인터넷 관련 기술은 지난 20년간 다양한 산업을 붕괴시키고 탄생시켰다. 네트워크 연결 상품은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커진다. 반면 종래 기업들은 디지털 정보재의 무료, 완전성, 즉시성을 갖추지 못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코닥 같은 전통 제조기업 몰락과 비슷한 시기에 세계 정상권으로 도약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모두 ‘플랫폼 기업’이다. 전통 기업 대표주자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15년 신제품 제빙기 판촉을 위해 전통 마케팅 대신,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커뮤니티인 ‘인디고고’를 활용해 성공했다.

경제는 이제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발판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 과거의 유물로 사라질 것인가.

저자들은 이 책에서 기존 기업들이 어떻게 생산물과 플랫폼을 결합하여 변화해야 할지를 제시한다. 우선 ‘핵심 역량 vs 군중(크라우드)’이다. 기술의 발달로 네트워크가 촘촘해지고 플랫폼이 탄탄해지면서 군중은 점점 더 강한 힘을 갖게 된다. 완전히 분산된 커뮤니티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비트코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화폐는 분산된 대중 즉, 크라우드의 전형이다. 전 세계 군중이 공유하는 가치를 지닌 상품 및 서비스가 창조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세계적 경영사상가인 MIT의 앤드루 맥아피와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이 책에서 산업 격동의 초기 단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일러준다.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를 이해하는 기업만이 미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

“탁월한 기업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컴퓨터과학자 앨런 케이(Alan Kay)의 위대한 조언을 따르는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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