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여 편 연극을 했지만, 여전히 무대에서 변화가 필요했다.”
배우 남동진(47)은 키 165㎝의 체구다. 배우가 안됐다면 보통 사람들처럼 스쳐갔을 거다. 평범한 얼굴은 무대에서 무기(武器)가 됐다. 등장인물을 내면으로 채우고 담아내는 연기의 화력으로 무대를 진공시키는 배우다. 돋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은 역할에 집중하면서 변화되고 달라진다. 말투는 편안하고, 인물을 담아내는 배우의 심연은 등장인물의 속살을 비춘다. 지난해 선돌극장에서 초연으로 공연 된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에서 주인공 빼뜨르 역할을 맡았다. 배우가 인물에 집중하다보면 연기가 과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다. 등장하는 장면에서 상대배우와 감정을 결을 따라가다 보면 내면으로 흐르는 전류를 조절을 못할 때가 있다. 배우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다. 감정은 과해지고 인물은 왜소하거나 비대해 지면서 역할을 비켜가는 경우가 있다.
남동진은 무대에서 서두르지 않았다. 연기를 한다는 것 보다는 상대 배우가 뱉어내는 말과 움직임 그리고 장면에 정직하게 적응하고 반응했다. 인물로 무대에서 숨을 쉬고 살아가는 것이 편안했다. 내면의 감정이 풍선처럼 팽창되어도 공기를 쉽게 빼지 않았다. 등장인물로 감정을 쏟아 부어야 할 때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마음을 채우고 기다렸다. 무대라는 거대한 인간의 심연(深淵)세계를 내면의 침묵으로 채우고 연기 화력을 점화할 장면에 집중했다. 무대에서 들어내지 않음으로써 감정을 쏟아내는 종점에서 뱉어내는 그의 연기는 자국을 깊게 남겼다. 작품을 본 것은 두 편이 전부다. 배심원 3번 역할을 맡은 ‘12인의 성난 사람들’ 무대에서는 “연기를 잘한다” 생각했고, ‘일상광기의 이야기’에서는 인물은 살아있고, 내면의 움직임은 강렬했다. 연극무대를 거친 배우들이 TV·영화에서 종횡무진하며 존재감을 들어내고 있는 현실에서 배우 남동진은 비밀상자 같다.
극단 반 창단공연 연극 ‘바라해라’(1998)를 하면서 단원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도에는 극단 프로젝트 아일랜드를 창단했다. 배우 최무인과 연출 서지혜가 탑승했다. 연출은 섬세했고, 무대에서 통했다. 작품 준비를 하면서 작품 배경이 되는 남아공도 답사를 했고, 작품 ‘아일랜드’를 다른 시작에서 접근했다. 초연공연 아일랜드 반향은 컸다. 80년대 초연과는 다른 해석으로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연기는 안정되고 있었고 메시지는 강했다. 일본무대에서 후한 평가를 해줬다. 삿포로 극장전에서는 아일랜드로 대상을 받았고, 북해도 연극재단 올해의 대상을 수상했다. 밀양연극제(2012년)에는 ‘아일랜드’ 로 배우 최무인과 남자연기상을 공동 수상하면서 아일랜드 작품농사는 풍년이 됐다. 남동진은 2002년도에 밀양연극제에서 ‘예외와 관습’으로 연기상을 받아 이례적으로 두 번을 받게 됐다.

올해 서울연극제에서는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로 남자연기상을 수상하면서 또 한번 배우 남동진을 각인시켰다. ‘일상의 광기에 관한 이야기’는 장면을 파고드는 연출의 시선과 연기가 호평을 받으면서 올해 서울연극제에서는(연출상, 연기상 2명, 관객평가단 인기상) 4관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길음동 극단 프로젝트 아일랜드 연습실로 향했다.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연습실은 11월 4일까지 개최되는 ‘서울국제공연에술제’(SPAF)에 참가하는 재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배우들과 스텝들이 작품회의를 하는 33평의 연습실 열기는 긴장감 있는 온기로 채웠다.
서지혜 연출이 장면의 방향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면 의견과 감정을 얘기하며 수정을 반복해 나갔다. 이르지와 빼뜨르의 마지막 장면이 시작됐다. 배우 최무인은 빼뜨르를 향해 “많은 사람들은 미쳤다고들 말하지만, 완전히 정상이라 게 그들의 비밀이지” 대사를 반복하면서 의미를 새롭게 찾고 있는게 진지했다. 알리제 역할을 맡은 배우 임정은은 대사를 표현하면서 “인물의 마음이 슬프게 들려 울컥할 것 같다” 고 말했다. 종이박스와 공연 소품, 마네킹으로 채워진 연습에서 배우들은 동작하나에 웃음이 터지고 연출소리에 진지했다. 30분 정도 장면 연습을 보고 난후에 남동진과 연습실 한편에 마주 앉았다. 표정은 평범했고, 한마디에 진심을 담았다.
