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 플랫폼 크라우드 / 앤드루 맥아피·에릭 브린욜프슨 지음 /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펴냄 / 1만8000원

첫 번째 이정표 이야기부터. 경험에 의존하는 인간 바둑기사도 바둑의 복잡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경험법칙을 뛰어넘어 바둑 하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이를 해결한 게 머신러닝이다. 2016년 3월,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국해 거둔 승리는 인류의 바둑기사가 인공지능을 이긴 마지막 사례로 기록됐다.
두 번째 이정표는 자산에 관한 것이다. 2015년 3월, 전략가 톰 굿윈은 이런 칼럼을 썼다. 세계 최대의 택시회사인 우버는 소유한 자동차가 한 대도 없고, 세계 최대의 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고, 세계 최대의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전혀 가지지 않았다고. 놀라운 신생 기업들의 성공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이정표는 군중(crowd)이다. 2015년 거인 기업 GE는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한 제빙기를 만들고, 인디고고 사이트를 통해 제빙기 판촉 행사를 했다. 399달러씩 모금한 이 프로젝트는 일주일 만에 수천 명이 동참해 130만달러를 모았다. GE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많은 고객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제빙기 시장도 찾아냈다.
'트리플 레볼루션의 시대'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기계에 밀려날 것인가. 기업은 과거 유물이 되는가. 전문가는 사라질 것인가. 대답은 '아니요'다.

실리콘밸리 유니콘(10억달러 이상 가치의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몰락은 일견 혼란스럽고 무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기계, 플랫폼, 군중이라는 세 가지 렌즈를 들이대면 혼돈 속에서 질서가 보이고 복잡성은 더 단순해진다고 주장한다. 미래에 성공하는 기업은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마음과 기계, 생산물과 플랫폼, 핵심 역량과 군중을 결합하는 기업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보건의료, 교통, 소매 등 다양한 영역에서 놀라운 인공지능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가 사업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할 때, 번창과 생존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하는 책이다. 어떤 미래도 결정돼 있지 않다는 낙관론자인 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기계, 플랫폼, 군중은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권력과 부를 집중시킬 수도 있고, 의사결정과 재산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기술의 힘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의 미래 가능성도 늘어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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