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팀은 남은 정규시즌 경기를 어떻게 치러야 할까. 주전 선수를 제외하고 페이스를 조절하는 게 최선일까, 아니면 시즌 마지막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고 전력질주하는 게 좋을까. 역대 한국시리즈 직행 팀들의 사례와 함께 살펴봤다.

완벽한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이제 한달 뒤 열리는 한국시리즈를 바라본다(사진=엠스플뉴스)
완벽한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이제 한달 뒤 열리는 한국시리즈를 바라본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직행이 확정된 두산 베어스. 남은 정규시즌을 어떻게 보내는 게 최선일까.

두산은 9월 25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13대 2 대승을 거두고 86승 46패로 남은 시즌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극단적으로 말해 남은 경기에서 전패를 해도 1위 자리가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불확실한 중위권 팀들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가진 전력을 몽땅 소모하는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반면 두산에겐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다음 과제가 주어졌다. 한국시리즈는 거의 한 달 뒤에나 열린다. 우승 이후 두산에게 남은 경기는 12경기다. 남은 시즌, 어떻게 보내야 좋을까.

우승 이후 남은 경기 성적, 한국시리즈 결과와 관계 없었다

12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을 확정한 두산은 1998년 현대 유니콘스 다음으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은 팀이 됐다(사진=엠스플뉴스)
12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을 확정한 두산은 1998년 현대 유니콘스 다음으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은 팀이 됐다(사진=엠스플뉴스)

역대 한국시리즈 직행 팀들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우승 이후 남은 경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은 1992년 빙그레 이글스였다. 당시 빙그레는 9월 8일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은 뒤, 남은 4경기에서도 여세를 몰아 4승 무패로 ‘완벽’ 우승을 차지했다. 2위 해태 타이거즈와는 무려 10.5경기차.

하지만 빙그레가 준비한 창단 첫 우승 소감이 실제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한국시리즈에서 빙그레는 3위 롯데 자이언츠에 거짓말처럼 패퇴하며 또 한번 한국시리즈 징크스에 울어야 했다.

빙그레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냈던 팀은 2012년 삼성 라이온즈다. 삼성은 10월 1일에 우승을 확정한 뒤 남은 5경기에서 4승 1패로 승승장구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반대로 우승 이후 남은 시즌 동안 다소 저조한 경기를 펼친 팀도 있다. 1998년 현대 유니콘스는 9월 4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무려 15경기나 남겨두고 우승을 확정해 남은 경기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남은 경기에서 현대는 7승 8패로 5할이 되지 않는 성적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선 원래의 경기력을 발휘하며,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2008년 SK도 9월 21일 우승을 확정한 뒤 12경기를 추가로 치렀던 팀이다. 당시 SK는 남은 경기에서 6승 6패로 5할 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한국시리즈에 가선 두산을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1년 삼성도 9월 27일 우승을 확정하고 남은 8경기에서 3승 2무 3패로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우승 전선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2014년에도 10월 15일 한국시리즈 직행을 달성한 뒤 남은 7경기에서 4승 3패를 거두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삼성이다.

가깝게는 2016년 두산의 사례가 있다. 당시 두산은 정규시즌 7경기를 남겨둔 9월 22일 우승을 확정지었다. 나머지 경기에서 3승 4패로 살짝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한국시리즈에선 NC 다이노스를 4승 무패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우승을 확정한 팀들이 한국시리즈에서 거둔 결과다. 1위 자리를 놓고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혈투를 펼쳐 승자가 된 팀들은 하나같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승자가 됐다. 1990년 LG 트윈스부터 1995년 OB 베어스, 2003년과 2004년 현대, 2009년과 지난 시즌 KIA 타이거즈가 모두 최종전까지 총력전을 펼친 뒤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잔여경기 결과는 한국시리즈 결과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시즌 막판 페이스를 조절하든, 마지막 경기까지 총력전을 펼치든 우승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페이스 조절하는 두산, 하지만 느슨한 경기는 없다

우승 뒤에도 두산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7일 넥센전에서 끝내기의 주인공이 된 박건우(사진=엠스플뉴스)
우승 뒤에도 두산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7일 넥센전에서 끝내기의 주인공이 된 박건우(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1위 두산은 어떤 선택을 할까. 우승 이후 12경기를 추가로 치르는 두산은 지극히 상식적인 길을 택했다. 상대팀 사정을 의식하기보단 두산의 페이스대로 남은 경기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부상 선수와 체력 소모가 큰 선수에게는 적절한 휴식을 주되, 경기를 허투루 치르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런 기조는 우승 이후 치른 2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우승 다음날인 26일 두산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양의지와 오재원을 빼고 경기를 치렀다. 27일 한화 이글스전도 양의지와 김재환을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26일 넥센전에선 필승조 투수들 대신 장민익, 최대성, 박신지 등 ‘추격조’ 투수들로 후반 불펜을 구성했다.

시즌 내내 많은 경기에 등판한 박치국은 28일 아예 엔트리에서 빼서 휴식을 줄 계획이다. 종아리 염증으로 고생하는 조시 린드블럼도 선발 등판을 건너뛴다. 28일 한화전에는 장원준을 선발로 내세워 한국시리즈 활용 가능성을 테스트한다.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 관리와 테스트를 하면서 경기를 치르는 방향성이 잘 나타난다.

그렇다고 느슨한 경기를 펼치진 않는다. 26일 넥센전에선 차포를 떼고 경기를 치르면서도 접전 끝에 9대 8로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전까지 6승 8패 열세였던 넥센전 전적을 8승 8패 동률로 맞추는 데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수도 있는 넥센에게 상대전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27일 한화전에서도 양의지와 김재환 대신 출전한 박세혁, 정진호가 좋은 활약을 펼쳤고 막판 한화 마무리 정우람까지 끌어내며 추격전을 펼쳤다. 베스트 라인업을 꾸리지 않아도 26일 9득점, 27일 6득점으로 두산의 득점력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주전 선수들에겐 우승과 별개로 남은 시즌 활약에 따라 개인 기록과 연봉이 걸려 있다. 백업 선수들도 한국시리즈 엔트리 승선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처지다. 정규시즌 우승 여부와 별개로, 남은 경기에서도 두산이 여전히 두산다운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그리고 두산다운 경기력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할 전망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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