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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피플]'동주'·'너의 결혼식'…흥행의 중심엔 그가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정세 본부장 "데이터가 늘 옳은 것은 아냐"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제작 규모의 쏠림 현상과 남성 중심 서사 작품들의 범람은 최근 한국영화계가 직면한 문제들로 손꼽혔다. '천만 영화' 타이틀은 대규모 상업 영화의 성공을 의미하는 수식어가 됐다. 출중한 연기력의 여성 배우들은 비슷한 실력·연령대의 남성 배우들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수의 시나리오를 받고, 그마저도 대상화된 역할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결국 한국영화 생태계의 건강한 존립을 위협하는 허물로 언급돼왔다.

하지만 이런 논란들을 균형 있게 비켜가며 영화 흥행의 새로운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는 투자배급사가 있다. 여성 주연 영화들은 물론이고, 중급 예산 작품들의 '반전 흥행'을 일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제작사에서 공력을 쌓고 전신인 씨너스엔터테인먼트를 거쳐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사업본부에서 활약 중인 이정세 본부장이 있다.

지난 2014년 씨너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합병한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2014년 개봉작 '제보자', 2015년 '워킹걸' '미쓰와이프'를 거쳐 2015년 초 상징적 성공을 거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로 영화 산업계에 또렷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더는 놀랍지 않게 된 충무로에서 '동주'는 5억원 대 제작비로 완성된 작품이다. 충무로에서 처음으로 '민족 시인' 윤동주와 그의 친구 송몽규의 청춘을 담은 영화였다. 117만여 명의 최종 관객수를 기록한 이 흑백 영화의 성과는 자극적 극화나 화려한 미술 고증, 내로라하는 톱스타 없이 영화가 어떻게 유의미한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였다.

마찬가지로 중저예산의 상업 영화 '날, 보러와요'(2016)는 영리한 구성과 반전으로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했고, 106만 명의 총 관객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뒀다. 엄지원, 공효진 주연 '미씽:사라진 여자'(2016)는 손익분기점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두 여성 배우가 온전히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흔치 않은 상업 영화로 주목과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2년 간 보인 성과는 유독 눈부셨다. 투자 배급 혹은 배급을 맡은 영화들 중 대다수가 제작비 대비 큰 수익을 기록했거나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100억 대 거대 예산이 투입된 영화는 최근 추석 시즌 개봉한 '명당' 뿐, '박열'(2017)과 '범죄도시'(2017), '부라더'(2017), '기억의 밤'(2017), '리틀 포레스트'(2018), '덕구'(2018), '너의 결혼식'(2018) 모두 많아야 각 50억 원 이하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이었다. 이 중 '박열'과 '리틀 포레스트'는 각각 최희서와 김태리라는 여성 배우들의 활약을 정면으로 비춘 작품들이기도 했다.

지난 2년 간 보였던 높은 흥행 타율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정세 본부장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내가) 특별히 잘 한 것은 없다. 단지 (영화사업 업무라는 것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님을 분명히 알게 됐을 뿐"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 본부장이 꼽은 순항의 비결은 조직의 평등한 의사결정구조, 그리고 한 해 투자배급작 규모를 적절히 유지했던 선택이다.

"직급의 높낮이에 관계 없이 큰 결정을 다 같이 해요. 작품 선택부터 개봉일, 중요 콘셉트까지 같이 결정하죠. 그렇기 때문에 잘 되더라도, 혹은 안 되더라도 핑계댈 곳이 없어요.(웃음) 하지만 이 과정이 다수결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에요. 소수의 에너지들을 장점화했던 선택도 있었죠. 좋은 결과들이 있었던 또 다른 큰 이유가 있다면,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일 거예요. 제작사가 영화를 잘 만들어 준다면 좋은 영화는, 물론 모두 그렇진 않지만, 인정받게 된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홍보마케팅사 등 관련사들이 한 땀 한 땀 옷 만들듯 영화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 중 소수 구성원들의 지지로 투자 배급이 결정된 케이스를 물었더니, 흥미로운 답이 나왔다. 이언희 감독의 '미씽:사라진 여자',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이준익 감독의 '동주' 등 개봉 당시 영화계에 신선한 환기작용을 해 준 영화들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리틀 포레스트'의 경우 이렇게나 예쁜 영화가 나올 줄 몰랐기 때문에 감동했고, '동주'는 완성본을 본 뒤 15년 모신 이준익 감독에게 처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 참여한 것이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모든 결과치나 완성치를 예상할 수 없잖아요. 다수결은 평균율로 귀결되고 결국 데이터에 기대게 되는데, 관객은 새로운 영화를 좋아하죠. 데이터는 '어제까지의 흔적'이기 때문에 그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일리 있는 논리와 에너지원을 캐치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예를 들면 저는 언젠가부터 포스터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안은 늘 내부 투표 결과에서 꼴찌더라고요.(웃음) 제 감각과 너무 다른 것이 최종으로 선택되고요. 제가 총괄 책임을 맡고 있으니 모든 일을 제가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제 감각으로 따라갈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팩트'죠."

씨네월드와 타이거픽쳐스에서부터 15년을 이어 온 이준익 감독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동주'와 '박열' '변산'까지 이 감독의 최근작들을 연이어 투자배급했다. 초저예산으로 제작돼 흥행을 거둔 '동주'의 성공에는 오랜 기간 쌓아 온 이 본부장과 이준익 감독 사이의 두터운 신뢰도 한 몫을 했다.

"이준익 감독을 15년 모셨는데, 사실 '동주'는 감독님이 저를 도와주신 셈이에요. 제게 큰 선배인 분인데, 굉장히 큰 힘이 되어 주셨죠. 1년에 많은 영화를 하는 투자배급사가 아닌데다 큰 영화를 투자배급한 적도 없는 상황에서 제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영화계에서도 유의미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하고요. '동주'를 준비하시면서, '나라도 이런 길을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리스크가 있다면 작게 찍으면 된다'며, '그럴수록 원래 하고 싶었던 표현을 오롯이 할 수 있다'고 하셨죠. 이준익 감독님은 '요즘 젊은 영화인들이 너무 잘 하는데, 덜 유명하고 기회가 덜 있을 뿐'이라고도 말씀하셨어요. '현장이 너무 좋다'고, '그 곳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도요. '변산'의 흥행은 아쉽게 잘 되지 않았지만, 그 길을 묵묵히 가는 것 역시 존경할만 하다고 생각해요. 늘 많이 배우고 있죠."

'미씽:사라진 여자'와 '국가대표2' '리틀 포레스트'등 여성 배우들이 주연으로 활약한 작품들 역시 많았다. 이정세 본부장은 "'여자 영화'라 생각하기보다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여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인공이 남성으로 바뀌어선 안 될 영화였고, 그렇다면 당연히 여성 주연의 영화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영화의 시장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장담을 할 수는 없어요. 제가 여성 주인공의 영화를 앞으로 얼마나 더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의 이야기인 동시에 사람의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다면 앞으로도 더 좋은 스코어를 낼 여성 주연 영화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해요. 배우 김혜수 주연의 '굿바이 싱글'이나 '차이나타운'도 그랬고, 김다미 주연의 '마녀'도 그랬고요.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에 기대곤 하는데, 과거 여성 영화가 흥행이 잘 되지 않았다 해도 그 데이터가 늘 옳은 것은 아니거든요."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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