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1년 전 양복·넥타이 챙겨온 김현종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위문희 2018. 9. 25.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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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제가 이걸 두 번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중앙포토]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문 서명에 앞서 미국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소회다. 김 본부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ㆍ미FTA 공동성명에 서명하기에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개정협정문에 서명했다.

김 본부장의 한·미 FTA 협정문 서명은 11년만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했고 2007년 한·미 FTA 협상을 타결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7월 다시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돼 이번에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지휘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장에 11년 전과 똑같은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2007년 6월 수전 슈와브 미국 USTR 대표와 미국 하원의 캐넌 빌딩에서 한·미 FTA 협정문에 서명할 때 입었던 세로 무늬 양복과 주황색이 들어간 넥타이 차림 그대로였다. 다만 김 본부장은 실제 서명식장에는 다른 의상과 넥타이 차림으로 입장했다. 서명식 직전 입고 있던 양복과 넥타이에 커피를 쏟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7년 6월 30일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수전 슈와브 미국 USTR 대표와 미국 하원의 캐넌빌딩에서 한·미 FTA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중앙포토]

김 본부장은 간담회에서 “11년 전과 넥타이와 양복 차림이 똑같은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협상에 임했을 때 가진) 생각이 그대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저는 첫 번째도 그랬고 두 번째도 마찬가지인데, 한·미 FTA를 깰 생각을 하고 협상에 임했다”며 “이번에도 깰 생각도 있다는 것을 ‘상대방’한테 설명을 했더니 캐나다, 멕시코와는 달리 소규모 그리고 타결 가능한 패키지로 가자고 해서 국익, 국격, 국력 증대 차원에서 크게 손해보지 않고 오늘 서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이 언급한 ‘상대방’은 라이트하이저 대표다. 두 사람은 모두 통상변호사 출신인데 글로벌 로펌인 ‘스캐든 압스 슬레이트 미거 앤드 플롬(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를 거쳤다는 공통점도 있다.

1985년 미 컬럼비아대에서 통상법학박사학위를 받은 김 본부장은 1987~88년 스캐든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한 적이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레이건 행정부 때 USTR 부대표를 역임한 뒤 올해 초 USTR 대표에 지명되기 전까지 스캐든 워싱턴에서 30여년 간 통상변호사로 일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측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등 한미 대표단이 지난해 8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영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 본부장은 지난 3월 청와대 SNS 프로그램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같은 로펌 출신이라고 직접 소개했다. 당시 김 본부장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같은 로펌에서 근무했지만 처음부터 궁합이 잘 맞은 것은 아니었다”며 “첫 번째 화상회의를 하고 난 다음에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미국 기자들에게 ‘저 밥맛 떨어지는 김현종 본부장 때문에 술 한잔 해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어느 정도 관계가 좋아졌다”며 “나는 FTA를 언제든지 깰 준비가 돼 있다는 태도를 보였는데 나중에는 친해져서 ‘브로맨스’ 수준까지 갔다”고 소개했다.

이날 체결된 한·미 FTA 개정협정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마무리된 FTA 개정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세계 주요국들이 미국과 치열하게 통상 분쟁, 통상 쓰나미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되고 서명된 무역 협정이 한·미 FTA 관련 협상이라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협상 범위를 소규모로 해서 협상 개시 3개월 만에 신속하게 원칙적 합의에 도달한 것은 협상 장기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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