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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간다] 80% 대출·무제한전매 '투기 천국'…분양받아봤더니

[바로 간다] 80% 대출·무제한전매 '투기 천국'…분양받아봤더니
입력 2018-10-08 20:33 | 수정 2019-10-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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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이준희 기자입니다.

    최근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열풍이 주춤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지식산업센터는 예외라고 합니다.

    각지에서 투기 세력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식산업센터라는 게 원래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자가 싸게 분양을 받아서 업무 공간으로 사용하는 곳인데, 이런 곳에 왜 투기꾼들이 몰려드는지, 그 실태를 취재하러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동탄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모델하우스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투자 설명회가 열렸는데, 50명 정도가 와 있었습니다.

    분양대행사 직원은 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이젠 투자할 데가 지식산업센터밖에 안 남았다고 말합니다.

    [분양대행사 직원]
    "9·13 대책 이후에 다른 여타 물건들의 대출이 빡빡하니까 이쪽으로 몰리겠죠? 그러면 올해 마지막 남은 이 현장이 아마 일주일이면 물건 끝난다고 봐야죠."

    설명회 끝난 뒤 개별 상담도 받았는데, 이런 질문부터 했습니다.

    현재 사업체를 갖고 있지도 않으며, 앞으로도 사업할 생각이 없는데 그래도 분양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다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분양대행사 직원]
    "혹시 공무원이세요? 공무원 아니면 괜찮으세요. 고위공직자나 공무원, 그리고 신용등급이 7등급 미만이면 어려우신데, 직장인분들 많이 하세요."

    투자 상담받던 다른 사람들은 앞다퉈서 가계약을 했습니다.

    그때 제가 본 것만 10명이었는데, 그중 한 분은 저한테 빨리 돈부터 입금하라고 했습니다.

    [지식산업센터 투자자]
    "입금했어요?"
    (아니요.)
    "입금을 해야지."
    (바로요?)
    "그럼."
    (몇 개 없대요?)
    "그럼 빨리 해야지."

    여기만 그런 건가 싶어서, 다른 지식산업센터 모델하우스에도 가봤습니다.

    직업을 기자라고 분명히 밝히고, 투자 좀 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분양대행사 직원]
    (저도 투자할 수 있나요?)
    "아니요. 안 되죠. 일반사람은 안 들어가고, 기업체…"
    (일반사람은 못 들어간다는 거죠?)
    "그렇죠."

    절대로 안 된다는 건데, 투자 상담받고 나온 다른 분들 얘기는 또 완전히 다릅니다.

    [지식산업센터 투자자]
    "사업자 저거를 하고… 사업을 안 하는 사람도 괜찮다고 하던데?"

    뭐가 맞는 말일까요?

    이번엔 저 말고 다른 취재진을 들여보내 신분을 한번 감추고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역시나였습니다.

    사업 같은 거 안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분양대행사 직원]
    "직접 사업을 운영하시는 거예요?"
    (아니요.)
    "그럼 투자 쪽이시겠네요."
    (투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많아요. 거의 반 이상이 투자하시는 분들이에요."

    방금 들으신 대로 사업을 안 해도 아무나 다 분양받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했습니다.

    자, 지금 보시는 이 돈은 제가 취재 지원금으로 회사에서 받은 건데요.

    정확히 1천2백5십3만 3천6백 40원입니다.

    분양 계약금인 이 돈을 가지고 제가 직접 계약을 하면서 투기꾼들이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낱낱이 보여 드리겠습니다.

    모델하우스에서는 이미 제 얼굴을 알고 있어서 일부러 근처 부동산 사무소로 갔습니다.

    55제곱미터, 분양가 1억 2천만 원짜리 사무실을 계약하기로 한 뒤, 계약금으로 10%를 입금하고,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등기부 등본도 냈습니다.

    그러자 부동산 직원이 계약서를 가져오더니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줬는데요.

    지금 보시는 이 분양계약서를 갖고 세무서에 가면 곧바로 사업자 등록증을 내주니까, 그걸로 마치 진짜 사업을 시작하는 것처럼 위장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래도 되는 거냐, 좀 찜찜하다고 하니까, 편법이긴 한데 불법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부동산 직원]
    "사업자 없으면 못 사시는 거예요. 맞습니다. 불법은 아니에요. 엄밀하게 따지면 편법이지 불법은 아니에요."

    이후 세무서로 향했습니다.

    가는 동안 부동산 사무소 직원은 사업자 등록할 때 사업체 이름도 필요하니까 아무거나 지어보라며 이런 얘기도 들려줬는데요.

    사업체 이름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직원]
    "고객 중에 한 분은 이제 상호명 하라 그랬더니 상호명을 '월천'이라고 지었어요."
    (월천이 뭐예요? 아, 월천.)
    "하하하."

