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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홈쇼핑(League of Home-Shopping) IT, 엔터, PB브랜드…홈쇼핑은 변화 중

이승연 기자
입력 : 
2018-10-04 15:20:26
수정 : 
2018-10-04 17: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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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을 마구잡이로 바꿔 누르던 엄마의 손이 출연 쇼호스트의 ‘단독 판매’ ‘매진 임박’이란 얘기에 멈췄다. 한정 수량만 판매하는 연예인 이름을 내건 화장품이다. 그 즉시 엄마의 시선은 매진 임박에 고정된 채, 리모콘 대신 전화기를 재빠르게 집어 든다.’ 이것이 홈쇼핑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현저히 달라졌다. 귤 탈을 쓴 루시드폴이 귤과 새 앨범을 판매하고, 슈퍼주니어가 겨울 패딩을 입고 신곡을 홍보하는 모습. 그런가 하면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사고 싶은 가구를 가상으로 집 안에 배치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독자적인 시장에 머물러 있던 홈쇼핑이 미디어 변화에 맞춰 새로운 옷을 입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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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20년, TV홈쇼핑의 변화 구조 TV홈쇼핑의 경우 대체로 우리 어머니 세대들, TV에 익숙한 주부들이나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 채널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자연스럽게 젊은 층에는 외면받아오며 어느새 ‘그들만의 리그’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홈쇼핑이 유통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꾸준히 거듭해오는 변화를 주목해볼 필요성이 언급된다. 1995년 케이블TV의 등장과 함께 유료방송 속 TV홈쇼핑 채널도 함께 도입됐다. 기존의 제한적이고 좁은 유통 구조 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TV홈쇼핑이란 커머스는 기대를 받으며 2개의 사업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1990년대 이후 케이블TV 가입자 수 증가에 따라 홈쇼핑의 편의성은 늘어갔고, 2001년에 3개 홈쇼핑 사(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홈쇼핑)가 추가 승인되며 5개 사의 경쟁 구도로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직접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찾는 대신 TV를 통해 상품 정보를 얻고, 구매하는 것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2004년에는 사업자 수의 증가, TV케이블 시청 가구수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각 홈쇼핑 사는 고정 소비자들을 유입하기 위해 자체적인 특징을 내세우는 등 본격적인 시장 경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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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커머스 등장, 홈쇼핑 변화의 시작 TV홈쇼핑 산업은 ‘방송’과 ‘유통’이 결합된 서비스다. 결국 TV의 진화나 모바일 서비스의 확대와 같은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에 밀접하게 관련돼 TV홈쇼핑은 변화를 거듭해왔고, 동시에 유통 산업의 변화에 맞춘 대응도 요구됐다. 그런 홈쇼핑 산업의 변화 중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2002년 등장한 T커머스 서비스다(-『TV홈쇼핑 산업의 이해』 참고 및 발췌).

‘T커머스(T-commerce, 텔레비전 Television과 상거래 Commerce의 조합어)’를 통해 기존 TV홈쇼핑이 시청자가 생방송을 보며 상품을 전화로 주문했다면, 이제는 셋톱박스와 리모콘,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해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 없이 원하는 상품을 주문, 결제까지 가능해졌다. 현재 젊은층에겐 익숙한 구매 방법 역시 홈쇼핑의 변화에 맞춰 성장해온 것이다.

한편으로는 홈쇼핑의 주 고객 세대인 중장년층에겐 복잡한 리모콘 주문 방법, 트리거(시청 중 화면을 통해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 버튼) 기능, 쌍방향 거래가 구매로까지 이어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커머스의 한계성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온·오프라인, 모바일 유통 채널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홈쇼핑 업계는 2015년 T커머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기기 확대로 크로스오버쇼퍼(온·오프라인 등 여러 유통 채널을 활용해 각종 정보와 리뷰를 살펴보며,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찾고 혜택을 받는 합리적 소비자)를 겨냥해 국내 홈쇼핑 업체는 T커머스 전문 채널 보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시장을 확대해 접근성과 이용 편의를 높이고, 정보의 최신성, 가격 비교 안내, 엔터테인먼트 요소 등을 더한 T커머스가 젊은 세대 고객층의 유입하는 홈쇼핑 유통 채널의 돌파구이자, 키워드로 꼽히고 있다.

▶절대 승자가 없는 홈쇼핑 업계, 현 트렌드는?

국내 TV홈쇼핑 시장에는 CJ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공영홈쇼핑 7개사가 운영 중이다. 그중에서도 국내 매출 기준 톱3를 꼽자면 GS홈쇼핑과 CJ오쇼핑, 그리고 현대홈쇼핑이다. 세 업체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여러 가지 채널을 구축해, 옴니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그밖에도 롯데홈쇼핑이나 우리홈쇼핑 역시 각각 단독 브랜드와 신규 플랫폼 등을 선보이는 등 업계는 치열한 순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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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J ENM 오쇼핑 오스타그램 시범 운영, 중소기업 와이즈엔코의 V커머스 영상 일부와 네티즌 반응 2. 롯데 홈쇼핑 증강현실 AR VIEW 사용장면 3. 스마트 AI 편성 시스템을 활용한 프로그램
첫째, 온라인 채널과 모바일 IT기기의 활용

CJ오쇼핑은 효과적인 SNS마케팅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에게 V커머스(Video Commerce, 1분 내외의 상품 관련 영상) 영상을 무료로 제작 유통해주는 신규 상생 프로그램 ‘오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주요 SNS채널인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에서 유통되는 V커머스를 활용 국내외 1020세대의 젊은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상품을 마케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이다.

