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민연금은 왜 강제 가입시키나? 과거 헌법소원 결과 보니

이에스더 2018. 9. 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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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납세자연맹 회원들이 17일 오후 보건복지부 주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자리에서 재정추계위원회,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의 국민연금 장기재정전망과 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논의 결과를 발표한다. 2018.8.17/뉴스1
힘들게 번 돈을 강제로 떼어간다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제 노후는 저의 몫이니 국민연금 탈퇴시켜주세요. 낼 사람은 내고 안 낼 사람은 안 낼 수 있게 해주세요.” 국민연금공단은 무슨 권리로 모든 국민의 돈을 뺏어갈 수 있는건가요? 물어보면 분명히 세금이 아니라고 합니다. 국민의 권리란건 없는건가요? 국민연금을 할지 안할지의 선택이 돈을 내는 주체에겐 없는건가요?”
지난달 17일 국민연금제도개선위원회의 자문안이 공개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들이다. 관련 청원만 1600여개가 쏟아졌다. 국민연금 4차 재정재계산 결과 연금 제도를 유지하려면 보험료율 인상과 수령 연령 상향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자문안이 공개되자 불만이 속출했다. “내고 싶은 사람만 내게 하자”고 요구하거나, 국민연금 제도를 폐지하라는 과격한 청원도 올라왔다.

국내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득있는 사람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다. 국민연금은 왜 강제 가입시키고 보험료를 ‘강제 징수’할까. 이러한 의문은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된 이래 30년간 수없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등 대부분의 사회보험제도는 강제가입을 채택하고 있다. 강제적용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은 ‘당장의 생활이 어려워 노후준비를 할 수 없다’, 부유한 사람 또한 ‘별도의 노후준비가 필요없다’고 가입을 기피하고, 젊은 층의 경우는 ‘먼 훗날의 노후를 굳이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느냐’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가입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공단은 “이처럼 가입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노후빈곤층이 확대되고, 결국 국가는 빈곤해소의 문제를 조세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성실하게 본인의 노후를 준비한 사람은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의 노후의 일정부분을 책임지게 되는 이중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득활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제가입ㆍ징수의 이유를 밝혔다.

국민연금 강제 가입ㆍ징수 논란에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1999년 6월 국민연금 가입자 김모씨 등 116명은 국민연금제도가 조세법률주의, 재산권과 행복 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시장경제질서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국민 개인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 가입시키고 소득재분배를 전제해 징수된 보험료 액수만큼 나중에 되돌려 받지도 못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2년여의 심리 끝에 2001년 “위헌으로 볼 수 없다”며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국민연금은 반대급부 없이 국가에서 강제로 징수하는 조세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으로, 국민의 생활보장과 복지증진을 기하는 공익목적의 제도이기 때문에 헌법 취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강제가입 및 징수 행위가 개인의 행복 추구권을 일부 침해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회보험의 성격과 노년층ㆍ저소득층으로의 소득 재분배 기능 등에 비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해친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 기본권도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민의 노후 뿐 아니라 장애ㆍ사망시에 연금을 지급해 생활을 안정시킨다는 국민연금법의 목적이 정당하고, 국민연금제도가 개인이 당할지 모르는 사회적인 위험을 분산시키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국민연금제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개별적인 내용의 저축에 대한 선택권이라는 개인적 사익보다 월등히 크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 국민연금 강제가입 및 강제징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요약)99헌마365 국민연금법 제75조 등 위헌확인 (쟁점사항) 1. 강제가입과 소득재분배 효과를 전제로 한 연금보험료의 강제징수에 관한 국민연금법 규정이 조세법률주의나 재산권보장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2. 강제가입에 관한 국민연금법 규정이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3. 위 국민연금법 규정이
「헌법」

상의 시장경제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사건개요) 청구인들은
「국민연금법」

상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서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연금보험료를 1999.5.10.까지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음. 소득재분배와 강제가입을 전제로 한 국민연금법 제75조, 제79조가
「헌법」

상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며 청구인들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헌법 제119조제1항에 반한다는 이유로 1999.6.22. 헌법소원심판 청구(청구인 주장) 1. 국민연금법은 소득재분배를 전제로 고소득자는 저소득자에 비하여 적은 비율의 연금급여를 받게 되는 바 이는 국가가 대가없이 금전을 강제로 징수하는 것으로서 실질적 조세징수에 해당. 국가가 고소득자의 구매력을 강제로 빼앗아 저소득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이므로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59조, 재산권보장을 규정한 헌법 제23조제1항에 위반됨. 2. 모든 국민은 각자의 인생에 대한 설계를 자유로이 할 수 있으므로 국가는 국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소득과 저축을 기준으로 노후대책을 포함한 각자의 인생설계를 할 수 있도록 맡겨두면 족함. 다만 자기 힘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본래의 연금제도와 별도로 국가재정으로 공적부조의 급여를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을 두어야 할 것이고 그 이상의 소득재분배는 사회주의로 가는 결과가 됨. 국민연금제도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헌법 제119조제1항에 위반되며 개인들이 자신의 노후대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함.(판결요지) 1. 국민연금제도는 가입기간 중 납부한 보험료를 급여의 산출근거로 하여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므로 반대급부 없이 국가가 강제로 금전을 징수하는 조세와 성격을 달리함. 국민연금법 제79조가 강제징수를 규정하고 있으나 국민연금제도의 고도의 공익성을 고려하여 법률이 특별히 강제징수 규정을 둔 것으로 연금보험료를 조세로 볼 수는 없음. 국민연금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사회보험의 본질적 요소로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며 연금보험료 징수는 재산권행사의 사회적 의무성의 한계 내에 있음. 국민연금제도는 조세법률주의나 재산권보장에 위배되지 않음. 2. 국민의 노령ㆍ폐질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법의 입법목적에 정당성이 있으며, 국가적인 보험기술을 통하여 사회적 위험을 대량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구제를 도모하는 사회보험제도의 일종으로 그 방법 또한 적정하고, 필요최소한도로 개인의 선택권이 제한되며 국민연금제도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개별적인 내용의 저축에 대한 선택권이라는 개인적 사익보다 월등히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행복추구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음. 3.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 원칙에 비추어 보면 사회보험방식에 의하여 재원을 조성하여 반대급부로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강제저축 프로그램으로서의 국민연금제도는 상호주의 원리에 입각한 사회연대성에 기초하여 고소득계층에서, 저소득층으로 근로세대에서 노년세대로, 현재세대에서 다음세대로 국민간의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함으로써 오히려 위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부합하는 제도라 할 것이므로 국민연금제도는
「헌법」

상의 시장경제질서에 위배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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