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에 컵라면, 이래도 되냐고요?

2018. 9. 2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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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우리 집 차례상에만 올라오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음식이 있지 않은가.

추석 차례상에 컵라면을 올린다는 경기 화성시에 사는 이모 씨(60)는 "그냥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거라..."며 별 특별할 게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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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우리 집 차례상에만 올라오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음식이 있지 않은가.

추석 차례상에 컵라면을 올린다는 경기 화성시에 사는 이모 씨(60)는 "그냥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거라..."며 별 특별할 게 없다고 말한다.

물론 기본적인 차례상 음식들을 올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전, 나물, 과일 등 기본적인 차례상을 갖추고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음식으로 차례상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 씨는 "차례상에 대한 관습이나 법도도 중요하지만,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것을 차려 놓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아버지께서 생전에 나이가 드시고, 이가 안 좋고 소화력이 약해지시니, 음식을 잘 못 드셨다. 그런데 컵라면을 불려 드리니 입맛에도 맞으신다며 자주 드셨다. 명절, 제사 때만이라도 좋아하는 걸 드리고 싶었다"고 차례상에 컵라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차례상에 과자를 올린다는 서울 강서구에 사는 최모 씨(33)는 "어머니 중학교 때부터 차례상에 과자가 올라왔다"며 "어머니 말로는 당시에는 특정 과자가 고급 과자라서 조상님이 좋아하시는 좋은 음식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과자가 흔해지면서 좋은 음식이라는 의미는 퇴색됐지만 올리던 거라 꾸준히 차례상에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과자가 좋은 음식, 특별한 음식이라고 여겨 차례상에 올렸다는 것.


하지만 과연 음식뿐일까? 경상북도 구미시에 사는 김모 씨(30)는 "차례상에 담배를 올린다"고 말했다. 음식이 아닌 담배를 올리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할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담배를 좋아하셨는데, 암 때문에 피우지 못하셨다. 그래서 차례상에 담배를 올리게 됐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컵라면, 과자, 담배 모두 특별할 건 없다. 우리가 흔하게 구할 수 있고, 정성을 들여 만드는 음식도 물건도 아니지만 차례상에 올라가는 이 3가지에는 '생전에 고인이 좋아했던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부 사람들은 "정성이 깃든 음식도 아니고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하지만 배달 음식인 치킨, 피자, 햄버거 등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을 깃든 음식은 아니지만 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는 차례상 또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그 시기에 구할 수 있는 '시물(時物)'을 차례상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으며, 성균관 관계자 또한 "차례상을 차릴 때 형식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설사 홍동백서를 거꾸로 놓았더라도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성이 있다면 충분하기에 눈에 보이는 형식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석 차례상의 예법이나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생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머니,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걸 올리는 평범하지만 고인을 향한 마음이 담긴 차례상이 어쩌면 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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