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애는 언제쯤" 명절마다 난임 부부 괴롭히는 가족들의 오지랖

이에스더 2018. 9. 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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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명절마다 ‘애는 언제쯤 가질거냐’는 질문을 지겹게 많이 받아요. 더 묻지 말라고 에둘러 표현을 해도 다음 명절이면 또 그러시네요. 아내에게 미안하고 면목이 없어요.”
교사 유동민(37ㆍ가명)씨 부부는 2011년 결혼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 5년 전부터 난임클리닉을 찾아 진료를 받고있지만 임신은 쉽지 않았다. 병원에선 아내(36)가 아닌 유씨 문제라는 진단을 내렸다. 정자 수가 너무 적고 활동성이 떨어져 난임 시술도 효과가 없었다. 이를 모르는 유씨의 가족ㆍ친척들은 명절마다 유씨 아내를 붙들고 “한살이라도 어릴 때 임신해야 한다”고 채근했다. 유씨는 “남자 구실 못하는 것 같다는 자책을 하게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더 우울해진다”라고 털어놨다.
유씨 부부처럼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 추석 연휴는 반갑지만은 않다. 오랜만에 가족ㆍ친척들이 모이는 즐거운 시간이지만, 걱정 이나 조언을 빙자한 친지들의 과도한 오지랖이 난임 부부들에겐 큰 스트레스가 된다. 주부 김모(38ㆍ여)씨는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째 시험관아기 시술에 매달리고 있다. 매일 자기 배에 과배란 주사를 직접 놓는 고역도 일상이 됐다. 시술을 받은 날엔 혹시나 임신하는데 영향을 줄까 싶어 가만히 누워있느라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그래도 바라던 아기는 오지 않았다. 김씨는 ”명절이 너무나 큰 스트레스“라고 털어놨다. 그는 “가족들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마음 편히 먹으라’거나 ‘키위 주스를 먹으면 임신이 잘된다더라’ 같은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는걸 왜 모르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늦은 결혼, 비만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남성 난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대병원 난임 검사 연구원이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정액 검사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0828

가족들은 난임 부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최동희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진료하는 환자들이 명절에 ‘아기 언제 가지냐’ ‘난임 검사는 해봤냐’ 이런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말은 난임 부부들을 너무나 힘들게 한다. 가족들이 모여서 할 이야기가 아기 이야기만 있는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요즘엔 출산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아이 문제는 부부가 알아서 결정하도록 되도록 묻지 않는게 기본 예의다. 부부가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가족들이 그 아이를 길러줄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중앙난임ㆍ우울증상담센터장)은 “난임 부부들은 우울증에 빠지기 쉽고,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하고 출산한 뒤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라며 “자꾸 채근하는 것은 우울증을 부추기는 일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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