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김남희 "추성훈 보며 타카시 연습..연기로 입증하는 배우가 꿈" [인터뷰]

강경루 기자 2018. 9. 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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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모리 타카시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김남희는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감독님 입장에서는 도박이었을 거예요. 일본어도 모르고, 아직 큰 역할을 맡아본 적 없는 제게 말도 안 되는 기회를 주신 거죠.”

도박은 성공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에서 화족 가문의 엘리트이자 일본군 대좌인 ‘모리 타카시’를 연기한 배우 김남희(32)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창한 일본어와 대비되는 그의 어눌한 한국어 말투, 관자놀이에 솟은 핏줄 하나에도 섬뜩함이 서려있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진짜 일본인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됐다.

주모 홍파를 총으로 쏴죽이고 음흉한 웃음을 지어보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남희는 “나쁜 역할이 정말 나쁘게 잘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캡처.

20세기 초의 한성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 션샤인’은 의병들의 항일투쟁사를 다룬다. 타카시가 일제의 만행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만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말투’는 그 중 하나다. 김남희는 “사사키 소좌 역으로 출연한 재일 교포 3세 공대유씨가 일본어 선생님이셨다”며 “한국어는 일본인의 억양이 드러나도록 단어를 다 부순 뒤 다시 외웠고, 일본어는 단어·문장·억양 순으로 외운 다음 그 위에 연기를 입히는 과정을 무한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대본은 다 일본어로 돼 있었는데 한국어가 추가되면서 고민이 더 커졌어요. 일본 사람이 한국말을 아무리 잘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모티브를 얻은 건 추성훈 선수예요. 추성훈 선수가 출연한 토크쇼나 딸 사랑이와 출연한 예능을 하나하나 다 뒤져봤어요. 그리고 유튜브를 보면 일본 원어민 선생님들이 녹화한 강의 영상이 여러 개 있는데 저는 그분들의 일본어 말고 한국어를 들으면서 공부를 했죠(웃음).”

지난해 7월 드라마 출연이 확정된 후에는 뼛속부터 애국자인 ‘모리 타카시’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일본에 사는 지인과 함께 한 달간 합숙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촬영 현장에서는 ‘유진 초이’ 역의 이병헌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선배님이 분석한 타카시 캐릭터를 직접 연기로 보여주셨어요. 웃기도 하고, 정색도 하고 여러 표현방식을 다양하게 사용해 보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요. 제가 느끼기에 만족스럽지 않은 장면에서는 먼저 알아채고 다가와 물어봐주시고 세심하게 신경 써주셨죠.”

배우 김남희가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웃어 보이고 있다. 김지훈 기자

“‘쫄보’ 같은 면이 있다”고 자신의 성격을 표현한 그는 “연기 욕심이 많은 만큼 압박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강렬했던 재등장 신을 촬영하는 날 새벽에는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그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위장이 꼬여 응급실에 가 주사를 맞고 아무것도 못 먹은 채 촬영을 했다”며 “말을 타고 이병헌 선배님과 재회하는 장면을 보면 눈이 퀭한데 그래서 더 강렬하게 보였다면 다행”이라며 웃음 지었다.

고3 때 등굣길에 있던 연기연습실에 우연히 들른 것을 계기로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한 김남희는 연극 무대를 통해 주로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 ‘청춘예찬’(2013)으로 데뷔한 후,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민들레’(장서희)의 스토커 역을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깨비’에서는 과로사한 응급실 의사로 단역 출연해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꿈꾸는 모습을 묻자 그는 “연기할 때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평소에는 꾸미지도 않고, 편하고 털털한데 연기만 하면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해야 살 수 있는 사람, 연기할 때가 제일 행복한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앞으로 다른 역할에서도 타카시가 보일 것 같다는 걱정도 있는데 다음엔 ‘저 사람이 타카시였어?’하고 놀라게 해드리고 싶어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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