-재공연인데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연습이 뜨겁다. 매번 같은 대사와 장면을 가지고 연습 할 텐데... 분위기가 첫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매번 다른 것들을 찾아야 한다.(웃음) 배우는 늘 새로운 것을 찾지 않으면 무대에서 새롭고 신선해 질 수 없다. 이번 공연으로 인물마다 광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공연을 하면서 놓친 것들이 새롭게 보이고 대사의 의미들이 섬세하게 와 닿는다. 빼뜨르는 주변 인물의 광기를 받아들이면서 인간의 소외와 결핍 그리고 고독과 마주하면서 광기를 흡수하는 인물이다. 이번 연습은 대사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면서 각 인물이 가지고 있는 소외와 결핍 그리고 고독과 광기의 이면을 다시 분석해 보고 장면으로 적용해 보고 있다. 서지혜 연출도 전작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에 작품의 미세한 변화가 많다. 배우는 그 변화된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교감하다보니까 연출적인 부분에서 ‘광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디테일하게 연구해 보고 있다.

-선돌극장 초연무대는 장면의 밀도가 섬세했고, 배우들 연기도 활력이 있었다. 아르코 소극장에서의 무대도 장면으로 분할해 이야기를 압축해 끌고나가는 것이 돋보였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를 향해 던지는 것은?
인간의 소외와 고독, 그리고 광기다. 빼뜨르는 사랑의 결핍자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소외되고 고독하며 내면은 깨지고 갈라져 있다. 이러한 내면들이 광기로 자라난다. 일반적으로는 미친짓들 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일 수 있다. 모우카의 결핍은 결국 마네킹(에바)와 사랑을 하게 된다. 인간의 고독과 쓸쓸함의 현상들이다. 아버지의 외로움과 고독은 실비에를 만나면서 변화된다. 빼뜨르는 각 인물들의 소외와 슬픔들을 마주하면서 광기들을 흡수하게 된다. 마주 보면서 엄마의 입장도 이해하게 된다. 이르지 대사에 “미친다는 것은 완전한 자유를 말하니까”라는 말이 있다. 자유로울 수 있는 미친짖 이란 것이 무엇이고, 인간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해소 하고 있는지를 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극단 프로젝트 아일랜드가 창단되고 관객들 시선과 평단의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두 번째 공연으로 서울연극제에서 4관왕을 했다. 작품 성공에 자신감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솔직히 빼뜨르 인물에 매력이 없었다. 반대로 모우카는 매력적이었다. 변태적이고,..(웃음) 재미있어 보였다. 연출과 지인들이 인물하고 잘 맞는다는 얘기를 했다. 속으로 그런가하면서 대본을 읽었다. 인물을 찾아 가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연기스타일을 찾기 위해 시도를 많이 했다. 시트콤과 미드도 많이 봤다. 코미디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어떻게 연기를 했을 때 인물에 코믹함이 들어날지 궁금했다. 이 작품은 블랙코미디 같다. 연출과 동료 배우들이 던져주는 얘기에서도 인물창조가 많이된 것 같다.”
-연기가 정직하면서도 단단하다. 대사의 힘도 좋다. 뭐라고 말할까. 무대에서 들어내지 다가도 결정적인 장면에서 인물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 같다.
(웃음)단단하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12인의 성난 사람들’ 공연을 하면서도 3번 배심원은 처음에 들어 나질 않는다. 배심원들이 점차 살인죄를 쓰고 있는 가해자한테 배심원들의 판결이 달라지면서 3번 배심원의 감정 상태가 서서히 변화된다. 연기가 처음에는 들어나지 않다가도 어느 순간에 감정의 정점으로 끌어 올린다. 감정의 저음과 고음을 들어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배우’는 평생을 무대에서 잠시 스쳐가는 인간의 마음을 채우고 덜어 내야하는 수행의 연속이다. 배움과 채움으로 배우로 내려서야 할 종점을 향해 터널을 묵묵하게 걷고, 달려가는 것뿐이다. 역할을 어떻게 접근하고 찾아가나?
“일상에서 찾는다. ‘남동진 이라면 이인물이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한다. 그 인물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감정을 확장해 나가고 모든 것을 찾아 간다. 구체적으로 특이한 것들을 찾고 발견하려고 한다. 인물이 안 풀릴 때는 거꾸로 되짚어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인물은 그 작품의 삶에서 던지는 마지막 감정이 있다. 인물은 그 감정의 종점을 향해 다가서는 거다. 마지막 감정을 거꾸로 생각하면서 적용해 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 감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면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이미지, 움직임, 감정 등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그려보고 적용하는 연습을 반복하고 훈련하면서 인물이 되려고 노력한다.”
