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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명의 물음에 답하라"…거리로 나서는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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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6 08:50:00 수정 : 2018-10-06 11: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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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거리의 남성들①] 뷔페니즘, 여성우월주의 정책에 반기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촉발된 지난 11월 대전의 한 곰탕집에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출처=유튜브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단순한 남녀간 성추행 사건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 사건에 대해 32만명이 물음을 던지고 있다.

“여성들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된 증거 없이 한 남성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가족들은 이제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연다.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홍대 누드 몰카 사건의 여성 피의자를 과도하게 사법처리했다”며 집회를 벌인 혜화역에서 이들은 여성이 아닌 억울한 남성들과 피해자들의 가족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를 바꾼 혜화역 시위를 넘어, 이제 남성과 가정을 위한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대한민국 남녀평등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주장한다는 뷔페니즘,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나친 여성 보호 정책 등 남성들의 분노가 이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30만명의 물음에 답하라”

“잠재적 성폭력 범죄자라고 보잖아요. 남녀의 주장이 다르면 물증이 없는 이상 무죄가 돼야죠.”

대기업 과장인 박모(38)씨는 최근 일어난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대해 쓴소리를 뱉어냈다. 박씨는 “이번 당당위 시위에 참석할 것”이라며 “남녀평등을 존중하지만 여성우월주의나 눈치 보기식 사법부의 판단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32만여명이 동참한 당당위의 청와대 청원 게시물.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단초를 제공했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에는 5일 기준 32만명이 참여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청원자는 자신의 남편이 억울하게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성적인 문제는 남자가 너무나도 불리하게 되어있는 우리나라 법! 그 법이 저희 신랑에게 제발 악용되지 않게 억울함 좀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5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김동욱 판사는 음식점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청원인의 남편에게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상황이었지만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하고 ‘무죄 추정이 아닌 유죄 추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8월4일 광화문에 모인 ‘불편한 용기’ 시위대. 뉴시스
오는 27일 당당위는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혜화역 부근에서 1만5000명이 참가 집회를 연다.

당당위는 이번 집회를 ‘사법부 유죄 추정 규탄 시위’로 지었다. 즉 사법부가 명백한 증거 없이 피해자 여성 측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피의자인 한 남성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현재 5000여명의 회원이 당당위 카페에 가입한 상태다.

취업준비생 이모(28)씨는 “이번 혜화역 곰탕집 사건을 보면서 내가 저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피해자인 여성의 주관적인 의견에 휘둘리는 사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여성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재판과 남녀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를 두고 ‘젠더 전쟁 프레임’

이번 당당위의 시위는 과거 혜화역 시위가 닮은 점이 많다. 모두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라는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이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남녀 양쪽에서 나오고 있고, 이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사법부가 여성이 피의자라는 이유로 엄격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남성들은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무조건 여성을 피해자라고 못 박고 남성들에 대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4일 광화문에 모인 ‘불편한 용기’ 시위대. 뉴시스
‘불편한 용기’는 10월 6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불편한 용기’ 측은 한국 사회가 방관해오던 불법촬영 사건에서 남성이 피해자가 되자 경찰이 편파적으로 수사했다고 규탄하며 집회를 4차례 개최해 왔다. 이들은 '불법촬영 사건에 내려지는 편파판결에 보다 집중하고자 5차 시위부터는 시위 명칭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로 바꾼다고 밝혔다. 상반되는 두 단체가 같은 장소에서 사법부의 편파판결을 주장하는 셈이다.

반면 ‘당당위’는 사법부가 여성의 진술을 앞세운 판결을 했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당위’ 운영진은 “무죄 추정의 원칙은 유죄 추정의 원칙이 됐고, 억울한 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법정 증거주의는 판사 편의를 위한 자유 심증주의로 바뀌었다”며 “의심스럽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하라는 법언은 사람을 가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가 각성해야 하며 일어나지 않는다면 일어날 때까지 소리 질러 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당당위 운영진은 공지 글을 통해 “이 집회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 가정의 행복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면서 “저희는 오로지 제 기능을 못 하는 사법부를 규탄하는 것이지 남녀로 갈라져 싸우려 모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성우월주의, 뷔페니즘...‘역차별’에 반기든 남성들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된 남성들의 불만이 폭발한 데는 여성들의 뷔페니즘과 남성들에 대한 역차별, 정부의 여성우월주의 정책에 대한 반감에 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2008년부터 이어져 온 남성들의 목소리는 지금껏 여성이 약자라는 사회적 시선에 갇혀 제 길을 찾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촉발된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으로 인해 남성들의 불만이 표출됐다는 것이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촉발된 지난 11월 대전의 한 곰탕집에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출처=유튜브
실제로 남성들의 목소리는 남성인권연대를 이끌었던 고 성재기 대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 대표는 국가의 여성 위주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여성단체와 많은 갈등을 빚어왔다. 성 대표는 과거 ‘군대가산점 폐지’에 격분해 2008년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한 뒤 남성인권신장을 위해 운동해왔다.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 운동과 군 가산점 제도 부활을 주장했으며 여성의 생리휴가가 남성차별을 조장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약자인 여성들을 위한 정책에 대해 남성들은 역차별이라고 말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여성들의 뷔페니즘을 비판하기도 한다.

‘뷔페미니즘’이란 한국의 페미니즘이 뷔페에서 맛있는 음식만 골라 먹는 것처럼, 권리에 따라오는 의무는 행하기 싫어하면서 그 권리만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뷔페니즘이나 뷔페미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뷔페미니즘을 주장하는 남성들은 ‘국가나 조직 등에서 인간이라면 똑같이 대우받을 권리를 외치지만, 실제 페미니즘을 이용해 여성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능력에 요구되는 직업이나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남성의 역차별은 고려하지 않는 모순 등을 사례로 들어 페미니즘을 자신이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데 사용한다며 비꼬기도 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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