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발원지" 보도하자..에스더, 한겨레 '좌표찍기' 나섰다

2018. 9. 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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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배후 의심해야" 음모론 주장
단체채팅방에서 기사 '좌표' 찍고 악성 댓글 달아
기사 짜깁기 등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주장 합리화

[한겨레]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 CTStv 방송 화면 갈무리.

극우기독교단체 ‘에스더기도운동’(이하 에스더)을 “가짜뉴스의 발원지”라고 지적한 <한겨레> 보도가 나가자 에스더 회원들이 단체 채팅방을 중심으로 <한겨레> 기사의 주소를 공유하고 비난 댓글을 작성하는 이른바 ‘좌표찍기’를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극우 기독교계 인사들은 이 보도를 두고 “정치적 배후를 의심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 교회를 겨냥한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란 음모론을 제기했다.

27일 <한겨레>가 보도한 ‘[단독] 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의 이름, 에스더’ 기사를 보면, 에스더는 유튜브 채널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중심으로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생산,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더는 이용희 대표(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가 2007년 만든 기독교 우파 운동단체로 7000명 가량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애초 ‘북한 인권과 통일을 위한 기도 운동’, ‘탈북자 사역’ 등을 목표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에스더의 활동은 차별금지법 반대 캠페인, 동성애 반대 활동, 인권조례 폐지운동 등 성소수자와 난민을 혐오하는 내용의 가짜뉴스를 제작, 배포하는 데 집중됐다.

에스더는 특히 청년 수십명을 중심으로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등 인터넷 여론을 조성 작업에 집중했다. 이 청년들은 특정 기사에 댓글을 달고 ‘공감’, ‘추천’ 수를 높이는 등 ‘댓글부대’로 활동하는가 하면, 이용희 대표가 작성한 글을 발췌해 채팅방을 통해 퍼 나르는 방법으로 가짜뉴스를 배포했다.

이날 보도가 나간 뒤에도 에스더 회원 등이 포함된 기독교 가짜뉴스 유통 단체 채팅방에서는 <한겨레> 기사를 공유하며 “에스더를 위한 보호 기도 부탁드린다”, “댓글 써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식으로 회원들의 댓글 참여를 독려하고, <한겨레>를 비난하는 글을 각 단체 채팅방 공지사항으로 지정했다. 실제로 단체 채팅방에서 ‘좌표’가 찍힌 기사와 아닌 기사의 댓글창을 비교하면 댓글 수와 내용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같은 시리즈의 기사지만 에스터 단체채팅방에서 댓글 참여를 독려한 기사(왼쪽)와 아닌 기사(오른쪽)는 댓글 내용과 수 모두 차이를 보인다. 한겨레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 누리집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에스더 채팅방에서 주소가 공유된 기사(‘[단독] 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의 이름, 에스더’)의 댓글창에서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가짜뉴스 공장은 한겨레와 JTBC”, “한겨레신문 가짜뉴스이니 안 믿는다”와 같이 해당 기사를 ‘가짜뉴스’로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반면, 같은 기획 시리즈의 다른 기사(‘이스라엘기 든 에스더, 박근혜 탄핵 반대 때 전면에 등장’) 댓글창에서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지금은 두 종교(기독교와 불교)가 돈에 병들고 권력에 병들(었)다”, “제발 더 이상 하나님을 팔지 말아달라”는 등 해당 단체를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선 해당 기사에 같은 아이디로 동성애를 비난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적은 댓글이 발견되기도 했다.

주요셉 목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갈무리

극우성향을 띤 일부 목사들은 <한겨레> 기사를 두고 음모론을 펼치기도 했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인 주요셉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겨레> 보도를 두고 “정치적 배후를 의심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 교회를 겨냥 전면전을 선포한 모양새니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에도 “댓글 완료. 글구(그리고) 반대나 공감표시 필수 부탁드려요”란 독려 댓글이 달렸다. 주 목사의 글은 페이스북의 ‘기독교싱크탱크’, ‘대한민국의미래’와 같은 그룹에도 공유되며 퍼지고 있다.

개신교 신극우주의를 이끌어온 안아무개 목사도 가짜뉴스 채팅방에서 <한겨레> 보도에 대한 비난과 반박에 앞장선 것으로 드러났다. 안 목사의 주장은 이후 에스더의 가짜뉴스를 유통한 채널인 ‘지엠더블유(GMW)연합’의 블로그 게시글과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됐다. 게시글은 ‘에스더가 만들어낸 가짜뉴스’로 <한겨레>가 지목한 사례에 대한 반박 내용이 중심이다. 문제는 이들의 반박이 여전히 일부 기사를 편의주의적으로 짜깁기하거나 인과 관계가 없는 여러 사건을 마치 관계가 있는 것처럼 연결 짓고 이를 확대해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들이 “동성애 합법화하면 수간도 합법화”란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기사는 2016년 캐나다 수간이 합법화됐다는 내용이 아니라 “동물을 성적으로 학대해도 실제 성교(삽입)이 없으면 수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기사다. 캐나다는 1955년부터 수간을 처벌하고 있다. 다만 “삽입을 전제로 한다”는 ‘수간’의 법적 정의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내용이다. ‘지엠더블유(GMW)연합’은 이를 두고 “캐나다에서 수간이 합법화됐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2015년 동성혼을 법제화한 뒤 수간을 합법화한 것”이란 주장으로 뒤바꿔 마치 “동성혼을 법제화하면 수간도 합법화된다”는 인과관계로 둔갑시켰다.

‘지엠더블유(GMW)연합’은 또 2005년 외국 기사를 근거로 “동성애 교육에 항의한 미국의 한 아버지가 감옥에 갔다”고도 주장했지만, 실제로 해당 아이의 아버지는 학교에 무단 침입하고 경찰의 퇴거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에 경찰에 체포됐다. “동성애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미국인이 1억6000만원 벌금 폭탄을 받았다”는 주장 역시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제과점 주인은 단순히 케이크 제작을 거부해서가 아니라 해당 커플의 주소와 신상을 공공에 드러냈고, 이로 인해 커플이 친척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고소를 당했다.

이날 ‘에스더기도운동’의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한겨레> 기사에 대한 답변을 부탁드린다”는 평신도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거짓은 결코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다. 하나님의 일은 참이신 하나님의 방법으로 해야 한다”, “반드시 반박 기사와 정정보도 요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놈들이 교회를 물로 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댓글이 달렸으나, 이용희 대표의 답변은 달리지 않았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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