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교과서에 왜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을까?

2018. 9. 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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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발간
예멘 난민, 학교폭력, 원전 공론화 소재로
개념 나열하는 교과서 탈피..토론 등 제안

[한겨레]

2014년 경기도교육청이 제작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의 2018년 개정판이 나왔다. 지난 6월 큰 논란을 빚었던 ‘난민 문제’를 다루며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 무사증제도를 폐지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무사증제도란 비자 없이 일정 기간 체류를 허용하는 것으로, 올해에만 552명이 넘는 예멘 난민이 이 제도를 통해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했다. 지난 26년간의 누적 인원보다 많은 수였다.

이후 ‘난민들의 입국을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 71만여명이 국민청원에 동의했고, 지난 8월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예멘을 제주 무사증 불허 국가에 추가했으며, 엄격한 난민심사를 통해 ‘허위 난민 신청자’를 신속하게 가려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얼마 전 청와대에 올라왔던 이 국민청원이 교과서 속으로 들어왔다. 경기도교육청이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의 개정판을 내며 난민 청원을 교과서에 포함한 것이다. 이 교과서는 ‘지구촌 시대의 공감과 연대’에 대해 이야기하며 학생들에게 ‘제주도에 난민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난민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난민들을 돕고 그들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은 우리와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등을 묻고 이에 관해 토론할 것을 제안한다. 교과서는 나아가 한국 국민도 한때 난민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김구, 안중근, 안창호,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도 난민이었다’고 강조하며, 유엔 설립 이후 최초로 도움을 받은 이들도 한국이었다고 밝힌다.

일상적으로 학생들이 배우는 사회과 교과서와는 많이 다른 이 교과서는 ‘민주시민 교과서’다. 2014년 민주시민교육 조례를 제정하는 등 민주시민교육을 적극 추진했던 경기도교육청이 만든 교과서로 서울·광주·세종·전남 등 10개 교육청에서 함께 사용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가 원할 경우 사회과 교육과정의 보조교재로 활용할 수 있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혹은 선택교과 시간에 교재로 사용할 수 있다. 개념 등을 나열하고 있는 기존 교과서와 달리 학생들이 주제를 이해·토론하고 체험활동을 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개정판을 낸 더불어민주시민 교과서.

인권과 노동, 평등·평화·연대·민주주의·미디어·선거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을 소재로 ‘입장바꿔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2018년 개정판이 만들어지면서 최근에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이슈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예컨대 ‘공감과 연대’ 단원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 노동자를 해고하려는 아파트에 맞서 릴레이 손편지를 써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또 ‘평화와 공존’ 단원에서는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록’에 대해 논의해 보자고 제안한다.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하거나 퇴학시키는 등 강력한 처벌로 가해 학생에게 낙인을 찍을 경우 그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히며 학생부 기록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식은 없는지 묻는다. 또 ‘민주주의와 참여’ 단원에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소개하고 시민들의 참여와 숙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숙의민주주의를 설명하기도 한다.

실제 학교폭력과 성폭력·교권침해 등 다양한 갈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육전문가들은 근본적 대안으로 시민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시민교육을 통해 나와 공동체의 관계, 공동체 속에서 나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 등을 고민할 기회를 제공해 시민의식을 갖춘 민주시민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교육분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아울러 사회적 요구에 맞춰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원태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자문관은 “1970년 즈음 유럽 사회에선 빈부 격차 인종 갈등 등의 문제가 심화됐고 이는 학생들 간의 갈등과 폭력 문제로 이어졌다. 이때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시민교육’이었다”며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형사 미성년자의 기준을 낮추는 등의 법적 처벌보다 시민교육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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