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계 밖 외계에서 지구의 달처럼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지구의 달과 같은 위성은 태양계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화성은 데이모스와 포보스 2개의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가장 큰 목성은 위성이 79개다. 그러나 태양계 밖에선 위성이 공식적으로 발견된 적은 없다. 위성은 크기가 작고 신호도 약해 지금까지는 지구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미국 컬럼비아대 천문학과 데이비드 키핑 교수팀은 지구로부터 8000광년 떨어진 가스 행성
‘케플러-1625b’를 도는 천체 ‘케플러-1625b-i’를 관측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는 태양계 밖에서 관측된 첫 위성일 수 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4일자를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외계행성 탐사를 위해 지구 궤도에 띄워 둔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이 천체를 관측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284개를 분석하던 중, 케플러-1625b만 위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허블망원경의 초점을 케플러-1625 항성계에 맞춰 관찰을 계속했다.
그 결과 케플러-1625b의 빛이 주기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관측됐다. 위성이 케플러-1625b를 돌며 빛을 가리는 현상을 찾아낸 것이다. 또 연구진은 위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생기는 시간변화 현상도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를 “줄에 묶여 주인을 따라가는 애완견처럼 행성을 따라다니는 존재로 보였다”고 표현했다.
새로 발견된 위성은 지구보다 훨씬 커 태양계의 해왕성과 크기가 비슷하다. 약 300만㎞ 거리를 두고 목성과 비슷한 크기인 케플러-1625b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케플러-1625b는 다시 중심 별인 ‘케플러-1625’를 돌고 있는데, 크기가 우리의 태양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만약 새로 발견된 ‘케플러-1625b-i’가 위성이 맞다면 케플러-1625b에서 올려다 봤을 때 지구에서 보는 달의 두 배 크기로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구팀은 아직 단정을 짓지 않고 또 다른 우주관측 장비인 ‘허블망원경’으로 내년 봄 추가적 관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허블의 해상도는 케플러망원경보다 4배 높기 때문에 허블로 같은 현상을 관찰할 수 있으면 새로 발견된 천체는 명백하게 위성으로 판명된다.
키핑 교수는 “첫 외계위성 발견은 중요한 사안인 만큼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위성으로 추정되는 천체가 해왕성보다 큰 점 등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천체가 외계 위성으로 확증되면 행성계 형성에 대한 기존 이론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는 중요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새로 발견된 천체의 크기는 모행성인 케플러-1625b의 1.5% 정도다. 이는 지구와 달의 질량비와 유사하지만 달은 암석으로 이뤄져 있고 지구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설이 유력하다. 가스형 천체인 케플러-1625b 행성계에는 지구와 같은 이유로 위성이 생성됐다고 보기 어려워 그 생성원인을 다시금 추정해 봐야 한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의 키드 호지스 부편집장은 현지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만약 이번에 발견된 천체가 추가적인 관측을 통해 케플러-1625b의 위성으로 검증된다면 천문학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