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우 "배우로서 방향성? 아직도 고민 중" [인터뷰]

배우 배성우는 그야말로 ‘대기만성형’이다. 지난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한 뒤 조단역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배우로서 방향성에 대해 더욱 더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란다.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까, 지금 제 고민이 바로 이거예요. 하나 얻은 대답은 ‘작품 선택 잘한 배우’로 남고 싶다는 거죠. 배우로서 연기를 잘해내는 건 당연한 거고, 그 작품이 의미 있는 게 아니면 연기를 잘하더라도 공허하더라고요. 관객으로 봐도 재미와 의미를 모두 쥘 수 있는 작품을 계속 선택하고 싶어요. 이를 테면 ‘만족 요정’으로 남고 싶다고나 할까요? 하하.”

배우 배성우, 사진제공 NEW

배성우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안시성> 촬영 뒷얘기와 어느덧 선배가 된 자신의 위치에 대해 소탈하게 털어놨다.

■“멋진 추수지 역, 배성재도 놀리지 못할 것.”

그는 <안시성>에서 양만춘(조인성) 장군의 우직한 오른팔 ‘추수지’ 역을 맡았다. 평민에 가깝지만 오랫동안 전장에서 싸운 경험을 무기 삼아 양만춘을 보좌하는 캐릭터다.

“성주와 교류할 정도면 지혜와 내공을 두루 갖춘 캐릭터라 생각했어요. 격전지에서도 감정이 동요되지 않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죠.”

그는 대본을 보자마자 ‘안시성 전투’란 소재에 확 끌렸다고 말했다.

“전투마다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그 방법이 시나리오에 다 제시돼 있더라고요. 그 해결책이 정말 재밌었어요.”

늘 아웅다웅하며 ‘현실형제’로 화제가 된 친동생 배성재의 반응도 궁금하다고.

“배성재는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IPTV로라도 꼭 찾아봐서 보더라고요. <더 킹> 때는 제 캐릭터가 약간 웃긴 느낌이 나서 ‘너무 부끄럽다. 차마 얼굴을 못 들겠다’고 했지만, 이번 작품에선 아마 그렇게 놀릴 거리가 없어서 동생에겐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캐릭터가 멋있잖아요.”

함께 연기한 막내 설현과 남주혁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 친구들이 배우로서 경력이 어찌됐던 현장에선 똑같이 붙는 건데 스물 둘, 스물 다섯 친구들이 철저하게 준비하는 걸 보니 대견하더라고요. 또 그 준비한 것에만 갇혀있지 않고 여유를 갖는 유연성도 지닌 것 같아 가능성이 열린 친구들이란 생각도 했죠.”

■“어떤 선배가 되고 싶냐고요? 함께 갈 수 있는 선배요.”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담은 영화라 그에게도 ‘좋은 리더’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더불어 사는 것에 인식하고 있는 리더가 좋은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도 양만춘이 성민들과 함께 사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잖아요? 또 칭송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어차피 죽는 전쟁이라면 차라리 내가 죽고 다른 사람을 살리겠다’는 의식이 있어서죠. 그런 게 좋은 리더 같아요.”

그렇다면 그는 스스로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을까.

“배우가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연극할 때 가끔은 판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그럴 땐 제가 큰형인 경우가 많았는데, 무엇보다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가려면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 역시 좋은 결과를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선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 그에게 마지막으로 악역과 선역 중 어떤 걸 연기할 때 더 편한지를 물었다.

“글쎄요. 악역과 선역 중 뭐가 더 좋은지 보다는, 그 캐릭터가 설득력이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잠깐씩 나와도 설득력이 있는 역이라면 그 순간 즐겁거든요. 무명 때보다는 캐릭터 선택 폭이 더 넓어지긴 했지만, 현장은 늘 제게 똑같이 신나는 곳이랍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