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추락 LG, 기형적 '왕실장' 체제 개혁 없인 미래 없다

성환희 입력 2018. 10. 12. 07:04 수정 2018. 10. 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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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추락으로 가을야구 목전에서 퇴장한 LG가 전면 새판짜기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코칭스태프 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구단이 사장과 단장을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반면 LG는 그 사이에 경영지원실장이란 존재가 있는데 문제는 일부 구단의 비슷한 보직 인사가 구단 살림에 전념하는 것과 달리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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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맨 왼쪽) LG 트윈스 경영지원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역대급 추락으로 가을야구 목전에서 퇴장한 LG가 전면 새판짜기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코칭스태프 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류중일 감독으로 바뀌면서도 양상문 감독 재임 시절 파트별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리를 지켰던 일부 코치들은 더 이상 팬들을 납득시킬 명분이 사라졌다.

LG의 처절한 실패의 근원은 기형적인 컨트롤타워에 있다. 대부분의 구단이 사장과 단장을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반면 LG는 그 사이에 경영지원실장이란 존재가 있는데 문제는 일부 구단의 비슷한 보직 인사가 구단 살림에 전념하는 것과 달리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신문범 사장과 양상문 단장이 외형상 야구단의 수뇌부지만 2016년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지원실장 보직을 자처한 진혁(47) 상무가 실질적으로 야구단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 운영 부문과 경영 일반 부문을 이원화하여 구단 운영의 전문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인사권과 경영권을 독점하고 있는 진 실장 체제에서 단장에게 주어진 건 허울뿐인 완장이었다. 구단 내 결재권은 신 사장에게 있지만 ‘결정권’은 양 단장이 아닌 진 실장에게 있는 셈이다. 감독 선임도, 선수 영입도, 코칭스태프 개편도 ‘경영지원실장’의 손을 거쳐야 하는 독특한 구조다.

LG는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감독과 단장이 교체됐고 베테랑과의 불화로 팬들의 원성을 샀으며 올 시즌도 초라한 성적으로 마감했지만 모든 비난의 화살이 단장ㆍ감독에게 꽂힐 때도 구단 운영을 주도해 온 진 실장의 존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심지어 불미스러운 사고가 터져도 구단 대표이사 명의로 보도자료가 나가고, 단장은 해명 인터뷰로 몸살을 앓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진 실장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진 실장은 2013년 LG 감사(경영진단) 팀의 일원으로 대대적인 야구단 감사를 통해 인적 물갈이를 주도한 인물이다. 본보 취재 결과 당시 감사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적발된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일부 계약직 직원과 전직 코치를 회유, ‘털어서 먼지를 내’ 직원들을 대거 내쫓고 자신이 야구단의 경영기획팀장을 맡아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눌러 앉았다. 그러더니 LG그룹 전 계열사를 통틀어서도 이례적으로 부장 4년 만에 임원까지 올랐다. ‘비야구인 실장’이 임원이 되면서 구단을 장악하다 보니 현장과 밀접한 운영과 홍보는 입지가 좁아진 반면 마케팅과 경영 조직은 방만해졌다. 팀 성적을 위해 프런트가 온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본말이 전도된 구단 행정, 한 사람을 향한 불신 또는 복지부동에 어찌 보면 LG의 추락은 예견된 일이다.

진 실장의 승승장구와 독재는 구본준 구단주의 비호 아래 묵인돼 왔다는 것이 LG 내부 정설이다. 연말 그룹에서 공식 퇴임하는 구본준 구단주는 야구단도 손을 뗄 것이 기정사실이다. 진 실장도 권력을 내려 놓고 본분에 충실하든지, 아니면 ‘옥상옥’ 수뇌부 체제를 해체하고 전면에 나서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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