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SK, 삼성, 두산 왕조 틈새 두 차례 우승 차지한 KIA

-다른 우승팀은 연속 우승 차지하며 ‘왕조’ 설립, KIA는 2009년 우승 뒤 하위권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바라보고 있지만, '왕조 설립'은 주춤한 상태

-반짝 우승 넘어 지속 가능한 강팀 만들기 위해 시동 건 KIA

시즌 막바지 치열한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KIA(사진=엠스플뉴스)
시즌 막바지 치열한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KIA(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2000년대 들어 KBO리그엔 여러 ‘왕조’가 탄생했다. 한번 우승을 차지한 팀이 몇 년간 연속해서 우승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

SK 와이번스는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4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 우승했다. 삼성 라이온즈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했고, 4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5년 삼성을 꺾고 우승한 두산 베어스는 2017년까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2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올 시즌에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상태다.

SK, 두산의 우승 기록엔 두 개의 결락(缺落)이 존재한다. 2009년 우승팀은 SK가 아니었고, 2017년에도 두산은 우승을 하지 못했다. 2009, 2017년 우승팀은 모두 KIA 타이거즈였다.

KIA는 2009년 SK와 피 말리는 1위 싸움에서 승리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2017년에도 두산과 끝까지 혈투를 펼쳐 1위를 굳힌 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KIA의 다짐"SK, 삼성, 두산처럼 계속 좋은 성적 내는 팀 만드는 게 목표"

2017시즌 우승 주역 헥터 노에시와 팻딘은 올 시즌 크게 부진하다(사진=엠스플뉴스)
2017시즌 우승 주역 헥터 노에시와 팻딘은 올 시즌 크게 부진하다(사진=엠스플뉴스)

‘왕조’를 세우는 데 성공한 SK, 삼성, 두산과 달리 KIA의 기세는 다소 달랐다. 2009년 우승컵을 들어올린 KIA는 2010년 8팀 가운데 6위로 추락했다. 2011년 4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으나, 2012년 다시 5위로 내려앉았다. 2013년엔 9팀 가운데 8위를 머무는 침체기를 맞았다.

그래서일까. 2017년 우승한 뒤 KIA는 ‘왕조 설립’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당시 KIA 관계자는 SK, 삼성, 두산처럼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2009년의 교훈을 잘 기억하고 있는 만큼 2018년엔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만 보면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올 시즌 KIA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한 채 시즌 내내 헤맸다. 전반기를 6위로 마감했고,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를 앞두고는 8위까지 추락했다.

휴식기 이후 타선 폭발에 힘입어 다시 5위로 치고 올라왔지만, 여전히 와일드카드 획득을 놓고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혈투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도 성과라면 성과다. 관건은 애초 꿈꿨던 ‘왕조 건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결과라는 점이다.

KIA, 지금은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가는 과정인가

김기태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KIA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기태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KIA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다(사진=엠스플뉴스)

따지고 보면 KIA 우승엔 언제나 ‘우주의 기운’이 함께 했다. 2009년 KIA 우승을 예상한 전문가는 극소수였다. 하지만 김상현 트레이드 성공, 외국인 선수 대박, 의외의 선수들이 요소요소에서 맹활약하며 상승세를 탔고, 결국 우승까지 거뒀다. 엄밀히 따지면 오랜 기간 치밀하게 기초를 다지면서 준비해서 거둔 우승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2017년도 마찬가지. 대부분 전문가가 두산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이번에도 KIA는 트레이드 성공, FA(자유계약선수) 최형우 영입, 외국인 선수의 대활약 등을 하나로 묶어 우승까지 해냈다.

흔히 우승팀 하면 떠오르는 ‘완전무결한 전력’과는 거리가 있었으나, 장점을 극대화해 약점을 상쇄하는 식으로 우승을 거둔 셈이었다.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현 단장)의 리더십이 선수단을 최상의 분위기로 이끌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실력이 발군이었다. 벤치에서 다소 무리수다 싶은 판단을 내려도 KIA 선수들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무리수인 것 같은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지난 시즌 보여준 KIA의 장점은 희미해지고, 불안요소가 커졌다. 외국인 투수 듀오는 부진에 빠졌고, 지난 시즌 강점이던 선발 투수진은 와해했다. 타선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마운드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힘든 경기가 이어졌다.

1점 차 경기 승률 리그 최하위(0.394)에 끝내기 패배 최다(9패)는 지난해보다 약해진 KIA의 뒷심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무리수를 선수들의 활약으로 만회하곤 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KIA의 무리수는 말 그대로 무리수로 끝나는 날이 많았다.

물론 기회가 찾아왔을 때 과감한 투자로 역량을 집중해 우승을 거머쥐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꾸준히 4강엔 들면서도 정작 우승은 못 하는 구단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지속 가능한 강팀’을 만드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오랜 준비와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고, 현장은 물론 구단 전체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결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

KIA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오래 가는 강팀을 만들기 위해 긴 안목에서 준비도 하고 있다. 2009년 우승 이후 육성의 필요성을 깨닫고서 2군 훈련장인 함평 KIA 챌린저스 필드를 건립했다. 2012년 2군 구장 완공을 시작으로 2016년 재활센터를 세웠고, 내년 상반기엔 야간경기가 가능한 새 2군구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KIA 관계자는 “아직 우리 팀은 강팀으로 가는 과정을 밟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이런 노력과 준비가 언젠가 KIA를 연속 우승이 가능한 팀으로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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