-배우의 종점은 무(無)의 세계다. 명장처럼 분야를 마스터 했다고 붙여주는 훈장도 없다. 인간과 삶을 표현하는 배우의 세계는 종점이 없다. 그만큼 인간을 표현하는 배우라는 직업은 고통스럽다. 왜 연극을 하게 됐나?
성격이 내성적이다. 아버지 권유로 시작을 했다. 성격을 바꾸라고 하셔서 연기를 배우게 됐다. 외향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는데 아버지가 후회하신다. 군대 가기 전까지 박장렬 연출과 1991년도에 ‘노마의 발견’이라는 아동극을 했다. 국군홍보관리소에서는 영화를 했다. 제대 후에는 아동·청소년극을 많이 하면서 무대 경험을 넓혔다.
-외모는 평범한데 무대에서는 인물이 도드라진다. 대사는 절제되어 있고, 움직임의 폭도 크지 않는데 인물의 내면을 실어내는 화력이 있다. 소리는 미성에 가깝지만 뱉어낼 때는 감정의 무게감을 실어낸다. 연기가 정․중․동의 경계를 자유롭게 움직인다.
20대에는 여성스럽고 소심하고 내성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30대 때 ‘한 여름 밤의 꿈’ 작품을 하면서 딜레마가 있었다. 노동자 역할을 맡아도 목소리가 미성으로 나왔다. 소리 변화를 주려고 시도를 많이 했다. 연습실에서 공연 1시간 전에 목을 망가트렸다. 소리를 거칠게 했다. 바꿔보려고 했다. 김도후 연출가하고 ‘정선아리랑’ 창극을 공연한 적이 있다. 작품에서 강하고 남성적인 것을 원했다. 그때부터 소리가 확장이 된 것 같다. 그때부터 쌘 연기를 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을 거치면서 소리가 섞여져 나오게 됐다. 이때부터 연기의 감이 오기 시작했다. 연기의 경계가 자유롭게 움직였다. 아일랜드 작품을 하면서도 소리를 통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오고갈 수 있는 공부를 하게 됐다.
-요즘은 공중파, 지상파 그리고 각 종편채널에서 TV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일상의 평범한 캐릭터가 드라마를 하면 TV연기하고 잘 맞을 것 같다. 남동진의 연기는 김갑수, 기국서, 최일화 배우 연기처럼 역할의 흡수가 빠르고 평범하면서도 강렬할 것 같다.
TV 연기는 해보고 싶다. 외모가 조금 평범해 보일 수 있는데 오히려 주어진 역할을 표현할 때는 장점이 된다. 배우는 이미지를 창조하고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물론, 매체는 일상의 캐릭터를 그대로 역할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상할 수 있다. 요즘은 외형보다는 연기의 내면으로 인물을 창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히려 다양한 인물을 담고 표현할 수 있는 무채색의 얼굴에 다양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남동진 이라는 배우를 믿고 쓰는 TV드라마가 있다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자신은 있다. 모든 배역에 채색이 가능할 수 있다. 다 그려낼 수 있다.
-배우로 도전해 보고 싶은 배역이 있나?
배우로 소화하기 어려운 인물에 접근해 보고 싶다. 젊었을 때 ‘리어’를 했다. 나이 들어서 리어로 배우의 정점을 찍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국립극장에서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 해 기념공연으로 라이브 영상(NT Live)으로 리어왕을 봤다. 작품은 감동스러웠고, 배우 사이먼 에셀 빌의 연기는 치밀했다. 저 나이에 흔들림 없는 배우의 에너지와 연기를 섬세하게 파고 들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극단 ‘반’ 창단공연 연극 ‘바라해라’(1998)를 하면서 단원생활을 했다. 1991년도 청소년 뮤지컬 ‘우리로 서는 소리’(명진 역)로 데뷔하면서 올해로 데뷔 경력 28년차 배우다. 64편의 연극을 했고, 극단 ‘반’ 대표도 했다. 극단 살림살이를 맡으면서 배우로 극단 대표로 활동을 했지만 배우로 연기의 변화가 필요해 프로젝트 아일랜드(2012)를 창단했다.
