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자들 "황교익 불고기 어원설, 매우 일방적"

입력 2018. 10. 12. 14:09 수정 2018. 10. 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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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슈섹션] 불고기의 어원이 일본어 ‘야키니쿠’라고 주장한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을 두고 국어학자들 다수가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국어학자는 “불고기는 야키니쿠의 번안어”라는 황교익의 주장이 “아주 엉터리다”라고 표현했다. 매체는 황교익의 불고기 관련 발언과 주장을 지적하면서 국어학자들의 견해를 부연해 설명했다.

황교익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한국어에서의 음식명 짓기의 원칙은 ‘재료+조리법’이다. 떡+볶이, 제육+볶음, 감자+튀김 등 이는 목적어+동사로 문장을 만드는 알타이어계의 언어구조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불고기는 이런 한국어 언어구조에서 벗어난다. 불(조리법)+고기(재료)다. 물론 찜닭이나 볶음밥 등 ‘조리법+재료’으로 조어된 합성어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이며, 변칙의 예일 뿐”이라고 적었다.

이 주장에 대해 김무림 강릉원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일단 불고기에서 불은 조리법 자체가 아니라 ‘조리에 쓰이는 재료’라고 봐야한다. ‘불고기’에 ‘굽다’ 등 동사가 아닌 명사 ‘불’이 쓰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무림 교수가 이와 함께 든 예는 ‘물회’다. 그는 “물과 회의 합성어인 이 단어에서 ‘물’ 자체는 ‘물로 씻었다’ 등 조리 방식이 아니라 ‘물을 재료 삼아 조리했다’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양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황교익의 주장이 “매우 일방적”이라고 반박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양진 교수 역시 “불고기의 ‘불’은 ‘불을 사용하는 (조리)방식’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교수는 간장게장, 만두전골을 예로 들면서 “특정 재료를 사용한 조리 방식을 단어 구성에 사용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해설했다. 김무림 교수와 김양진 교수 모두 이같은 방식의 단어 생성은 한국어에서 흔하게 발견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국어학자들은 또 황교익이 ‘한국어는 알타이어계 언어구조’라고 강조한 것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황교익이 ‘불고기’라는 표현이 일제시대에 등장하기 때문에 ‘야키니쿠’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 원로 국어학자은 “불고기는 옛 문헌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사전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불고기’라는 말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불고기가 1945년 광복 이전 평양(넓게는 평안도) 지역에서만 쓰이던 방언”이라고 주장했다.

김지형 경희사이버대 한국어문화학과 교수도 “불고기가 사전에 등재되기 전인 1938년 가수 박향림(1921~1946)이 부른 ‘오빠는 풍각쟁이야’에도 ‘떡볶이’와 함께 ‘불고기’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형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1931년 2월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한 연재소설에는 불고기라는 표현이 나온다.

‘불고기’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 이후의 것들만 기록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국어학자들은 기록보다 앞서 말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또 황교익이 “불고기가 야키니쿠의 번안이라는 사실을 김윤경 선생의 인터뷰에서 확인하고 정신적 충격이 컸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황교익의 해석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김양진 교수는 “김윤경 선생은 일본어보다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잘 쓰지 않았던 우리말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판단된다”라며 황교익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지형 교수도 “김윤경 선생의 언급은 외국어를 순 우리말로 대체하는 것, 즉 국어 순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지 이 언급 자체가 불고기가 ‘야키니쿠’의 번안어라는 근거는 될 수 없다”고 했다.

김양진 교수는 또 “‘야키니쿠’는 단어 구성상 우리말로 옮기면 불고기가 아닌 ‘고기구이’가 적합하고 실제로 그러한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황교익의 주장이 옳으려면 적절한 번역어 ‘고기구이’가 있음에도 굳이 ‘불고기’로 번역을 했어야 하는 이유가 타당해야 하고 ‘고기구이’와 ‘불고기’가 유의어로 경쟁하지 않고 별개의 단어로 공존하고 있는 언어 현실이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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