    방금 들으신 '월 천'이라는 말 이해되십니까?

    지식산업센터 여러 채 분양받으면 월 천, 그러니까 한 달에 천만 원 버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랍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조금 뒤에 알려드리겠고요.

    다시 세무서에 온 다음 상황을 보겠습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계약서 보여주고 사업 업종이랑 몇 가지를 부동산 직원이 시키는 대로만 적어 냈더니.

    [부동산 관계자]
    "여기에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업…"
    (어디에요?)
    "주 업태에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딱 10분 만에 일사천리로 사업자등록증이 나왔습니다.

    [세무서 관계자]
    "되셨어요. 오타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계약금 입금부터 계약서 작성 그리고 사업자등록증 발급까지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걸로 기자인 저는 서류상으로는 사업자가 됐고, 분양 계약도 다 끝났습니다.

    그럼 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 마친 뒤엔 어떻게 돈 버는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은 웃돈, 즉 흔히 말하는 P를 붙여서 분양권을 입주 전에 팔아치웁니다.

    지식산업센터는 무제한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분양대행사 직원]
    "제가 봤을 때는 20평짜리 기준으로 하면 (분양권 웃돈이) 2~3천은 붙지 않을까…"

    [부동산 직원]
    "문정동에서 (평당 분양가) 960만 원에 제가 분양시킨 분 있거든요. 그거 준공 때 (웃돈이) 1억 3천 붙었어요. 피(프리미엄)가…"

    반면 다달이 수익 얻으려는 이들은 임대 사업을 합니다.

    업종에 임대업 추가해 놓고 진짜 사무실 필요한 영세 사업자한테 세를 놓는 건데요.

    이게 또 땅 짚고 헤엄 치기입니다.

    분양받을 때 계약금 10% 내는 것 말고는 큰돈이 안 들기 때문입니다.

    지식산업센터는 은행 대출이 분양가 80% 이상 가능하기 때문에 중도금하고 잔금은 이걸로 거의 낼 수 있고, 세 놔서 월세 받으면 은행이자 내고도 충분히 남는 장사입니다.

    [분양대행사 직원]
    "(임대료로) 200만 원 받으면 100만 원은 이자고, 100만 원은 내 거다… 이거 수익률이 10% 정도 나와요.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예요."

    지식산업센터가 투기판으로 변질되면서 누가 피해를 봤을까요?

    당연히 중소 사업자들입니다.

    4월에 입주가 시작된 지식산업센터를 가봤습니다.

    투기꾼들이 분양가를 너무 올려놔서 어쩔 수 없이 임대로 들어왔다는 사업자가 있는가 하면.

    [A업체 대표]
    "살 의향은 있었죠. 근데 나온 물건이 없고요. 분양가가 많이 올라가 있어서요. 어쩔 수 없잖아요. 지금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웃돈을 줬다는 벤처 사업가도 여럿이었습니다.

    [B업체 대표]
    "(프리미엄) 5백 줬어요. 5백. 저는 깎고 싶죠. 당연히. 근데 '여기가 지금 자꾸 오르고 있다'(고 하니까)…"

    [C업체 대표]
    "피(웃돈)를 한 1천만 원 더 줬더라고요. 기분은 나쁘지만 어쩔 수 없죠…"

    투기판이 된 곳은 하나같이 지자체에서 허가를 내주고 민간 건설사에서 분양하는 지식산업센터였습니다.

    국가산업단지 안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는 분양 계약 단계에서 심사를 철저하게 해서 투기꾼을 걸러내지만,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는 겁니다.

    "온통 투기판인데 왜 수수방관하느냐, 심사라도 좀 철저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물었더니 지자체 공무원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는데요, 시청자들께서 직접 듣고 판단해보시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나중에 그걸 임대를 하겠다 어쩌겠다 하는 속내까지 저희가 확인할 수는 없잖아요. 자기가 직접 운영한다고 하지 '임대의 목적으로 분양하겠습니다'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지식산업센터 짓고 분양하는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도 문제입니다.

    분양계약서엔 임대 목적의 투자는 안 된다 라고 분명히 적어놓고, 오히려 자기들이 부추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전국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는 586개나 되고, 지금 짓고 있는 것만 해도 343개에 달합니다.

    빨리 대책이 나와야 할 거 같아서, 바로간다 취재진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실상을 알렸고, 산업부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대책이 나오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저희가 지식산업센터 분양 계약을 한 건 편법적인 투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시청자 여러분께 보여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취재 목적으로 분양을 받은 거니까요.

    최대한 빨리 이 분양권을 실제로 입주를 희망하는 중소 상공인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넘겨서 사무실로 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바로간다 이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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