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교황 방북 열렬히 환영" 종교 자유 '정상국가' 부각

김지환·정희완 기자 입력 2018. 10. 9. 18:08 수정 2018. 10. 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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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평양서 문 대통령 제안 수락…“비핵화로 평화의 길 메시지”
ㆍ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도 요한 바오로 2세 초청 뜻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오찬을 한 뒤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이야기하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겠다는 뜻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청와대가 9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교황의 평양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했다고 한다.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방북이 성사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 땅을 밟는 첫 번째 교황이 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 유럽 순방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17~18일 교황청 공식 방문 때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교황의 평양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뜻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20일 평양 정상회담 중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 번영에 관심이 많다. 김 위원장이 교황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떤가”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는 청와대 발표 직후 “(김 위원장의 교황 초청을) 대단히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 이 일을 계기로 바티칸 교황청과 북한의 관계가 진전되고 개선되기를 바라며, 한국 천주교회는 더 완전한 평화 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평양 정상회담을 수행했던 김 대주교가 지난달 20일 백두산 천지 주변에서 김 위원장에게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 전달하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허리를 숙이면서 “꼭 좀 전달해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교황 초청 의도는 복합적이다. 김 위원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북한이 평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며,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편입하려 한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주요 계기마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발표해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교황 초청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와 함께 가고, 오래된 고립에서 벗어나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상당히 긍정적인 제스처”라고 말했다.

종교의 자유 등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월 발간한 ‘2017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이 헌법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실제로는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 자체가 그간 문제가 됐던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유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초청 의사를 밝혔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신망받는 교황을 초청하면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이 되고 싶고, 비핵화를 통해 평화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큰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종교의 자유에 대해 개방적 지도자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정희완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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