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 콜로라도 로키스 팀 로고.

시카고 컵스, 콜로라도 로키스 팀 로고. ⓒ 시카고컵스/콜로라도로키스

 
지구 우승팀이 '타이 브레이크' 경기를 통해 드디어 결정됐다. 혼란스러웠던 내셔널리그 포스트시즌 대진표가 드디어 정리됐고, 직전 경기의 아쉬움을 안았던 콜로라도와 시카고 컵스가 마주하게 됐다.

패배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가혹한 운명을 마주하게 됐다. 2연패를 하고 물러나게 될 이번 와일드카드 경기의 패자는 그 어느 때보다 쓴 고배를 마시게 될 것이다.

콜로라도 vs 시카고 컵스, 냉혹한 운명을 마주한 두 팀
 
 양팀 주요 성적 비교

양팀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시카고 컵스는 사실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육성해온 유망주들이 2015년부터 거의 다 자리를 잡고 2016년에는 108년의 한을 푸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만들어냈다. 또 작년까지 3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른 컵스는 지금 내셔널리그 최강팀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올해도 내셔널리그 최고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막판 밀워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더니 타이브레이커까지 내주면서 와일드카드로 가는 수모를 맛봤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지구 우승 문턱에서 또다시 아쉽게 주저앉고 말았다. 작년부터 재능 있는 선발투수 유망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팀 역대 3위에 해당되는 87승을 거두고 8년만에 가을무대에 올랐던 콜로라도는 올해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애리조나를 누르고 다저스를 끝까지 위협하며 팀 역대 3번째 90승 시즌을 만들어냈다. 그간 팀의 지상과제였던 좋은 선발투수들을 발굴에 성공해 단숨에 강팀으로 도약하며 팀 창단 첫 지구우승을 노렸으나, 다저스에게 마지막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래도 시즌 마지막 11경기 9승 2패를 한 팀분위기를 살려 또 한번의 락토버를 만들길 원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처음 대결하는 두 팀은 정규시즌에는 3승 3패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다만 리글리필드에서는 콜로라도가 컵스를 2승 1패로 제압했던 바 있다. 4월 중하순에 홈과 원정시리즈를 번갈아 치른 이후 6개월 만에 처음 만나게 되는데, 그때의 분위기와는 매우 다른 일전과 무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선발투수 매치업
 
 양팀 선발투수 분석

양팀 선발투수 분석 ⓒ 정강민


컵스는 영원한 가을남자 존 레스터가 출격한다. 패스트볼과 커터, 커브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로, 올해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많이 보기도 했다. 커터와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 반등에 성공하고 다승왕에도 올랐다. 특히 커리어 내내 가을에 상당히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21번의 선발등판에서 무려 2.4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커트 실링 (19선발 2.21)과 존 스몰츠(27경기 2.55) 등과 함께 대표적인 포스트시즌 에이스로 꼽히는 레스터의 존재는 컵스 입장에서 매우 든든하다.

콜로라도에서는 카일 프리랜드가 나선다. 패스트볼, 투심, 커터,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질 줄 아는 투수로 작년 류현진과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쳐 국내 팬들에게도 알려진 바 있다. 주로 5선발로 뛰었던 작년을 뒤로 하고 프리랜드는 올해 완전히 꽃을 피운 활약을 했다. 17승과 함께 콜로라도 단일 시즌 기록인 2.85의 평균자책점을 나타냈다. 허먼 마르케즈와 함께 이번 시즌 콜로라도의 원투펀치를 맡은 젊은 에이스 프리랜드는 이제 팀을 탈락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3일 휴식을 감수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레스터의 관록에 맞설 패기있는 활약이 필요하다.

두 선수 모두 좋은 활약을 정규시즌 내내 이어왔지만, 포스트시즌에는 경험과 실적의 차이로 인해 레스터 쪽이 유리해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맞설 프리랜드가 리글리필드의 컵스 팬들이 주는 중압감을 잘 대처하고 빅 게임 에이스로의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을지를 주목해봐야할 것이다.

타선 분석
 
 양팀 타선 분석

양팀 타선 분석 ⓒ 정강민

 
시카고 컵스는 이번 시즌의 MVP 후보로까지 거듭난 하비에르 바에즈가 있다. 한 시즌 2루와 3루, 유격수에서 10경기 이상 소화하고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된 바에즈는 이번 시즌 타선의 리더였다. 베테랑 조브리스트와 헤이워드의 반등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다만 그간 타선을 이끌던 브리조 듀오의 무게감이 예년보다 다소 떨어진 것은 걱정거리다. 특히 브라이언트는 뜨거웠던 5월을 보낸 뒤로는 급격히 식었고 부상자명단도 2번 갔다오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홈런도 13개로 반토막이 났다. 후반기 컵스 득점력 급감(전반기 476점 리그 1위/ 후반기 284점, 리그 8위)의 중심에서 브라이언트의 부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보인다. 브라이언트가 가을야구에는 아쉬움을 떨칠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한다.

