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투기 꽃길' 전락한 임대사업자 혜택, 이대로 놔둘까

CBS노컷뉴스 이재준 기자 2018. 9. 2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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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억제하고 신규 등록엔 양도세 중과한다지만..'뒷북'에 형평성 논란까지 가열
임대차정보시스템 구축으로 손쉽게 파악 가능..'등록 의무화+페널티'로 전환해야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받게 되는 각종 혜택이 부동산 투기세력의 '절세 통로'로 변질되면서, 등록 의무화를 통해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말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선 2021년까지 취득세·재산세 감면을 주기로 했다.

특히 8년 이상 장기임대시 최대 70%의 양도세 특별공제와 건강보험료 인상분의 80% 감면 혜택을 줬다.

내년부터 연간 2천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도 분리과세되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필요경비율 역시 현행 60%에서 70%로 상향하기로 했다.

연 2천만원의 임대소득이 있는 사람이 8년 장기임대로 등록하면 연간 7만원의 소득세를 내면 되지만, 등록하지 않았을 때는 최대 84만원을 내게 되는 식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인센티브가 오히려 투기세력의 '꽃길'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최근 내놓은 이슈리포트에서 제시한 일부 '가상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가령 올해초 강남의 한 아파트를 8억 8천만원에 산 A씨가 이를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 8년뒤인 2026년 23억 8천만원에 매도한다면 세금은 얼마를 내게 될까.

양도차익이 15억원이나 되는 만큼 현행 세법으로는 6억 9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실제 A씨가 내게 될 세금은 2억원에도 못 미친다. 장기임대주택 등록에 따른 인센티브로 74%가량인 5억원을 면제받게 되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9.13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 등록에 주는 인센티브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유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주택을 취득해 등록하면 양도세가 중과된다.

2주택자일 경우엔 기본양도소득세율 6~42%에 10%p, 3주택자는 20%p가 가산 적용된다. 그동안 80% 이상을 받을 수 있었던 임대사업자대출에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적용, 앞으로는 절반 이하로 억제된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기존 임대사업 등록자들의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다. 다주택자들이 각종 혜택에 임대물량으로 대거 등록하면서, 주택 시장에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됐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등록된 임대사업자는 34만 5천명에 이른다. 임대주택도 120만 3천채나 된다.

특히 9.13 대책 발표를 앞두고 8월 한 달간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8538명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35.3%, 임대주택은 2만 5277채로 76.7%나 급증했다.

눈치 빠르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들만 각종 혜택을 계속 누리게 된 셈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주호 간사는 "임대사업자 등록은 다주택자 중심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며 "혜택을 주면서까지 할 필요가 없고 의무화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가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한 건 다주택자들의 임대등록을 유도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최근까지도 임대주택 파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행정안전부 등에 나뉘어있던 임대사업 정보가 RHMS(임대차정보시스템)으로 통합되면서, 이제는 손쉽게 주택 보유 현황과 추정 임대료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이젠 의무등록을 넘어 자동등록이 되는 것이므로 인센티브를 더이상 줄 필요가 없다"며 "임대를 주는 게 분명한데 등록도 안하고 세금도 안낸다면 탈세를 하는 것이므로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역시 "임대주택사업을 가장한 다주택 투기를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라며 "조세정의 원칙에 따라 임대소득을 얻는 모든 사업자에게 사업자등록과 임대주택 등록을 강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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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재준 기자] zz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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