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 폐기'..韓·美 빅딜 성사될까 [특파원+]

국기연 2018. 9. 24. 11:4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 북·미 핵 협상의 첫 단추를 끼우는 빅딜을 시도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20일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모종의 중재안을 마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좌한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대신해 트럼프 대통령과 간접 협상을 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후속 협상 차원에서 종전 선언과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맞교환하는 타협안을 마련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종전 선언과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동시에 단행하는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미국에서 나왔다. 북한과 미국은 그동안 종전 선언과 북한의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을 맞교환하는 협상을 해왔으나 두 가지 조처의 선후 문제로 대립해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북한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국제 참관단 입회하에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 방안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 때문에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 대신에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종전 선언 동의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는 게 미국 측 분석이다.

◆새로운 빅딜 카드

미국의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은 23일(현지시간) ‘트럼프, 유엔에서 북한 문제에 관한 결정적인 순간을 맞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과 북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맞교환하는 빅딜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더 힐은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구두로 밝힌 약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계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요구 사항인 종전 선언을 수용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부르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 연구원은 이 매체에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받아들이고, 이를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에서 이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김 위원장과 2차 회담을 개최하도록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것이고, 백악관은 이미 시간과 날짜를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2차 회담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9월 평양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양보 vs 양보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영구 폐기를 제안하면서 핵 사찰을 수용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평양 공동 선언이 나오자마자 트위터에 “김정은이 핵 사찰(nuclear inspections)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20일 성명에서 남북이 “영변의 모든 시설을 미국과 IAEA 사찰단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찰과 핵 리스트 제공은 서로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미국이 북한에 핵·미사일 시설 리스트를 내놓으라고 하는 이유도 사찰에 이 리스트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이나 IAEA의 사찰을 수용했다면 이것이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려는 김 위원장의 ‘사적인’ 메시지도 핵 사찰과 관련된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국장은 더 힐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보 대 양보’ 방식을 수용하도록 분명하게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하는 양보를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선언을 양보하게 될 것이라고 그가 전망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중간 선거 앞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6일로 예정된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는 중간 선거전에서 자신이 내세울 대표적인 외교 업적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꼽고 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의 양보를 보장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종전 선언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가 똑똑하다면 그가 자연스럽게 종전 선언을 받아들이고, 이를 중간 선거 이전에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등 서명자들과 함께 성대한 종전 선언 행사를 하고, 자신이 한국전쟁을 종식한 인물이라며 이를 정치적인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업적을 남기고, 이를 통해 언론이 국내의 부정적인 정치 뉴스로부터 관심을 돌리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받아들이면 김 위원장도 상응하는 양보 조처를 신속하게 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김 위원장이 사기를 친 것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기에 김 위원장이 그런 사태를 절대적으로 피하려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링너 헤리티지 연구원은 “미국에서 한국이 너무 빨리, 너무 멀리 앞서 나간다는 우려가 있으나 문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기를 바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종전 선언은 실익이 없고, 몇 가지 중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강행하고, 그 선언에 서명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매우 거대한 역사적 이벤트로 여긴 나머지 이것이 동맹 관계나 억지력을 어떻게 훼손할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