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앗아가는 음주운전, 정말 방법 없나요?

이창수 기자 2018. 10. 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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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상자 10년간 46만2000여명 / 건수는 감소추세지만 재범률 되레 늘어 / 온라인 중심 '처벌 강화' 목소리 들끓어 / 워싱턴州, '1급 살인' 무기징역까지 선고 / 26번에 1번 적발.."단속 늘려야" 목소리도
#1. 지난 8월 인천 남동구의 한 도로. 인적이 드문 새벽, 김모(25)씨가 몰던 K5 차량이 택시를 들이받았다. 당시 김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1%)을 한참 넘은 0.351%. ‘인사불성’ 상태였다. 김씨는 차를 돌려 도주하다가 택시기사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다. 알고보니 그는 전날에는 ‘화가 난다’는 이유로 60대 운전자가 모는 차량을 4㎞나 추격하며 3차례 들이받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2. 지난 2일 A(35)씨는 이른 새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그가 달린 곳은 고속도로. ‘괜찮을 것’이란 자신과 달리 A씨는 그만 8중 추돌 사고를 내고 말았다. 그의 벤츠 차량이 앞서 가던 택시를 들이받았고 충격으로 밀린 택시가 앞서 있던 승용차 6대와 탱크로리 차량 1대를 잇따라 받았다. 이 사고로 다른 차량 운전자 50대 남성이 숨졌고 A씨는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최근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처벌 강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음주운전은 사실상 살인 행위나 다름 없는 만큼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습’ 음주운전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강하다.

◆10년 간 음주운전 사상자 46만명↑

7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음주운전 사고는 총 25만5592건 발생했다. 2008년 2만6873건이었던 것이 2012년 2만9093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줄어들어 지난해 1만9517건이 집계됐다. 감소추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치다.


이 기간 동안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는 각각 7018명, 45만5288명이다. 지난해에는 1만9517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해 439명이 사망하고, 3만3364명이 부상을 입었다. 월 평균 1620건이 발생해 36명이 사망하고 2780명이 부상을 입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음주운전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된 재범률은 2012년 41.9%였던 것이 2016년 45.1%로 3.2%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3회 이상 적발 비중도 2012년 16%에서 2016년 19.3%로 높아졌다.

음주운전 적발 운전자 10명 중 5명이 과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험이 있고, 이들 중 2명은 3회 이상 적발됐다는 뜻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1년 동안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10만1769명에 달한다.

◆“제발 처벌을 강화해 주세요”

음주운전 피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음주운전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게시물은 7일 현재 24만3171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진 윤모(22)씨 친구들이 올린 것이다. 당시 인도를 걷던 윤씨는 술에 만취한 박모(26)씨가 몰던 BMW차량에 치여 사고를 당했다.

청원인은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라며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은 어떨까. 프랑스에서는 음주운전 재범자의 경우 면허가 자동으로 취소된다. 재범자는 무조건 초범보다 높은 처벌을 받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음주운전 기록을 10년 동안 보관하고, 재범인 경우 가중처벌을 비롯해 차량압수, 시동잠금장치 설치 등 조치가 이뤄진다. 워싱턴주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1급 살인 혐의가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음주운전을 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 술을 제공하거나 권한 사람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말레이시아는 음주운전자가 결혼했을 경우 아내까지 하루 동안 감옥신세를 지게 했다. 과거 불가리아는 음주운전 초범은 순방하되 재범자는 교수형에 처했고, 엘살바도르는 음주운전 적발 즉시 총살형에 처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구속은 0.3%, 징역형은 6.8% 그쳐

해외 사례에 비춰 음주운전 2회까지는 ‘초범’으로 간주하는 우리나라도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3회 이상 적발돼야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선고되지만, 이마저도 실형 선고율이 채 20%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음주운전자 구속 비율은 전체 사범 대비 0.3%에 그쳤고, 1심에서 징역형 이상 선고된 경우는 6.8%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음주운전 단속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교통공단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운전자 중 13.9%만이 단속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다시 음주운전 횟수와 비교하면 전체 음주운전의 3.8%만 단속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음주운전 26번에 1번 적발되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음주운전의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본인과 가족은 물론 피해를 입힌 상대방과 가족에게도 엄청난 심적,경제적 고통을 안겨주는 만큼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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