콜로라도 타선의 선수 구성이나 힘은 막강하다. 먼저 놀란 아레나도와 트레버 스토리는 올해 70개가 넘는 홈런을 합작하며 나란히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블랙몬이나 르메휴, 데이빗 달도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팀 클래식 수치 역시 홈런 3위, 득점 2위, 타율 공동 2위로 좋다. 

다만 고질적으로 쿠어스필드를 나와 경기를 하면 그만큼 화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올해도 극복하지 못했다. 홈에서는 리그 1위인 .852인데 원정에서는 .665로 리그 14위에 머문다. 홈-원정 격차는 무려 .187로 압도적인 꼴찌다. 타선은 이런 상황인데 포스트시즌에는 이제부터 계속 홈 어드밴티지가 없을 상황이라 심각한 악재다. 락토버 당시와 비교해도 암울하다. 당시 콜로라도는 9월에 원정에서도 0.823의 OPS로 뜨거웠고 엄청난 기세를 포스트시즌까지 이어갔다. 그런데 이번 9월에는 겨우 .545에 그치고 있다. 이 결정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락토버를 다시 불러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불펜 분석
 
 양팀 불펜 분석

양팀 불펜 분석 ⓒ 정강민

 
시카고 컵스의 불펜진은 불안요소가 많다. 물론 시즌 전반적으로는 괜찮았던 편이다.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은 3.34로 NL 1위에 올라있다. 삼진을 많이 노리는 팀은 아니지만, 든든한 수비진에 힘입어 잘 싸워왔다. 그러나 지금은 안정감이 많이 떨어졌다. 

우선 올해도 9월 팀 불펜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9월 3.95) 여기에는 핵심 불펜 랜디 로사리오(6.14), 칼 에드워즈 주니어(5.14)와 스티브 시섹(4.15)의 페이스가 현재 매우 좋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여기에 불펜 볼넷율 역시 매우 높은데, 이 부분 역시 승리조로 나오는 에드워즈(5.54개)와 윌슨(5.43개)이 가장 심각하다. 그러다보니 이 자리가 계속 불안한 상태다. 결국 불펜이 가지고 있는 약점은 타이브레이커 경기 8회초의 2실점 장면(윌슨-시섹-킨츨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의 불펜진으로는 콜로라도에게 크게 밀리는 점을 부정할 수가 없어 보인다.

콜로라도는 작년의 교훈을 잊지 않고 불펜에만 1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급성장한 선발투수진의 수준과 균형을 맞추려했다. 그러나 이 투자는 적어도 이번 시즌 실패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좌우 셋업맨을 기대한 브라이언 쇼(5.93)과 제이크 맥기(6.62)는 올해 얻어맞기 바빴고, 웨이드 데이비스도 올린 세이브 수치로 겨우 체면치레했을 뿐,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겨울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버그와 오타비노가 승전조에 자리잡고 버텨줬고 마감시한에 유망주 둘을 지불하고 베테랑 불펜투수 오승환을 영입했다. 이후 콜로라도 불펜도 8월부터 3.7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찾았다. 이어진 9월에는 드디어 웨이드 데이비스에게서 기대했던 퍼포먼스가 나오고 러신과 머스그레이브같은 투수들이 안정감있는 활약을 해줬고 결국 월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9월을 마쳤다. 묘하게도 컵스와는 완전히 반대가 된 상황이다.

경기 관전포인트

컵스는 우려했던 불펜진이 결국 타이브레이커 경기를 그르쳤지만, 밀워키의 투수진을 상대로 이렇다할 공격을 해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세인트루이스를 상대했던 마지막 3연전이나 시즌 내내 강세를 보였던 이전의 밀워키 전들과 비교했을 때 몸이 무거워보였다. 결국 타이브레이커 경기를 놓쳤고, 그로 인한 충격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우위를 지켰던 팀에게 당한 일격이었고, 단 하루를 지키지 못해 우승에 실패했으며, 곧바로 탈락 위기에 직면하게됐다. 역대급 '가을 에이스' 레스터가 이 충격을 딛고 팀 분위기를 잡아줘야만 컵스가 올 가을 가장 큰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콜로라도는 또다시 타선의 원정공포증이 발목을 잡았다. 타이브레이커 경기 8회까지 무득점으로 다저스 마운드에 끌려다닐 동안 다저스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특히 다저스타디움에서 OPS 0.528로 더 약했는데, 우려대로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다행인 것은 리글리필드에서 콜로라도 타자들이 쿠어스필드만큼 활개를 쳤었다는 것. 올해 콜로라도는 리글리 필드에서 .245 .322 .481 7홈런 15타점을 올렸다. 이 성적은 올해 방문했던 구장 중 글로브라이프파크(OPS 0.870), 쿠어스필드(OPS 0.852) 바로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다. 이 예외적인 원정 구장에서 콜로라도 타선의 활약이 재현될지 주목해봐야한다.

컵스와 콜로라도. 게임을 잃고 만난 두 팀의 가을야구 시작은 처음부터 꼬인채로 시작하게 됐다. 얽힌 실타래를 풀고 가을을 좀 더 즐기기를 원하는 두 팀의 만남 속에 올해 가을야구가 그 막을 올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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