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와해 공작' 드러난 삼성, 노동기본권 인식 달라져야 [사설]
[경향신문]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삼성의 전·현 임직원들이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조합 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7일 이 의장과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구속 기소된 전 삼성전자 임원 등을 합치면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법정에 서게 된 인사는 30여명에 이른다. 검찰은 그룹 미래전략실을 컨트롤타워로 해 일사불란하게 실행된 노조 와해 공작을 ‘전사적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로 규정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이 노조를 탄압하겠다고 ‘전사적 역량’을 끌어모았다니 참담하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삼성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작업’으로 불리는 와해 전략을 세워 시행했다고 한다. 공작에 동원한 수법은 전방위적이었다. 노조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는 ‘위장폐업’을 유도하고 조합원들의 재취업을 방해했다. ‘심성 관리’를 빙자한 조합원 개별 면담을 통해 탈퇴를 종용하고, 채무관계와 임신 여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회유 작업을 벌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 염호석씨의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는 일을 막기 위해 염씨 아버지에게 6억8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삼성은 협력업체뿐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경찰 등 외부세력까지 동원했다.
삼성은 지난 4월 90여개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고용하고 노조활동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80년간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의 사실상 폐기 선언이었다. 그러나 거대기업의 체질이 ‘선언’만으로 바뀔 리 없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기소됐는데도 공식 입장 표명조차 없는 걸 보면 삼성이 과연 구태와 결별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할 곳은 삼성만이 아니다. 포스코에서도 최근 출범한 새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를 무력화하려 한 내부 문건이 발견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헌법은 노동자가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으로 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모든 사용자가 노조를 파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검경 등 수사기관의 철저한 감독·감시가 절실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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