무대에서 더 살아 숨 쉬는 배우로 살고 싶었다. 연기의 변화도 필요 했고, 배우로 체질 개선도 필요했다. 연극집단 반은 박장렬 연출하고 마음이 잘 맞았고 그 이전에도 작품을 같이해 와서 창단을 했다. 단원들이 젊어서 에너지가 강했다. 그 다음해는 박용 선배 하고도 작품을 했는데 영감(靈感)을 많이 받았다. 20년 동안 극단 반에서 생활을 하면서 연기술의 다양성과 즉흥성을 시도하고 배우표현의 체계를 잡은 곳이다. 인물 창조의 방법과 다양한 배우훈련들을 응용하고 시도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배우로 욕심을 내고 싶은 작품이 있었다. 아놀드 후가드 작 ‘아일랜드’ 였다. 인간의 인종차별을 다룬 이 작품은 80년대 후반 실험극장에서 초연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작품을 다시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그 작품을 왜 해?” 라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2012년도에 프로젝트 아일랜드는 서지혜 최무인, 남동진 세 명이 주축되어 연극 아일랜드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 그 시기에 배우로 혼란스러웠다. 발전하기 위해서 새로운 인물에 도전하고 싶었다. ‘하고 싶었던 작품이 무엇 이였을까? 내가 하고 싶었던 작품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 작품이 아일랜드였다. 주변에서는 왜 하냐고 우려했다. 작품 배경이 되는 남아공 아프리카도 달려갔다. 국가의 현장은 감동스러웠다. 이 작품은 단순하게 인종차별에 대한 얘기만을 다루는 건 아니다. “인간은 타인에 대한 책임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닐슨 만델다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대본이 나온다. 이 한마디 문장에 끌렸다. 이 말을 작품으로 녹여내고 풀어낸 것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단 아일랜드를 창단하고 두 작품(아일랜드, 일상의 광기에 광한 이야기)으로 일본과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대상, 연출상, 연기상을 받았다.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나?
약간의 기대는 했다. 워낙 작품이 잘 나왔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서지혜 연출이 희곡을 발견해서 시작된 연극이었다. 서지혜 연출 가능성만 보고 좋은 배우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 연출도 섬세했고 공연 끝난 후에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셨다. 관객평가단 상은 의미가 컸다. 관객들이 바라보는 시선으로만 작품평가를 해주셨다는 것과 심사위원 평가 시선과 같았다는 점에서 좋았다. 연기상(빼뜨르)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주변 인물을 통해서 감정이 흡수된다. 상을 받던 자리에서 “제 연기에 많은 영감을 주셨기 때문에 빼뜨르를 표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배님들한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극 아일랜드의 반향을 컸다. 연극 프로젝트 아일랜드 단원 조합이 배우 최무인·남동진 그리고 서지혜 연출이다.
서지혜 연출하고는 극단 반에서 단원생활을 같이 했다. 연출은 작품을 중요하게 여긴다. 무대에서 무엇을 얘기할지를 고민을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하는 연출가다. 특히 인간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연극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최무인 선배는 2011년도에 극단 가변이 연말에 ‘숙주’ 공연을 했다. 신명순 작가의 전하라는 작품을 각색한 작품으로 기억한다. 혜화동 3기 동인들이 이때는 작품을 봐주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 때 최무인 배우를 처음 봤는데 연기가 뜨거웠고 눈이 빛났다.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연출하고 학교 선후배 관계고 작품으로 통하는 게 있어서 아일랜드를 하게 됐다. 초반에는 서로 몰라서 작품 때문에 하고 싶은 얘기는 술 먹으면서도 많이 했고 그 자리에서 다 털어냈다. 싸우지를 않는다. 6년 됐는데 서로에 대한 스타일을 존중하고 작품으로 공감하려고 한다.
-배우 남동진이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가?
“강애심 배우다. 무대에서 일상에서도 성실한 배우다. 열심히 하시고 부지런 하시다. 인물을 찾아가는 방법도 기분 좋게 찾아가니까 연습을 하면서도 활력이 넘친다. 장면의 분위기 유쾌하게 만들 줄 알고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 내는 배우다. 강애심 배우와 함께 하면 작품도 살고 분위기도 살아난다.”
-이번 2018서울국제 공연예술제(SPAF)에 초청되는 공연은 10월26일부터 28일까지 아르코소극장에서 공연된다. 26일 공연은 매진이라고 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이 놓치지 말고 봐야 할 장면들을 얘기해 달다.
장면 전체가 너무 좋아서 딱 꼬집어 얘기 할 수 없다. TV속에서 인물들이 다들 미쳐서 광기의 춤을 추는 장면도 잊을 수 없다. 인물들이 내면의 광기로 살아가는 각자의 사연들이 다 있다. 그들의 결핍과 소외, 내면의 광기들이 왜 현대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이 작품을 통해서 각자의 시선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끝내고는 단원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극단 프로젝트 아일랜드 연습실은 지난해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연습이 들어가면서 마련됐다. 배우와 단원들이 실내 공사를 하고 방음시설도 했다. 서지혜 연출은 “그때 공사를 한 배우와 단원들 이름을 벽에 적어놨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어렵게 마련하고 땀으로 극단의 흔적을 만든 이름들을 잊지 않고 작품을 하겠다는 각오로 들렸다. 연습실 운영비(임대료)는 배우들이 10만원씩 마련해서 충당했다. 얘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단원들과 호프 한 잔을 마시게 됐다. 배우 남동진은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았고 단원들은 믿음이 확고해 보였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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