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요게 手製 마카롱이네요" 응답자 절반이 공장제품을 골랐다

천안·인천/이혜운 기자 2018. 10.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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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쿠키 사태 보름째.. 디저트 카페 vs 이마트 제품 블라인드 테스트 해보니
지난 2일 충남 천안 신세계푸드 천안공장의 마카롱 생산 라인. 한 직원이 마카롱의 머랭 크러스트 위에 짤주머니로 필링을 올리고 있다. 마카롱은 밀가루 없이 아몬드 가루로만 만들어 잘 부서지기 때문에 제조 공정 중 손으로 하는 부분이 많다. /이혜운 기자

#1. "지금까지 먹어본 티라미슈 중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수제라 그런지 빵 부분도 촉촉하고 시럽도 향이 진한 것 같아요. 반대로 공장 제품은 좀 더 기성 제품 맛 같아요."

평소 케이크를 좋아한다는 10대 고등학생 김모양은 두 가지 종류의 티라미슈를 먹더니 이렇게 평가했다. 사실 김양에게 취재진은 공장제와 수제 제품을 반대로 알려줬다. 진실을 알고 난 후 김양은 "평소에도 티라미슈를 많이 사 먹어서 자신 있었는데, 유명 베이커리 제품과 공장 제품을 헷갈렸다니 부끄럽다"고 말했다.

#2. "이 제품이 디저트 카페에서 직접 만든 수제 마카롱 같아요."

직장인 유모(29)씨는 공장에서 생산한 이마트 마카롱과 디저트 카페에서 판매 중인 수제(手製) 마카롱 중 공장 제품을 수제로 착각했다. 이유는 더 맛이 고급스럽게 느껴진다는 것. 결과를 알고 난 후 유씨는 "솔직히 두 제품의 맛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3일 경기 수원시의 한 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 30명을 상대로 공장에서 제작해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유명 디저트 카페에서 수제로 판매 중인 제품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다. 종류는 마카롱과 티라미슈, 당근케이크였다. 그 결과 이마트 제품을 수제 제품으로 착각한 응답자 수는 마카롱의 경우 16명, 티라미슈의 경우 12명, 당근케이크의 경우 13명이었다. 절반가량이 구분에 실패한 것이다. 마카롱은 가격이 비슷했지만, 티라미슈와 당근케이크의 경우는 한 조각당 1만1000원까지 수제가 더 비쌌다. 유일하게 모두 맞힌 주부 황모(36)씨는 "처음 먹었을 때 '아 맛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공장 제품"이라며 "일반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맛을 너무 잘 구현해 내 오히려 수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제와 공장제의 모호한 구분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유기농 수제 케이크·쿠키 전문점으로 인기를 끈 미미쿠키 제품이 사실 대형마트 제품의 포장을 바꿔 되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음성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가게를 압수수색했고, 확보한 거래 장부, 판매 내역 등을 분석해 수사하고 있다.

미미쿠키 제품이 인기를 끈 것은 '유기농'과 '수제' 두 단어 때문이다. 그러나 유기농이라고 한 쿠키는 대형마트 코스트코가 이탈리아 비첸시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로마쿠키를, 롤케이크는 삼립 제품을 재포장해 판매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코스트코에서는 쿠키 하나당 145원, 롤케이크는 4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부부는 쿠키 하나당 400원, 롤케이크는 7500원에 되팔았다는 것이다. 부부는 인터넷을 통해 혐의를 일부 인정했고, 현재 경찰 자진 출석을 앞두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에서는 쿠키를 산 엄마들에게 '맘충'이라는 비난을 한 경우도 있었다. 맘충이란 공공장소에서 관련 규정을 무시하고 자기 자식만 챙기는 엄마들을 벌레(蟲)에 빗댄 혐오 표현. 일부 네티즌이 "유기농이라고 하면 유난을 떠는 몰상식한 맘충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공격한 것이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공장 제품보다 수제로 만든 유기농 제품이 더 비싼 이유는 기본적으로 유기농이 몸에 더 좋고, 맛도 더 좋다는 인식에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리고 우리의 혀는 수제와 공장제를 구분할 수 있을까.

