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욕설 퍼붓는 '떼카' 혼자 남기는 '방폭'..SNS 따돌림에 눈물 흘리는 아이들

김도균 기자 입력 2018. 10. 3. 09:09 수정 2018. 10. 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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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학교 폭력의 모습도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 상에서 일어나는 따돌림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학을 앞둔 지난달 2일, 충북 제천에서는 16살 A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양이 친구들로부터 SNS 상의 괴롭힘, 이른바 '사이버 불링'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A양은 제대로 된 도움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사이버 불링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해결책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 욕설 퍼붓는 '떼카' 혼자 남기는 '방폭'…보이지 않는 폭력, 사이버 불링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란, SNS, 모바일 메신저 등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을 말합니다.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의미하는 불링(Bullying)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인데요, 그 유형도 다양합니다.

한 사람을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욕설을 퍼붓는 '떼카', 대화방을 나가면 계속 초대하는 '단톡 감옥', 따돌림의 대상만 남겨두고 대화방을 나가버리는 '방폭'도 사이버 불링의 하나입니다.

과거 괴롭힘 중에 빵 심부름을 시키는 '빵 셔틀'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셔틀'도 등장했습니다. 한 사람의 스마트폰 데이터를 여러 명이 공유하는 것을 '데이터 셔틀', 모바일 상품권을 빼앗는 것을 '기프티콘 셔틀'이라고 부릅니다. 괴롭힘의 대상에게 게임 아이템을 억지로 내놓으라고 하는 '아이템 셔틀'도 있습니다.

■ "걔가 싫어서 따돌렸어요"…학생 10명 중 1명, 사이버 폭력 당했다

사이버 불링은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이기 때문에 기존의 학교 폭력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시간, 장소 제한 없이 따돌리고 괴롭히는 것이 가능해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미국 정신의학회(APA) 연례회의에서 크리스티 킨드릭 박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 불링에 시달리는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비율은 14.7%에 달했습니다. 따돌림을 당하지 않는 학생들의 수치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문제는 사이버 불링이 스마트 기기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16.6%가 "사이버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은 온라인상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겁니다.

특히 채팅과 메신저를 통해 사이버 불링을 당했다는 답변이 45.6%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온라인 게임이 38.8%, SNS가 35.3%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사이버 불링 가해 경험이 있다는 답변도 16.2%에 달했는데, 괴롭힌 이유로는 그저 "상대방이 싫어서"라는 답변이 42.2%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40%의 학생은 "상대방이 먼저 그런 행동을 해서"라고 답해 사이버 불링의 가해자가 피해자로 전락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 아이들 막다른 길로 내모는 사이버 불링…"더 적극적으로 예방책 마련해야"

사이버 불링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영국, 독일 등의 유럽에서는 이미 사이버 불링을 심각한 학교 폭력으로 여기고 전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州)가 왕따 등을 예방하기 위해 '따돌림 법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중 14개 주가 사이버 불링을 따돌림 법안에 포함해 처벌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또 지난 2013년 뉴질랜드 정부는 사이버 불링 행위에 대해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2년 사이버 불링을 학교 폭력의 한 유형에 포함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미 사이버 불링이 만연해 있는데 이를 근절할 예방책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사이버 폭력 관련 상담과 신고만을 전담하는 특화기관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학교 폭력이 신체적 학대에서 사이버 폭력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라며 "사이버 불링을 사전에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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