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평화협정 서명에는 중국이 일원”…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7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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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을 넘어 중국까지 참여하는 평화협정 가능성을 열어 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오전 전용기 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에서 비핵화 조치와 체재 보장 조치를 맞교환하는 문제와 함께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 비핵화와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형 이벤트에 관심을 갖는 상황이어서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 성사에 1차적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6일 일본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북 기간에) 다음 정상회담을 준비하려고 한다”며 “(구체적 사안까지) 확정될 것 같진 않지만, 최소한 장소와 시간에 대한 선택지들을 진전시켜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어찌 보면 그 수준보다 더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강의 날짜와 장소는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러길 바란다.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최종 확정’ 전 단계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그는 “실행계획 등과 관련해 일정 잡는 것이 복잡한 문제여서 현장에서 다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확정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정상회담 시점과 관련해 북한은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 이전을, 미국은 이후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선거 ‘하원 패배’가 유력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해 종전선언 등의 체재 보장 조건을 더 까다롭게 만들 가능성을 북한이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0월에 열릴 수도 있지만 그 이후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북한이 언급한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해 종전선언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협상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이 추가 조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이상한 방식으로 질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핵무기 목록 신고 요구를 미루고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중재안’을 거론한 것에 대한 질문에도 “협상의 어떤 요소에 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말을 아꼈다. 과거 인터뷰에서 ‘북한의 당위적 비핵화 조치’에 방점을 뒀던 것과는 다른 전향적인 자세로 평가되지만 평양에서 벌어질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성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이 김 위원장 친서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장된 포장 탓에 폼페이오 장관의 임무는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비핵화 협상의 경우 실무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주고받기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이번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큰 틀에서의 의견 조율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 그리고 종전선언의 교환이 합의가 이뤄져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후 곧바로 구체화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후속 논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의 본격적인 실무협상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무회담을 갖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요구에 답을 주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비건 특별대표가 방북에 동행한 만큼 실무논의 틀이 짜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기로 한 것을 놓고 비핵화 합의에 따른 의견 교환이 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신뢰구축’을 언급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는 기내에서 “우리는 (도달해야 할) 최종 상태를 안다”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필요조건이 있다. 이 목표로 가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도록 쌍방이 충분한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구축은 그동안 북한이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며 언급했던 것이어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협상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평양에서의 대화의 목적은 (북미) 양측 모두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강조한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일이 잘 돼서 우리가 목표에 다다를 때 우리는 정전협정을 끝내는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중국이 그 일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체재 보장의 최종 단계인 평화협정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북한의 보다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이 제재 완화를 요구하더라도 미국이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헤더 나워트 미 국무무 대변인이 밝혔다. 또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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