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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종전선언+α` 美는 `영변+α`…비핵화 디테일 막판 담판

신헌철,김성훈 기자
신헌철,김성훈 기자
입력 : 
2018-10-07 18:09:49
수정 : 
2018-10-07 23: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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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방북` 폼페이오-金 위원장 어떤 얘기 오갔나

北, ICBM 개발 핵심시설
`산음동 미사일 공장도 폐기`
전격 제시했을수도

美, 대북제재 원칙 유지 속
생화학무기 폐기 거론 가능성

2차미북회담 시기·장소 윤곽
文대통령과 방북성과 공유
폼페이오 오늘 베이징으로
◆ 폼페이오 4차 방북 ◆

사진설명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맨 오른쪽)이 7일 오후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운데)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왼쪽)으로부터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하루 만에 평양과 서울을 방문해 남북 정상을 모두 만나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시계가 다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낮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과 종전선언·영변 핵시설 폐기는 물론 서로가 주고받을 '플러스알파(+α)'를 타협하기 위해 집중 협의했다.

이어 밤에는 서울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주 앉아 방북 성과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조율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통해 종전선언과 북측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2차 미·북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놓인 걸림돌을 얼마나 제거했을지 주목된다. 이날 양측에서 논의한 비핵화 등 협의는 미·북 6자회담 수석대표 간 '빈 채널'과 비핵화 워킹그룹(실무협의체) 등을 통해 구체화할 전망이다.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 여부도 이번에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북은 한국 측 중재안인 종전선언과 '핵신고를 미루고' 영변 핵시설을 우선 폐기하는 방안과 함께 상호 간 추가적인 조치를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을 벌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북한은 최근까지도 미국이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를 양보하지 않으면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이는 최소한의 조건이 종전선언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양측은 서로가 원하는 '+α'를 받아내기 위한 담판에도 공을 들였을 개연성이 크다.

북측은 종전선언을 자신들이 취한 풍계리 핵실험장·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에 대해 미국 측이 응당 취해야 할 '상응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측으로서는 종전선언과 핵심적 비핵화 조치인 영변 핵시설 폐기를 등가교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미국 측의 상응조치가 더욱 절실하다. 미국 측이 원하는 추가 조치에 일정 부분 화답하더라도 자신들 역시 종전선언 이외에 더 많은 성과물을 받아내야 할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미국 측에서는 본토에 직접적 위협 요인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문제를 주요하게 거론해 모종의 진전을 이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측은 미국 측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건네며 '종전선언+α'를 받아내기 위한 전술적 행보를 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북측은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핵심적 '미래핵' 개발 수단인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 때 사실상 미국 측 전문가 참관을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달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북한과 특정한 시설, 특정한 무기체계에 대해 이야기했고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그동안 거론하지 않았던 생화학무기(CBW)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언급해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도 보인다.

북측은 동창리 외에도 평양 인근 산음동 병기연구소(미사일 공장)를 이날 협상 테이블에 올려뒀을 수도 있다. 이곳은 북한의 ICBM 핵심 개발시설로 평가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으로서는 미국 측이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현재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변 핵단지와 평양 산음동 미사일 공장도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명시한) 남북 정상 간 합의(평양공동선언)대로 폐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북측에 제공할 '+α'로 △인도적 대북지원 △미·북 간 인적 교류 확대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일부 남북 경제협력 사안에 대한 제재 예외 적용 등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 비핵화 진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대화 모멘텀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 예외적 조치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양측이 이번 폼페이오 장관 방북 때 2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윤곽을 잡았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기·장소가 정해지더라도 당장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른 시기에 깜짝 발표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회담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지만 중간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정상회담 장소로는 '판문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유럽 등지의 제3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만일 미·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남·북·미 정상회담 등이 이어지며 종전선언 서명·채택이 이뤄진다면 정전협정이 체결된 장소인 판문점이 가진 역사적 상징성이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과 한·중·일 순방에 앞서 중국에 대해 나름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동북아 순방길에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일이 잘 진행돼 목표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는 정전협정을 끝내는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중국이 그 일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8일 베이징을 방문해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남·북·미 3자 종전선언' 안을 중국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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