지난 2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있는 신세계푸드 공장. 계량실로 들어가니 직원들이 아몬드를 분쇄해 슈거 파우더와 섞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김동열 신세계푸드 천안공장 공장장은 "마카롱 머랭 크러스트(아래위를 덮는 과자)에 들어가는 아몬드를 가루 형태만 사용할 경우에는 씹는 맛이 별로 없어 생아몬드를 빻아서 사용하고 있다"며 "필링(안에 들어가는 잼이나 크림)에 들어가는 재료도 생딸기를 직접 잼 형태로 졸여서 맛과 식감을 살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섞은 가루는 기계에서 반죽 형태로 만들어진 후 분할기를 통해 원형 모양으로 찍어낸다. 그런데 찍어낸 반죽도 그대로 오븐에 넣지 않고 직원이 한 번 바닥을 툭 쳐서 편편하게 펴 준다. 직원은 "똑같은 힘으로 쳐 줘야 마카롱 두께가 일정하다"고 말했다.

이후 오븐에서 굽고 나면 직원들이 짤주머니로 크러스트 위에 필링을 짜서 얹고, 다른 크러스트를 필링 위에 얹어 우리가 아는 마카롱 모양을 완성한다. 직원들의 평균 경력은 8년. 그냥 짤주머니로 짰을 뿐인데 필링 무게가 7g으로 일정했다. 김 공장장은 "마카롱의 머랭 크러스트는 약하기 때문에 기계로 짜고 덮을 경우 부서질 확률이 높다"며 "일반 베이커리 숍에서도 반죽 등은 기계를 쓰기 때문에 사실상 공장 제품이나 수제나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당근케이크를 만들어 납품하는 천일식품 이태규 인천공장 공장장은 "공장제가 위생이나 맛에서 수제보다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람 손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곤 기계로 품질·위생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완성된 당근케이크를 중량측정기와 금속탐지기를 통해 중량이 맞지 않거나, 이물질이 들어간 것을 걸러낸다. 또한 포장은 고가 수축필름 포장기계가 급속으로 하기 때문에 이물질이 들어갈 시간뿐 아니라 공기와 제품이 닿는 시간도 최소화했다. 이 공장장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사람이 관여한 부분보다 기계가 작업한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라며 "사람 손이 많이 닿게 되면 그만큼 위생적인 부분에서 위험이 커지고 소비자들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유기농은 건강에 좋다는 허상

수제와 공장제의 경계가 현실적으로 모호하다면, 유기농이라는 명사는 건강에 더 좋다는 허상(虛像)을 강요한다. 전 세계 유기농 작물 재배 면적은 최근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고, 시장 규모도 연평균 2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유기농식품의 시장은 해마다 연평균 21%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20년에는 판매액이 3조176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이란 최소 2~3년 동안 화학비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먹을거리를 말한다. 그러나 유기농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유기농' '자연주의'라는 단어가 가격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을 쓴 마틴 린드스트롬. 2009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뽑힌 이 브랜딩 미래학자는 "유기농이라는 표현은 단지 그 제품이 더 비싸다는 것을 의미하는 마케팅 용어"라며 "유기농 재배, 무농약, 자연적인,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은 등의 표현도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썼다. 이런 용어들이 대부분 '언어 속임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소비자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이 공정위 의뢰를 받아 남양유업·매일유업·파스퇴르유업의 유기농 우유를 각 회사의 일반 우유와 비교했을 때 맛과 영양을 결정하는 산도·칼슘·유지방 함유량은 거의 비슷했다. 100㎖당 칼슘 함유량의 경우 남양유업의 일반 우유는 121㎎, 유기농 우유는 124㎎으로 차이가 무의미했다. 반면 판매가격은 유기농 우유가 1팩 기준으로 일반 우유의 1.8~2.6배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기농이라는 단어는 제품 자체의 영양소 함량과 품질에 대한 단어가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생산 과정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생산 기법"이라며 "유기농산물은 재배 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작물의 성장이 느리고 병충해가 빈발해 생산성이 떨어져 당연히 고비용이 된다"고 말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을 판매자가 악용한 것"이라며 "유기농 농법이 마케팅이나 기업 비즈니스 관점에서 결합되며 허상으로 커진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좀 더 환경친화적인 먹거리는 대세다. 한 교수는 "앞으로 유기농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철저한 관리를 바탕으로 한 인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고, 소비자들도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맹목적으로 입소문에 의존해 사지 않는 등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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