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랑스 1020세대 "한국말 알아야 세련돼 보여요"

파리/최보윤 기자 입력 2018. 10. 9. 03:06 수정 2018. 10. 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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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글날]
한글, 해외 청년층 '최고 신상품'
디자인 상품 가치도 인정받아 한글 전면에 내세운 제품 인기

"프랑스 에리는 종인이를 사랑해. 항상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최근 파리에서 막을 내린 2019 파리패션위크 '구찌' 쇼 현장은 한글이 적힌 피켓으로 물결 쳤다. 패션쇼에 초청된 '엑소' 멤버 카이(김종인)를 보기 위해 모인 500여명 현지 팬의 응원 문구. 카이를 보러 프랑스 북부 릴르에서 왔다는 아드리엔 루소(22)는 "요즘 프랑스 젊은이들 사이에선 한국말을 할 줄 알아야 멋지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말로 또박또박 말했다.

①최근 파리 패션위크 구찌 쇼에 참석한 K 팝 그룹 엑소의 멤버 카이(김종인·작은 사진)를 환영하려 모인 프랑스의 한 여성 팬이 한글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②프랑스 리옹의 현지 한류팬 두명이 만든 '바빠요' 티셔츠를 입은 모델. '바빠요' '어서와' '건배' '소주' 등 한글로 된 티셔츠와 가방을 제작해 팔고 있다. ③지난 3월 한국 특별판을 제작하면서 한글을 표지에 써넣은 영국 트렌드 매거진 '모노클'. /최보윤 기자·etsy·모노클 홈페이지

한글은 한류의 인기가 만들어낸 요즘 최고의 신상품이다. 해외 젊은이들 사이 세련되고 개성있는 언어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단지 외국어가 아니라 한글을 이용한 각종 패션 디자인 상품으로도 인기를 누린다. 해외 유명 핸드메이드 제품을 온라인 판매하는 '엣시(etsy)'에는 '한글(Hangul)'을 키워드로 한 상품만 546개가 된다. 엣시 사이트 내 인기 상점인 '바빠요(babbayo) 숍' 운영자 줄리아 쿠플랑은 "K팝 팬에서 시작해 한글을 배우다 한글 상품까지 내놓게 됐다"고 했다. 트렌드 분석 기관 '트렌더라'의 메건 콜린스 대표는 "대단한 문화 자본을 축적한 K팝 스타의 위세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쓰는 언어, 행동 모두 젊은 층에 굉장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말했다.

'디자인 상품'으로서 한글의 가치는 올 초부터 패션계를 달궜다.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프린이 지난 3월 '긴장하라'는 한글을 새긴 가방을 패션쇼에 올린 데 이어, 나이키에서도 에어조단 '서울' 한정판을 내놓으면서 '화합과 전진' '서울'이란 한글을 새겨 화제가 됐다. 영국의 유명 디자인 매거진인 '모노클'도 지난 3월 한국 특집판을 발간하면서 '한국'이란 우리말을 표지에 올렸고, 패션지 '보그 브라질'은 창간 43주년 기념판으로 지난 5월 서울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40페이지를 할애해 한글 간판이 적힌 분식집 등을 배경으로 패션 사진을 찍었다.

최근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글을 공부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인스타그램에 '#한국어공부'라는 해시 태그만 13만개. 도미니크 딘킨스 부부가 운영하는 '한글 배우기 인스타그램'(@DomHyo) 계정은 팔로어가 7000명이 넘는다. '한국어 수집가'라는 별명의 할리우드 배우 토머스 맥도넬은 트위터에 한글을 복사해 붙이면서 29만명 팔로어에게 '한글 사랑'을 뽐냈다. 유명 정치 칼럼니스트인 브로웬 매덕스는 최근 영국 일간 이브닝 스탠더드에 "BTS에 빠진 딸 때문에 한국에 대해 알게 됐다가 이제는 내가 더 열광하게 됐다"며 "기막히게 재밌는 한국 예능 프로의 자막에 푹 빠졌다"고 고백했다. 국립한글박물관 김희수 학예연구관은 "외국인들은 한글을 시각적으로 균형감 있고 생동감 있는 글자로 본다"며 "초성·중성·종성이 합쳐져 한 글자를 이루는 모아 쓰기가 그들 눈엔 완성도 높은 디자인 구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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