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지엠 '연구개발·디자인부문' 별도법인 분할 결정..노조 '먹튀 우려' 반발
[경향신문] 한국지엠이 4일 인천 부평의 연구개발(R&D)본부와 디자인센터를 묶어서 별도의 법인으로 분할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노동조합 측은 이를 장차 생산공장의 분할매각 내지 철수를 겨냥한 포석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세계적으로 팔릴 중대형 차종 개발에 중점을 두려는 GM 본사와 협력을 강화해 한국의 연구개발, 디자인 역할을 높이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지엠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인천 부평 본사에 있는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관련 엔지니어링센터와 디자인센터를 묶어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 추천 이사들은 반대했으나 표결에 부쳐 통과됐다. 한국지엠은 오는 19일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7월 엔지니어를 추가 채용해 R&D 전담법인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한국지엠 기능 중에 생산법인과 분리해 연구개발·디자인 쪽은 글로벌 GM 차원에서 한국의 역할을 더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에서 생산과 개발을 같이한 차량을 팔아왔지만 스파크처럼 경차나 소형차는 인기가 떨어졌다”며 “글로벌 시장을 보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같은 모델 개발을 강화할 필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군산공장 폐쇄 경험에 비춰 앞으로 분할매각 내지 ‘먹튀’ 가능성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 정책위원은 “결국 한국지엠은 생산 위주로 위축되고 연구개발·디자인 쪽은 GM 본사 산하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호주 홀덴 사례에서 보듯 결국 생산공장은 문을 닫고 연구개발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노조의 우려다.
이번 법인 분할안이 통과되려면 주총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산은이 이미 인천지방법원에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오는 10일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 출석할 예정이어서 법인 분할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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