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상 뜬 친구 그리워 페북 열었더니… 음란광고물이 버젓이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3 17:40

수정 2018.10.03 17:40

사후 SNS 계정 해킹·도용, 피해 당사자 없어 수수방관
고인 계정 보호 대책 시급
최근 직장인 김모씨(30)는 세상을 떠난 친구의 페이스북을 우연히 들어갔다가 책상을 내리쳤다.

친구 페이스북이 음란성 광고를 올리는 계정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친구 생전 모습이 보고 싶어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광고 게시물에 충격을 받았다"며 "고인을 능욕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분노했다.

고인의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에 김씨는 음란 게시물을 삭제하려고 방법을 찾아봤다. 그러나 유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계정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실망했다. 김씨는 도용된 페이스북에 대해 경찰 신고를 고민하고 있다.


■경찰, 고인계정 도용도 계정 침입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은 해킹으로 약 5000만명 사용자 정보가 유출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해킹 및 도용 피해가 고인(故人)계정까지 확대돼 주의가 요구된다. 고인 SNS 도용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관리 강화 및 세부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사후 SNS 계정은 해킹되거나 도용될 수 있다. 피해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아 피해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데다가 신속한 신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죽은 사람 계정을 도용하는 것도 계정 침입으로 볼 수 있다"며 "정보통신망법에서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하는 행위를 금지.처벌하는 규정에서 '타인'에는 생존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자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죽은 사람에 대한 피해를 미리 확인해 수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순 계정 도용만으로 수사에 나서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피해자가 죽고 없는 상황에서 단순 계정 도용만으로는 수사에 나서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신고나 고소를 제기할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인지해 수사에 나서긴 어렵다"고 전했다.

■‘사후 SNS 도용’ 예방 필요

사후 SNS 계정 도용 피해가 발생하는 건 유가족이 고인 SNS 계정 정리까지 생각하기 쉽지 않아서다. 특히 SNS 이용자가 주로 젊은 층이라 상대적으로 SNS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 등 유가족이 고인 계정까지 모두 파악해 정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장의업체 이지컴즈 박형진 대표는 "아직 죽음 후 남겨진 디지털 흔적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최근 상조회사와 디지털 장의업체가 업무제약을 할 만큼, 점점 인식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반적으로 고인 온라인 계정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정보통신망법 29조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1년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용자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를 파기하거나 별도 관리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죽음 뒤 자연히 계정이 사라지지만 도용을 대비해 사전 예방을 강조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김주영 개인정보호센터장은 "사자(死者) 명의 도용을 막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기 보단, 평소 개인정보 관리가 중요하다"며 "정부에서 운영하는 'e프라이버시 클린서비스'를 이용해 가입 후 방치되는 계정을 사전 정리하는 편이 좋다"고 당부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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