롯데홈쇼핑 역시 미디어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TV홈쇼핑 방송 상품을 최적의 조합으로 자동 편성하는 ‘스마트 AI 편성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해서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술) 기술을 기반으로 약 1년6개월간 TV홈쇼핑에 적합한 자동 편성 모델을 개발했다. 지난 6년간 축적된 70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상품, 프로그램, 마케팅, 외부 환경, 시청률 등 홈쇼핑 상품 편성에 필요한 요인을 분류하고 ‘스마트 AI 편성 시스템’을 통해 판매 상품에 대한 라이프 사이클을 예측한다.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상품을 제안하는 등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가구 등 부피가 큰 상품을 가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서비스인 ‘AR View’를 도입해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체험형 쇼핑 서비스로 만족도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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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영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주 후에도 변하지 않는 메이크업을 선보여 화제가 되자 지난 3월부터 판매 방송을 선보이게 됐다.
둘째, ‘엔터·미디어×쇼핑·커머스’…콜라보 확대

과거 홈쇼핑과 엔터 산업의 결합이라고 하면, 스타들의 이름을 딴 상품 판매, 셀럽의 단발성 출연을 통한 홍보가 전부였다. 견미리 팩트, 하유미 팩, 도니도니 돈까스 등 연예인의 이름을 내건 중소기업의 상품 등은 스타들의 화제성과 이러한 TV홈쇼핑이란 채널 영향력이 더해져, 일종의 ‘즐거움’이란 경험을 상품으로써 판매한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흐름은 어떨까.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나, 크리에이터, 스타들과 연계해 사회적 영향력, 화제성과 오락성을 더한 컬래버레이션은 TV홈쇼핑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대표적으로 CJ E&M과 커머스 분야인 CJ오쇼핑의 합병으로 탄생한 ‘CJ ENM’은 사업 출발부터 ‘미디어 커머스’ 시장을 본격 돌입했다. 그 예로 방송 시작 9분만에 완판 신화를 기록한 ‘루시드폴의 귤이 빛나는 밤에’에 이어 슈퍼주니어의 ‘슈퍼마켓’, tvN ‘코미디빅리그의 코빅마켓’ 등 뮤지션, 예능 프로그램을 쇼핑에 접목하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2009년에는 김중만 작가의 사진전, 고흐, 모네의 미술작품 등 다양한 문화관련 아이템을 소개, 또는 2016년에는 뮤지컬 『마이 버켓리스트』 티켓을 판매하는 등 공연예술을 접목한 시도 역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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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영향력 있는 셀럽이나, BJ, 1인 크리에이터의 영입을 통해 엔터커머스 콘텐츠의 사업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커졌다. 롯데홈쇼핑은 패션 성수기인 가을, 겨울 시즌을 맞아 유명 패셔니스타와 스타일리스트를 앞세운 신규 패션 전문 프로그램을 연이어 론칭한다. 배우 이승연을 내세운 ‘굿모닝 이승연 쇼’, 패션 전문 배테랑 이수정 쇼호스트와 스타일리스트 김우리가 진행하는 ‘더 레드’가 그것. 업계에 따르면 이는 단순 상품 판매에서 벗어나 ‘소통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패션 토크쇼, 전문가의 최신 스타일 제안 등 프로그램별 형식을 차별화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선보인 CJ오쇼핑 자사 뷰티 전문 프로그램 ‘아는 언니 뷰티쇼’, 71세 유튜브 스타로 유명한 박막례 할머니가 출연한 롯데홈쇼핑 ‘막례쑈’, 지난해 아프리카 TV BJ들이 출연한 현대홈쇼핑 ‘먹방’ 등은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를 접목한 차별적인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기도 했다. 셋째, 5060 맞춤형 상품, 2040를 겨냥한 자체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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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업체들의 경쟁력은 곧 ‘유통’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업체들은 모기업을 통해서, 또는 자체적으로 ‘상품성’ 있는 브랜드 확보에 나서고 있다. 홈쇼핑의 PB브랜드(Private Brand, 유통채널 자체 브랜드), 단독브랜드 론칭 등이 차별화 전략과 상품 역량을 키우기에 적절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상반기 홈쇼핑 업체들의 베스트셀러 품목의 패션과 화장품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가심비’와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 PB 상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자체 가전제품 브랜드 ‘오로타’를 선보였다. GS홈쇼핑과 롯데홈쇼핑에선 각각 패션 브랜드 ‘쏘울(SO.WOOL)’, ‘LBL(Life Better Life)’이 대표적이다. CJ오쇼핑은 언더웨어 ‘피델리아’ 라인을 자체 브랜드로 선보이는가 하면, 뷰티 브랜드 ‘SEP(셉)’의 경우 PB브랜드에서 타 유통채널서 판매하는 독립 브랜드로 키웠다. 이처럼 홈쇼핑 업계와 브랜드는 전통적인 TV홈쇼핑 채널뿐만, 아니라 모바일 경쟁력을 높이고 오프라인 매장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장, 해외 시장으로까지 진출하며 상품경쟁력을 키우는 등 홈쇼핑 업계의 제3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매경DB, 롯데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NS홈쇼핑 참고도서 『TV 홈쇼핑 산업의 이해』(김성철 외 지음/ 나남 펴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48호 (18.10.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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