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4억달러 유산 물려받고 탈세"..자수성가는 거짓?

박수현 기자 2018. 10. 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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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부터 종잣돈 백만달러를 빌려 부동산 사업을 키웠다고 밝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소 4억1300만달러에 달하는 유산을 물려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세금 사기와 상속세·증여세 등 탈세를 저질렀다고 뉴욕타임스(NYT)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스스로를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묘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부친이 유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유령회사를 차리고 세무당국에 부동산 가격을 축소해 신고하는 편법을 썼다고 NYT가 폭로,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사기 혐의가 입증될 경우, 각종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탈세 혐의는 시효가 지난 만큼 형사 처벌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2018년 10월 2일 심층 취재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친 프레드 트럼프와 모친 메리 트럼프로부터 최소 4억1300만달러에 달하는 유산을 물려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세금 사기와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 NYT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인 찰스 하더는 NYT 측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의 사기·탈세 혐의 제기는 100% 거짓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더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중 그 누구도 사기 행위나 탈세를 저지르지 않았으며, NYT 주장은 극히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하더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는 전적으로 다른 트럼프 가족 구성원들이 처리한 사안이며, 그들 역시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합법적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트럼프는 트럼프 일가 전원을 대변해 성명을 내고 "우리는 모두 적절하게 증여세와 재산세 신고서를 작성하고 필요한 세금을 납부했다"면서, 부친 프레드 트럼프와 모친 메리 트럼프의 부동산은 각각 2001년과 2004년 국세청과 뉴욕주 세무당국에 의해 거래가 종결됐다고 밝혔다. 로버트 트럼프는 이어 "우리 가족은 약 20여년 전에 일어났던 문제들에 대해 다른 논평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생활을 존중해줬으면 고맙겠다"고 했다.

이번 NYT 기사는 1만3000단어 길이의 긴 기사다. NYT는 10만쪽에 달하는 재무 관련 서류, 프레드 트럼프와 그가 소유했던 회사들이 신고한 미공개 세무 신고서 등을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사와 관련한 NYT의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친 프레드 트럼프. / NYT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살 때 이미 오늘날 기준 연간 20만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을 물려받았다. 이후 8살 때 백만장자 반열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40대와 50대에는 연간 50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친으로부터 빌린 돈은 6170만달러로, 오늘날 기준 1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NYT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중 상당 부분을 상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프레드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울 무렵인 1970년대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트럼프 셔틀’ ‘플라자 호텔’ ‘아틀란틱 시티 카지노’ 등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벌린 사업들이 줄줄이 무너졌을 때도 부친 프레드 트럼프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진 빚을 갚아줬다고 NYT는 전했다. 1989~1992년 프레드 트럼프 소유 회사 4곳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으로 넘어간 돈은 오늘날 기준으로 830만달러 규모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은행에 신용대출한도 확대를 신청하면서 부친 소유의 아파트 건물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프레드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무렵인 1990년에도 약 5000만달러 상당의 자금을 마련해줬다. NYT는 프레드 트럼프가 트럼프 대통령의 빚을 직접 갚아줬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그가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로 할 경우를 대비해 따로 현금을 준비했다는 정황은 포착됐다고 전했다.

실제 프레드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틀란틱 시티 카지노’가 1840만달러 상당의 채무를 갚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개인 회계담당자를 보내 350만달러에 달하는 카지노 칩을 사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카지노가 위치한 뉴저지주 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친의 도움으로 채무불이행을 면했다.

1987년 트럼프 대통령이 부친에게 진 빚이 1100만달러로 늘어나자 이들 부자(父子)가 편법을 사용해 증여세와 소득세 납부를 피한 정황도 포착됐다. 프레드 트럼프가 트럼프 대통령 소유 부동산의 지분을 비싼 값에 사들여 헐값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되파는 식이었다.

NYT에 따르면 프레드 트럼프는 1987년 12월 1550만달러에 ‘트럼프 팰리스’의 지분 7.5%를 사들인 뒤, 4년 후 1만달러에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되팔았다. 트럼프 팰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부 맨해튼 지역에 세운 콘도 건물이다. 그러나 프레드 트럼프가 당시 제출한 소득신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에서 두번째) 미국 대통령과 그의 형제들. /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트럼프 일가는 재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유령회사 ‘올카운티사(All County Building Supply & Maintenance)’를 세웠다고 신문은 밝혔다. 프레드 트럼프가 1992년 설립한 이 회사는 프레드 트럼프의 건물에 보일러와 청소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문서 상으로만 존재하며, 실질적으로는 자녀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상속하는 데 이용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프레드 트럼프는 또 사망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 등 5명의 자녀에게 대부분의 부동산 소유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을 축소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의 자녀들은 1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불과 5220만달러의 세금만 냈다고 신문은 밝혔다. 당시 증여·상속세율 기준으로 10억달러의 재산을 상속받으면 5억5000만달러 상당의 세금을 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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