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런던 한복판 육교에 한옥 한 채 날아와 걸렸네

정상혁 기자 2018. 9.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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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런던에 첫 야외 대형 작품 "집에 대한 소속감·추억 발견할 것"

런던 빌딩숲 육교 난간에 한옥 한 채가 걸려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설치미술가 서도호(56·사진)의 '브릿징 홈, 런던(Bridging Home, London)'이 24일 영국 런던에서 베일을 벗었다. 유동 인구 많기로 손꼽히는 리버풀스트리트역 근처 웜우드가(街) 육교 위, 대나무로 둘러싸인 한옥이 육교에 걸쳐 있다. 기우뚱한 채로 문설주와 기와 일부가 육교 밖으로 삐져나와 있어, 태풍 직후의 황당한 재난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다.

런던에서 선보이는 첫 대형 야외 설치작품을 통해 작가는 직접 체험한 이주(移住)의 감정, '집'의 구조와 인생을 담으려 했다. 그는 "'짓는다'는 것은 '공간'이라는 단어보다 의미 있고 은유적이며 정신적"이라며 "(작품이)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만큼 많은 분이 같은 느낌으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브릿징 홈, 런던'은 이 지역 이주자의 역사를 돌아보고자 런던 공공예술축제 '아트 나이트(Art Night)'와 도시조각 프로젝트(Sculpture in the City)의 공동 발주로 제작됐고, 6개월간 전시된다.

런던 웜우드가(街) 육교에 설치된 서도호의 ‘브릿징 홈, 런던’. 유럽 대도심에 불시착한 듯한 한옥이 문화적 이주와 융합, 공적·사적 공간의 연결고리 등을 질문한다. 한옥 옆 대나무 정원은 다국적 건축디자인회사 HOK와 협업해 제작했다. /HOK 런던


한옥은 서도호의 예술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는 한국화 거목 서세옥(89) 화백의 아들로, 창덕궁 연경당(演慶堂)을 본떠 지은 서울 성북동 한옥에서 자랐다.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해 미국 예일대 대학원에서 조소를 배웠고, 이후 뉴욕·베를린 등 세계 곳곳을 떠돌며 '집'의 의미를 탐구해 온 작가는 1999년 미국 LA한국문화원 전시에 천으로 만든 한옥 '서울 집/L.A 집'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집에 매달렸다. 어디선가 날아온 한옥 한 채와 그로 인해 박살 난 양옥 벽돌집을 묘사한 '별똥별―1/5'(2008~2011)처럼, 집으로 상징되는 문화적 다채로움의 충돌·착륙의 과정을 내보인다.

이후 '집 속의 집'(2012), '집 가까이서'(2018) 등 서도호의 집 짓기는 계속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파토스 우스텍 수석 큐레이터(데이비드 로버츠 미술재단)는 "런던 도심의 가장 복잡한 빌딩 사이에 자리한 한국 전통가옥을 보는 순간 '집'에 대한 본질적 감정과 소속감, 추억을 발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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