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리 인상.. 버티던 韓銀 '선택의 순간' 왔다
2015년 말 시작된 미국 금리 인상 행보가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블룸버그가 최근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1명 중 96%가 25~26일(현지 시각 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연 2.0~2.25%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2016년 말 한 번 더 금리를 올리고, 작년에는 세 번(3·6·12월) 금리를 올렸다. 시장에서는 3월과 6월 두 차례 금리를 올린 연준이 9월과 12월에도 금리를 인상(연간 4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커지지만, 대응 차원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가계 부채 폭발 위험이 커지는 등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방어 차원에서 금리 올리는 신흥국들
올해 들어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금리를 올리는 중이다.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미국발(發) 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미국과 관세 분쟁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현상이 벌어진 터키는 작년 말 연 8%였던 기준금리를 최근 연 24.0%로 연초 이후 16.0%포인트나 올렸다. 지난달엔 아르헨티나·인도·필리핀·인도네시아·체코 등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경제 조사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가 집계한 '신흥시장 금리 분포 지수'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신흥국이 긴축적인 통화정책 사이클(순환기)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수는 신흥국 중 금리를 인상한 중앙은행 숫자에서 금리를 인하한 중앙은행 숫자를 빼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버티기' 행보의 BOJ·ECB
반면 미 연준과 세계 3대 중앙은행으로 꼽히는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금리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 중인 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는 미국·유럽과 상황이 다르다"며 "물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ECB는 강온 양면 전술을 쓰는 중이다. 올해 말까지 양적 완화를 마치겠다고 밝히면서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촉발하지 않기 위해 내년 여름까지는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19일 ECB 포럼에서 "금리 인상 시점을 결정하는 데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행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 있는 한국은 셈법이 더 어렵다. 한국은 작년 11월 6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다른 신흥국보다 먼저 미국의 금리 인상 행보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후 금리를 10개월째 동결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돈줄을 죄어야 한다는 의견과 미·중 무역 갈등, 국내 고용 쇼크 등 돈을 풀어야 할 요인이 혼재한 가운데 한은은 7월부터 금리 인상 근거를 다지는 듯한 액션을 취해왔다. 7월 한은 금통위원 7명 중 1명이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냈고, 실무진에선 '정부가 통제하는 관리 물가를 제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금리 인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고 언급하는 등 집값 급등에 대한 '한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꼬였다. 만약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올리면 '외압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10월은 동결하고, 11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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