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결혼 대신 야반도주" 사표 내고 여행 떠난 두 친구
[편집자주] #퇴사각? #내나이서른 #10년친구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서른 살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제게 조언해주고 싶어요. 고민하지 말고 더 일찍 떠나라고." 10년 지기 두 친구의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를 담은 책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의 저자 위경은(필명 위선임)씨는 "여행 전으로 돌아가도 다시 떠날 거냐"는 기자의 말에 웃으며 답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열풍이 불면서 퇴사를 결심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4월 회원 76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8명(82.8%)은 이미 퇴사한 경험이 있었다. 퇴사횟수는 2회(29.9%)가 가장 많았고 1회(28.1%), 3회(17.2%), 5회 이상(14.9%) 순이었다. 특히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순간'으로 20대 직장인들의 13.5%가 '오랜 조직 생활로 잃어버린 나의 생활을 되찾고 싶을 때'라고 답했다. 여타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치다.
퇴사 후 세계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직장인 안모씨(28)는 "수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나는 그저 회사의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결심했다"며 "내년 초 세계여행을 떠나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품속에 지니고 있는 '사표'를 던지고 낯선 나라를 여행하며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 근사하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 '개고생'으로 점철된 2년간의 여행기를 책으로 펴낸 두 친구가 있다. 대학교 신입생 OT에서 만난 10년 지기인 김연우(필명 김멋지)씨와 위경은(필명 위선임)씨다. 지난 13일 오전 두 사람을 만나 생고생 여행기와 여행 이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표를 내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 이유는 바로 위씨의 건강 악화 때문이었다. 위씨는 직장생활 4년 차 되던 해, 예고 없이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했다. "직장에서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온몸이 망가졌어요. 연말정산 도중 그해 쓴 의료비가 700만 원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 나는 지금 쉬어야 하는 타이밍이구나' 싶었죠."
퇴사를 고민하던 그는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돌파구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이내 퇴사를 위한 결혼은 정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 대학생 때 김씨와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세계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던 일이 떠올랐고 돼지껍데기 집으로 김씨를 불렀다.
평범한 배낭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유럽이 아닌 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을 다녔던 두 사람. 여행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 인도에서 위씨가 맹장 수술을 받았던 순간을 꼽았다. 김씨는 "귀국 3일 전에 선임이의 맹장이 터졌다. 보호자는 나 하나뿐이어서 직접 (인도의) 병원을 선택하고 수술 스케줄을 잡아야 했다. 매우 큰 부담을 느꼈고 아찔했다."며 당시의 심경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이에 위씨는 김씨의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타지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어요.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제발 눈을 뜨게만 해 달라고 기도했을 정도로요. 수술 후 눈을 떴을 때 멋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너무 반갑고 눈물이 났죠."
꿈같은 여행 끝에는 팍팍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법. 오죽하면 '여행 후유증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냐고 묻자 김씨는 "별걱정 안 했다"며 "다 잃는다고 해도 몸뚱이 하나는 있으니 뭐라도 하면서 먹고 살겠지 싶었다"고 했다. 반면 위씨는 '나이도 먹고 경력 단절도 올 텐데 결혼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출국 전날까지 밤잠을 설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여행 후 두 사람 앞에 펼쳐진 현실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블로그에 연재한 여행기가 큰 인기를 끌었고, 나아가 책까지 출판하게 된 것. 얼떨결에 프리랜서로의 첫발을 내딛게 된 셈이다. 현재 이들은 강연을 다니고 행사를 진행하는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묵직한 조언을 남겼다. 위씨는 "일단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면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끊임없는 미련이 든다면 한 번쯤은 무작정 가보는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씨도 "퇴사나 결혼, 여행처럼 큰 선택이 아니어도 된다"며 "관심이 가는 게 있다면 조그만 일이라도 처음부터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목 때문에 생긴 궁금증 하나. 인터뷰를 마치며 넌지시 물었다. 혹시 '비혼주의자'냐고. 질문을 듣자마자 두 사람은 손사래를 쳤다. "제목 때문에 비혼주의자가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사요. 하지만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 대신 여행을 떠났던 당시의 상황을 담아낸 제목일 뿐입니다. 많은 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비혼주의자는 아니에요."
김소영 인턴기자 sykim1118@, 이상봉 기자 assio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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