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만두로 통한 ‘헨젤과 그레텔’… 韓오페라 환경, 격에 안맞아”

국립오페라단 ‘헨젤과 그레텔’ 주역 캐슬린 킴·유스티나 그린기테
국적·언어 다르지만 ‘맛집 만두’에 마음 통해
동화 원작이나 성인에 더 큰 메시지… ‘저녁 기도’ 들어보라
‘국립’ 걸맞지 않은 환경에 쓴소리, 투자·지원으로 亞 ‘넘버원’ 서야
  • 등록 2018-10-04 오전 8:28:30

    수정 2018-10-04 오전 8:31:11

그레텔의 캐슬린 킴(왼쪽)과 헨젤의 유스티나 그린기테가 손을 맞잡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국립오페라단)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숲 속에서 길을 잃은 헨젤과 그레텔을 이끈 건 사탕과 과자였다. 단맛에 취해 늙은 마녀에 홀렸다.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에 출연하는 소프라노 캐슬린 킴과 메조소프라노 유스티나 그린기테를 연결한 건 만두다. 한국 식문화가 낯선 파트너에게 맛있는 만두 한 끼를 선물한 걸 시작으로 마음이 통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듯하다”며 찰떡궁합을 자신한다.

캐슬린 김과 그린기테는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쿵짝’이 잘 맞는 파트너는 오랜만이다”라며 “오빠와 동생 사이였던 헨젤과 그레텔이 붙어 다니듯 항상 함께하며 다가오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에 그레텔과 헨젤로 출연한다.

캐슬린 킴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데뷔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다. ‘헨젤과 그레텔’은 한국에서 공연하는 두 번째 오페라다. 그린기테는 리투아니아 출신으로 영국 로열오페라단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에게 낯선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고국인 리투아니아에서 한차례 공연한 바 있다.

‘헨젤과 그레텔’은 그림 형제가 쓴 동화를 바탕으로 독일의 작곡가 훔퍼딩크가 쓴 오페라다. 요정과 마법이 있는 신비로운 숲을 배경으로 독일 민요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흐른다. 1893년 독일 바이마르 궁정극장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휘로 초연한 후 독일에서 사랑받는 대표 오페라로 남았다. 동화가 원작이나 성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남매인 주인공은 여성 성악가끼리 호흡한다. 키가 큰 메조소프라노 그린기테가 가발을 쓰고 장난스러운 헨젤을 연기하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캐슬린 킴이 슬기로운 그레텔로 곁에 선다. 그린기테는 “병정놀이를 즐겼던 실제 오빠를 생각하며 헨젤을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슬린 킴은 “동심을 찾는 건 어려웠으나 ‘헨젤과 그레텔’의 음악을 듣고 있으니 저절로 소녀 캐릭터에 빠져들더라”고 말했다.

“우리는 환상적 무대 위에서 아이처럼 뛰놀 뿐이다.” 캐슬린 킴과 그린기테는 ‘헨젤과 그레텔’의 예비 관객을 향해 아름다운 음악에 흠뻑 빠져보라 권했다. 성인 관객이건 부모의 손을 잡고 따라온 아이건 구분하지 않았다. “동화가 원작이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이 소재”라며 “‘카르멘’이나 ‘라보엠’은 유명하지만 지금은 겪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헨젤과 그레텔’은 시대를 초월해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헨젤과 그레텔’은 독일에서 온 크리스티안 파데가 연출하며 영국 출신의 피네건 다우니디어가 지휘한다. 유럽에서 활동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번 ‘헨젤과 그레텔’에 싣는다. 캐슬린 킴과 그린기테는 “큰 도화지 위에 연출가와 지휘자가 큰 그림을 그려놓았고 우리는 작은 디테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소통하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식 농담이 은근히 재미있더라”며 웃었다.

관객에 추천하고 싶은 아리아를 물었더니 이구동성이다. 두 사람은 헨젤과 그레텔이 함께 부르는 ‘저녁기도’를 꼽았다. 2막에서 숲에서 길을 잃은 남매의 소망이 담긴 아리아다. “멜로디가 아름다워 ‘정말 잘부르고 싶다’는 욕심이 절로 난다”고 했다.

캐슬린 킴과 그린기테는 미국과 유럽 등 오페라 선진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오페라단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남겼다. 특히 연습 공간의 부족을 꼽았다. 국립오페라단은 전용 공간없이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의 일부를 빌리는 형태로 공연을 준비한다. 그린기테는 “개인 연습실이 부족해 목을 풀거나 마음을 안정시킬 공간이 없어서 다소 놀랐다”며 “‘내셔널’은 그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인 만큼 이에 걸맞게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캐슬린 킴은 “한국 오페라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연의 질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립오페라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오페라 가수들이 꿈꾸는,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넘버원’인 무대가 한국에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사진=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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