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남북 군사합의 이틀전에서야 DMZ 비행금지 알았다

이철재.이근평 입력 2018. 10. 12. 01:00 수정 2018. 10. 1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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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본국 긴급보고 했지만
미 정부 충분한 검토 시간 못 가져
"폼페이오, 비행금지구역에 분노"

평양회담 2일 전 군사합의 미군 통보 … 폼페이오가 강경화에게 화낸 이유?
육군이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 내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작업을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열쇠부대) 인근에서 시작했다. 장병들이 지뢰탐지 및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가 지난달 18~20일 평양 정상회담 직전에야 남북간군사분야 합의서의 주요 내용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11일 “국방부가 지난달 16일께 주한미군 측에 군사분야 합의서의 주요 내용을 브리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러 평양으로 떠나기 이틀 전이다. 이 소식통은 “국방부는 당시 주한미군 측에 ‘군사분야 합의서 문구를 놓고 남북이 막판까지 줄다리기하면서 늦게 알려줬다’는 취지로 유감의 뜻도 아울러 전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론쪽)이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마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서울 모처에서 만나고 있다. 외교부는 두 장관이 만찬 협의를 갖고, 폼페오 장관의 금번 방북결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은 국방부의 브리핑을 본국에 긴급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을 사전에 검토할 시간이 충분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정상회담 이전 전화 통화에서 (남북 군사 분야 합의를 놓고) 충분한 브리핑을 못 받은 상황에서 여러 질문이 있었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 군사합의서를 문제 삼았음을 인정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에게 전화로 군사분야 합의서를 거론한 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데 대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고 보도했다. 비행금지구역은 MDL 일대 상공에서 종류에 관계없이 남북 군용기의 비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으로, 주한미군 군용기도 예외 없이 포함됐다.
지난달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가운데 왼쪽)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는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해 미군과 충분한 협의를 했다고 발표해 왔다. 군사분야 합의서가 체결됐던 지난달 19일 “주한미군 측과 52차례 협의했다. 유엔군사령부도 (군사분야 합의서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이 통화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한국 측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막판 합의 내용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고, 남북한 군비통제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난달 13일 남북이 군사실무회담을 열었지만 난항이 계속돼 다음 날 새벽에 끝났다”며 “지난달 19일 군사합의서 발표 직전까지 남북이 계속 물밑접촉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에게 설명할 겨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군 당국은 특히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한다. MDL 가까이서 미군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한 것은 주한미군의 작전을 방해할 수 있고, 대북대비 태세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미국 정부 당국자가 비공식적으로 “(MDL 인근에 있는 한ㆍ미 연합 기지인) 캠프 보니파스에 환자가 생겨 더스트오프(긴급의료후송 헬기)를 띄울 때마다 북한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고 문의해 이같은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중앙일보 9월 27일자 6면 참조>.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펜타곤(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은 동맹인 한국과 함께 철저히 검토ㆍ논의하겠다’는 크리스토퍼 로건 대변인의 발언이 전부”라며 “환영한다는 공식 발표는 아직까지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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