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담은 그릇… ‘말모이’를 아시나요?

우리말과 한글의 그릇, 사전
역사 따라 발전.. 민족 문화 말살에 이용되기도
‘계집’부터 ‘모던 껄’까지, 시대 변화상도 한눈에
국립한글박물관 ‘사전의 재발견’, 12월25일까지
  • 등록 2018-10-09 오전 6:00:00

    수정 2018-10-09 오전 6:00:00

주시경 선생과 제자들이 주축인 조선광문회가 1910년대에 만든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 출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사진=국립한글박물관)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말은 사람의 특징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다.”

1957년 한글학회가 펴낸 우리말 ‘큰사전’의 머리말이다. 한글은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한 문자이며 사전은 이를 오롯이 담는 큰 그릇이다. 민족 정체성 확립을 위해 국어 연구를 하고 한글로 된 독립신문을 발행하는데 기여한 주시경 선생과 학자들이 개화기의 혼란과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려 힘쓴 이유다.

우리말 사전의 역사는 격동의 근현대사와 발걸음을 같이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말 사전의 기초 형태는 외국인이 만들었다. 19세기 말 한국에 온 외국인 선교사들이 한국어 학습을 위해 발간하기 시작했다. 1880년 프랑스에서 온 파리외방선교회 한국선교단이 편찬한 ‘한불자전’에는 2만7000여개의 우리말 낱말이 실려 있다. 한국어를 올림말로 한 최초의 근대적 이중어사전이다. 수기로 우리말 단어를 하나하나 써가며 뜻을 썼다. 미국 선교사가 만든 ‘한영자전’, 러시아의 지방 관리가 만든 ‘노한사전’ 등은 이후 우리말 문법 연구에 이바지했다.

일제강점기에 사전은 한민족 문화 말살에 이용당하기도 했다. 1920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의 옛 관습과 제도를 조사하는 식민 통치의 일환으로 조선의 해독하기 위해 ‘조선어사전’을 편찬했다. 우리말에 일문으로 간략한 해설을 붙였다. 일본인들이 국문을 검열하거나 조선 옛 문헌을 읽는데 참고서 역할을 했다. 때문에 당시에 주로 쓰던 말이 아닌 고문서 등에나 등장하는 낱말이 많이 등장한다.

우리 국어학자들이 편찬한 최초의 우리말 사전은 1910년대에 주시경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집필한 ‘말모이’다. 결국 출판하지 못했으나 ‘ㄱ’부터 ‘걀죽’까지 수기로 쓴 원고가 남아 있다. 이후 1933년에 조선어학회가 한글 표기법 통일안을 마련하고 1938년에 ‘조선어사전’을 편찬하면서 본격적인 우리말 사전의 등장을 알렸다.

우리말을 집대성하고 체계적 형태로 정리한 최초의 대사전인 ‘큰 사전’은 광복 후에야 등장했다. 16만4125개의 낱말이 실려 있다. 우리 어문생활의 기초를 다지는데 크게 공헌했다고 평가받는다.

사전은 이후 사회의 흐름을 싣는데 충실했다. 있던 단어가 없어지거나 뜻이 변하기도 한다. ‘모던 껄’과 ‘모던 뽀이’ 등 새로운 문물과 기술이 들어오면서 이전에 없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신분제도가 사라지고 남녀차별이 줄어들며 ‘계집’ 등 과거에 여성을 낮잡아 이르던 표현 등을 지양하는 흐름도 생겼다.

사전의 역사는 남북관계 해빙을 맞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한국전쟁 이후 70여년간 반복하며 생긴 언어의 골을 해소하려 집필 중인 겨레말 큰사전이다. 1989년 평양에서 문익환 목사와 김일성 주석간 합의에 따라 편찬하기 시작했으나 남북정세가 변할 때마다 널뛰기를 탔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4월 남한 예술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하며 겨레말큰사전 편찬작업 재개를 강조했으며 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10·4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염무웅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이 동행하는 등 편찬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세종대왕 즉위 600년과 572돌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 사전의 역사를 다룬 기획전 ‘사전의 재발견’을 12월2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사전을 모은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1부인 ‘우리말 사전의 탄생’에서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인 ‘말모이’부터 북한에서 편찬한 사전을 만날 수 있다. 과거의 사회상에 비춰 발달해온 우리말의 역사를 돌아보는 2부 ‘우리말 사전의 비밀’도 눈여겨 볼만하다.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인 사전의 가치를 새롭게 조망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